판교 신도시는 엘도라도인가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5.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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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만 되면 분양가 대비 두 배나 되는 차익이 보장되고, 아파트 시세와 주거 환경이 강남과 분당을 앞서리라는 판교 신도시의 미래를 분석하고 ‘내게 맞는 청약 전략’을 제시한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결혼 10년차 최승기씨(39) 부부는 1992년에 주택청약예금에 가입해 수도권 1순위 청약자다. 국내 유명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는 최씨는 5년 전부터 판교 신도시 개발 계획이 각광을 받자 그동안 동탄 신도시를 비롯해 여러 차례 있었던 주택 청약 기회를 포기했다. 판교 신도시 청약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자금 형편을 감안해 전용면적 25.7평 이하 원가연동제 아파트를 청약하고자 한다. 아내 안 아무개씨는 “판교 신도시 청약에 관심 있는 이유는 분양가가 싸다는 점이다. 전용면적 25.7평(32평) 이하 분양가가 평당 8백만원이므로 2억4천만~2억5천만 원 소요될 것이다. 지금까지 모아놓은 목돈과 대출을 합하면 우리 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고 말했다.

한 아무개씨(42)는 서울 강남 지역에 아파트 세 채를 소유하고 있지만 판교 신도시 청약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규모 부동산 개발 ‘재료’가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목돈을 투자해 큰 수익을 거둔 그가 판교 신도시 청약을 지나칠 리 없었다. 정상적으로는 판교 신도시 청약이 불가능하지만, 성남시 거주 40세 이상 10년 이상 무주택자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청약 신청을 하고 당첨되면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비밀리에 불법 계약을 체결했다.

“판교 신도시에 청약하겠다” 79.1%

우선 신청자 명의로 신규 분양받은 아파트를 전세를 놓겠지만, 매매 금지 기간이 끝나면 자기 명의로 바꾸거나 제3자에게 팔아 시세 차익을 챙기겠다는 계획이다. 한씨는 “매매 금지는 명백히 사유재산권 침해에 해당하므로 위헌 소지가 강하고 갖가지 편법으로 매매가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당첨만 되면 상당한 시세 차익이 발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올해 한국 부동산 시장의 해는 판교에서 떠서 판교로 진다. 내집 마련이든 투기든 동기는 다양하지만 부동산 투자자의 관심은 공간적으로는 판교 신도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 업체 부동산114가 지난 1월1~14일 청약저축·청약예금 가입자 6백2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9.1%가 판교 신도시에 청약하겠다고 대답했다. 청약경쟁률이 너무 높을 것으로 예상되어 다른 유망지를 찾아보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14%에 불과했다. 부동산114 한아름 서비스기획팀장은 “지난 1월 초 청약 우선순위 자격이 35세 이상 10년 무주택자에서 40세 이상 10년 무주택자로 상향 조정되어 일반 청약 경쟁률이 훨씬 높아졌는데도 판교 열풍은 식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판교 신도시가 부동산 투자자의 이목을 끌어당기는 가장 큰 요인은 ‘판교 로또’라고까지 불리는 거액의 시세 차익이다. 올해부터 원가연동제가 적용되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분양가는 평당 7백만~8백만 원이다. 채권입찰제가 적용되는 전용면적 25.7평 이상 중·대형 아파트는 입지 조건이나 민영 건설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판교 신도시는 1천1백만~1천5백만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판교 신도시 아파트 시세가 강남과 분당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가 다수인 것을 감안하면 투자 가치는 여전히 높다.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환경·첨단 도시”

