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면 반미인가
  • 차형석 기자 (papapipi@sisapress.com)
  • 승인 2003.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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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교육 발언’ 논란 불러…전교조 반박 성명
엎친 데 덥친 격. 지난 4월22일 노무현 대통령의 ‘반미교육 발언’이 교단 갈등을 증폭시켰다. 노대통령은 “전교조의 반전 교육 과정에 반미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라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한 전교조 소속 교사는 “실제 반전 평화 수업이 3월 말에 이루어졌는데, 왜 거의 한 달이 지나 반전 평화 수업에 대해 ‘반미 교육’이라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정부가 이라크 전쟁 파병을 둘러싸고 손상된 한·미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전교조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라고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몇몇 언론이 반전 평화 수업 공동자료집의 내용을 거두절미해 ‘반미 의식화’로 왜곡했다는 것이 전교조측의 설명이다. 특히 논란이 되었던 것은 자료집에 실린 퀴즈 부분. 18번 문항은 ‘이번 전쟁에 대하여 우리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은 무엇인가?’ 보기 ① 광화문 반전 평화 촛불 시위에 참석한다. ② 이라크 전쟁 반대와 평화 실현 내용의 배지를 달고 다닌다. ③ 길거리에서 전쟁 반대 서명을 받고 있으면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서 서명한다.④ 인터넷을 통하여 미국에게 전쟁을 중지하라는 것과 우리 대통령에게 군인을 파병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글을 쓴다. ⑤ 남의 나라 일이기 때문에 <스타 크래프트>를 구경하듯 열심히 CNN 뉴스를 본다. 정답은 ⑤번. 그러나 일부 언론은 ⑤번 문항의 앞부분을 잘라내고 ‘열심히 CNN 뉴스를 본다’로 바꾸고, 전교조가 마치 CNN 뉴스는 절대 보지 말라고 선동한 것처럼 왜곡했다는 것이다.

‘반미 교육’ 논란은 지난 4월24일 노대통령이 “마치 반미 교육으로 단정한 것처럼 보였다. 과장·과잉 반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한 발짝 물러서면서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교육부와 전교조 사이에 깊이 팬 골은 여전했다. 4월25일 처음 가진 공식 간담회에서 윤덕홍 교육 부총리와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은 설전 끝에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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