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온라인까지?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3.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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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판 <조선닷컴>으로 새 미디어 시장 ‘점령’ 나서
'<5보:낮 12시30분> 8일 낮 충남 예산군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의 영결식이 끝나자 학교는 다시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방금 전까지 울음보를 참지 못했던 학생들은….’

지난 4월8일 <조선일보> 인터넷판인 <조선닷컴>(chosun.com) 머리 기사에는 그전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사가 등장했다. 충남 예산에서 진행된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 영결식을 문자로 생중계한 것. 오전 9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현지 상황을 보도했다. 다음날 <조선일보>는 생중계 내용을 종합 정리해 사회면(8면)에 보도했다. 그 전까지 <조선닷컴>은 낮에는 연합뉴스 속보 기사를, 밤에는 다음날 <조선일보> 기사를 싣는 일이 주였다. 문자 생중계는 <오마이뉴스>(ohmynews.com)와 같은 인터넷 전문 언론이 즐겨 쓰던 방식이었다.

<조선일보>는 최근 온라인 보도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26일 편집국 산하에 인터넷뉴스부를 신설하고 편집국 기자 7명을 파견했다. 인터넷뉴스부 기자는 <조선닷컴>에 실릴 콘텐츠만 전담해 취재한다. 이들은 송희영 편집국장대우(전 경영기획실장)와 최준석 인터넷뉴스부장(전 국제부 차장)이 지휘한다. 인터넷뉴스부는 디지틀조선일보와는 전혀 별개 조직이며 본사 편집국 건물 5층에 있다.

지난 대선을 전후해 <오마이뉴스>가 당당한 대안 언론으로 부각하는 등 인터넷 언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런 맥락에서 <조선일보>의 온라인 진출은 눈길을 끈다. <조선일보> 최준석 인터넷뉴스부장은 “우리가 (<오마이뉴스> 같은) 국내 사이트를 의식할 정도로 좁은 사람들이 아니다. 예전부터 종이 신문의 성숙 단계가 어디까지인지, 인터넷 미디어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인지 많이 연구해 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네티즌이 인터넷 신문을 가장 많이 찾는 시간대가 낮인데, 이때 속보를 커버하지 못하는 맹점을 보완할 필요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4월18일 현재 웹사이트 분석 회사인 랭키닷컴에 따르면, 국내 사이트 접속 순위에서 <조선닷컴>(디지틀조선일보)은 22위, <오마이뉴스>는 47위를 차지했다.

<조선닷컴>의 기사와 편집은 지면보다 훨씬 더 가벼우면서도 노골적이다. 사진부장이 쓴 대통령직인수위 백서 내용에 대한 반박(4월10일)이나 전교조와 특정 방송국을 비난하는 기사들은 종이 신문에서라면 각각 기자수첩·사회면 등에 실릴 내용이지만, <조선닷컴>은 과감히 머리 기사로 올린다. 때문에 지면보다도 더 ‘<조선일보>의 색깔’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편이다. 반면, 삼성그룹 노조위원장 인터뷰는 이례적이었다. 4월13일 <조선닷컴>은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 인터뷰 기사를 내 보냈는데, 지금까지 <조선일보>가 노·사가 대립할 때 노조에 우호적인 기사를 쓴 적이 드물었기 때문에 화제가 되었다. <조선일보>는 인터뷰 내용을 지면에는 싣지 않았다.

<조선일보>의 공세적 온라인 진출은 다른 언론사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의 온라인판인 <동아닷컴>(donga.com)은 4월1일부터 ‘기사 의견 달기’를 도입했다. <인터넷 한겨레>도 3년 만에 처음으로 자체 취재 기자를 뽑기로 했다. <오마이뉴스>의 한 관계자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조선일보>의 온라인 진출을 시장 잠식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온라인 매체 시장 전체가 커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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