내집마련정보사 박상언 재테크팀장은 “원가연동제 아파트의 표준건축비를 산정할 때 건설사 브랜드 가치를 반영하고 건축비를 현실화한다는 건설교통부 방침에 따라 25.7평 이하 분양가는 15% 가량을 인하해 평당 7백50만~8백20만 원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주변 아파트 값이 대략 평당 1천3백만~1천6백만 원인 점과 비교해 일단 당첨되면 당장 분양가 대비 두 배나 되는 시세 차익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실거주자에게 판교 신도시는 아주 매력적이다.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일대 2백80만여평 규모로 조성되는 판교 신도시는 교통·녹지·교육 여건에서 강남과 분당 지역보다 나은 시설을 갖춘 21세기 첨단 도시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닥터아파트 강현구 정보분석실장은 “판교 신도시는 서울 강남 지역을 대체할 목적으로 조성되는 주거 공간이어서 지금까지 개발된 어느 신도시보다 쾌적한 주거 환경을 자랑한다”라고 말했다. 판교 신도시는 북쪽 청계산 지류와 남쪽 백운산 지류 사이에 자리 잡는다(50~51쪽 사진 참조). 토지공사 황기연 신도시사업단 부장은 “금토산과 청계산을 비롯하여 수려한 자연 경관을 최대한 보전하고 운중천과 금토천 주변 지역을 녹지 공원으로 가꿔 쾌적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판교 동부를 지나는 분당~내곡 고속화도로는 땅 속으로 지나게 해 녹지 훼손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판교 신도시는 2만9천7백 가구에 인구 8만9천명을 수용할 예정이다. 조성 규모는 분당 신도시(5백95만평)의 절반에 못 미치지만 인구 밀도는 96명/ha로 분당(198명/ha)에 비해 훨씬 낮다. 전체 면적에서 녹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35%로 분당(19.3%)을 크게 웃돈다.

판교는 경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동쪽은 고밀도 아파트 밀집 지역, 서쪽은 저밀도 단독주택 지역으로 개발된다. 고밀도 아파트 밀집 지역은 분당이나 수서와 비슷한 외관을 갖출 것으로 보이지만 서쪽 저밀도 단독주택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쪽 오렌지카운티와 비슷한 전원 도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신분당선이 지나는 판교 역사를 중심으로 상업 지역이 들어선다. 중심 상업지역 북쪽에는 벤처 단지가 조성되고 판교 동쪽이 생활권역의 중심이 되면서 기존 분당 지역과 연계된 생활권을 형성하게 된다.판교가 강남 지역을 대체할 신도시로 떠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 시설이다. 초등학교 5개, 중학교 5개, 고등학교 6개를 비롯해 특수목적고 1개, 특성화고교 1개, 자립형사립고 1개가 들어선다. 특성화고교는 벤처 단지와 연계해 ‘IT고등학교’로, 자립형사립고는 자립형 초·중학교와 함께 1만평 규모로 판교 서북쪽 지역에 들어선다. 당초 1만평 규모로 들어설 계획이었던 학원집적단지는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여론에 밀려 폐지되었다.

판교 신도시에는 20만평 규모의 벤처 단지가 들어선다. 경기도는 이곳에 벤처 기업 2천개 이상을 유치해 신도시를 자족형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성이다. 벤처 단지는 서울의 과밀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성남·판교 지구를 수도권 동남부의 업무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안)에 기초한 것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는 것은 교통 대책이다. 강남과 이어지는 주요 도로는 분당·수지·용인 지역 교통량으로 인해 정체가 심각하다. 서울~분당 고속도로는 하루 교통량이 20만대가 넘어 전국 최고 수준이다. 건설교통부는 갖가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판교 인터체인지에서 벌어지는 만성적 정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가 하면, 남북으로 23번 국도, 동서로 57번 국도를 통과하게 하여 서울·용인·안양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또 영덕~양재 고속화도로를 2007년 12월 완공할 계획이다. 도로가 뚫리면 판교에서 양재까지 차로 10분 가량 걸린다. 또 분당~내곡 도로는 판교 신도시를 지나는 모든 노선을 땅 밑으로 지나게 해 고속화 기능을 유지하도록 한다. 분당~내곡 도로도 2007년 12월 완공한다. 경부고속도로에 의해 갈려 있는 판교 동서 지역은 간선 도로 3개 노선을 신설해 연결한다. 판교~신사를 잇는 신분당선은 2009년 개통한다. 2007년 초 판교에 입주하는 사람은 당분간 교통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판교처럼 20만평이 넘는 수도권 신도시는 전체 분양 물량 가운데 30%는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 배정된다는 원칙에 따라 성남시 거주자들에게 우선 청약순위가 주어진다. 나머지 70%는 서울·경기 지역과 기타 거주자에게 분양된다. 전체 공급 물량 가운데 아파트는 2만6천4백 가구에 이른다. 나머지는 단독주택으로 2천7백26세대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 소형이 총 74.3%이고 중·대형은 25.7%에 불과하다.

건설교통부는 25.7평 이하 분양가 상한제(원가연동제)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통장 1순위자 2백29만8천7백89명 가운데 40세 이상은 91만7천4백20명, 35∼39세는 37만8천4백22명으로 각각 추산했다. 지역별·무주택 기간별 인원을 보면, 40세 이상 10년 이상 무주택자는 수도권 37만2천1백99명, 성남시 6만8천5백31명이며, 35세 이상이면서 5년 이상 무주택자는 수도권 64만8천2백99명, 성남시 9만8천3백75명이다.수도권 거주 일반 1순위자 경쟁률 3529 대 1

6월 분양할 예정인 판교 신도시 시범단지 물량이 총 3천 가구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3백60가구(지역 우선 공급 물량 30% 9백 가구 가운데 40%를 40세 이상, 10년 이상 무주택자에게 최우선 공급)가 성남시 거주 40세 이상, 10년 이상 무주택자(6만8천5백31명)에게 최우선 공급되므로 초기 청약경쟁률은 190 대 1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후순위 청약자들의 경쟁률은 더욱 높아져 최소 300 대 1 이상에서 1000 대 1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거주 청약 1순위자는 대략 3529 대 1이라는 청약경쟁률을 뚫어야 판교 시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판교 신도시 계획은 경기도·성남시·토지공사·주택공사 4개 사업자가 공동 추진하고 있다. 주요 개발 방향과 사업자 사이 업무 조정은 건설교통부 신도시사업단이 맡고 있다. 사업자마다 신도시사업단이 따로 꾸려져 있어 개별 사업자의 복안에 따라 개발 방향이 바뀌거나 업무 조정 과정을 일일이 거쳐야 한다. 판교 신도시 개발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아직 높아 개발 청사진이나 일정이 나올 때마다 청약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올 6월 1차 분양은 물 건너간 듯

사업자들은 올해 6월 판교 신도시 분양에 들어가겠다고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토지 보상 계획도 마련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다. 또 갖가지 인허가 절차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현재 대한주택공사가 6월에 공공 분양 8백 가구, 국민 임대 2천2백53 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하지만 민간 아파트는 토지공사가 5~6월 택지를 분양해도 빨라야 연말에 분양이 가능하다. 또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이 일반 분양 아파트인지 임대 아파트인지도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보도에 따르면, 5천 가구 모두가 성남 지역 저소득층에 공급되는 국민임대아파트이고, 2천7백 가구만 청약예금 가입자에게 공급된다. 하지만 이 내용도 확실하게 결정된 것이 아니다. 사업자마다 서로 다른 개발 복안을 갖고 있어 관련 기관끼리 합의된 최종안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 심지어 전체 공급 물량마저 조정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판교 신도시가 강남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과거 분당과 용인이 개발되면서 강남 거주자들이 일부 분당과 용인으로 평수를 늘려 이주했다. 하지만 일부는 다시 강남으로 회귀했다. 쾌적한 주거 환경은 얻었지만, 교육과 교통, 생활편익시설 면에서 강남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강남 지역이 재건축되면서 새 주거 여건을 갖추고 있다. 닥터아파트 강현구 정보분석실장은 “올해 상반기 강남에는 재건축 아파트를 비롯해 유망 분양 물량이 많으므로 판교 청약 경쟁률을 따져 자기 처지에 맞게 다른 유망 청약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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