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집단 테러 현장에 기자 있었다
  • 신호철 (eco@sisapress.com)
  • 승인 2003.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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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 신도 4명, 엑소더스 사무실 한밤중 난입·폭행 “영생교 암매장 봤지?”라며 기자도 무차별 구타
8월20일 밤 종교단체 JMS 신도 4명이 서울 사당동에 있는 엑소더스(반JMS단체) 사무실을 야간에 습격해 회원들을 폭행했다. 지명 수배된 JMS 교주 정명석 총재가 엑소더스 회원들의 제보로 최근 홍콩 경찰에 체포된 데 대한 앙갚음이었다. 우연하게도 그 순간 현장에는 취재하러 간<시사저널> 신호철 기자가 있었다. 무법 천지가 된 그날 밤 집단 폭행 사태로 신기자도 얼굴에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폭력 사건 현장을 목격한 기자가 당시 상황을 독자에게 생생히 전달한다.

8월20일 저녁 7시30분부터 기자는 서울 사당역 인근 한 빌딩 5층에 있는 엑소더스 사무실에서 엑소더스 모임 회장 김도형씨(31)와 회원 김영수씨(43)를 인터뷰하고 있었다. 1999년에 결성된 이 모임은 종교집단 JMS에서 탈퇴한 신도들과 JMS에게 피해를 본 사람 등 7백여명이 회원인 단체다. 최근 엑소더스는 홍콩에 불법 체류하던 JMS 교주 정명석씨를 경찰에 신고해, 그가 체포되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도형 회장은 “평소 JMS 신도들로부터 테러 위협을 많이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이렇게 사무실에 있다가 신도들이 쳐들어오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묻자 김영수씨는 “그럼 맞으면 된다. 그게 (법적으로) 나중에 이기는 거다”라고 말했다.

말이 씨가 된 것일까. 저녁 9시께, 사무실에 괴한 4명이 들어섰다. 김학용(30) 장원석(22) 박현묵(28) 윤마루(29) 씨 등 정명석 교주를 따르는 신도였다. 그들은 다짜고짜 “네가 김영수지?”라며 기자와 김도형 회장, 김영수 회원을 둘러쌌다. 그리고는 김영수씨에게 “네가 우리 선생님(정명석)을 때렸니? 네가 우리 선생님에게 손 댔냐?”라고 시비를 걸면서 싸울 듯이 몸을 밀착했다. 그들은 “감옥 갈 각오하고 왔어”라고 말했다.말이 씨가 된 것일까. 저녁 9시께, 사무실에 괴한 4명이 들어섰다. 김학용 씨 등 4명은 정명석 교주를 따르는 신도였다. 그들은 다짜고짜 “네가 김영수지?”라며 기자와 김도형 회장, 김영수 회원을 둘러쌌다. 그리고는 김영수씨에게 “네가 우리 선생님(정명석)을 때렸니? 네가 우리 선생님에게 손 댔냐?”라고 시비를 걸면서 싸울 듯이 몸을 밀착했다. 그들은 “감옥 갈 각오하고 왔어”라고 말했다.

김도형 회장은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전화기를 잡았다. 하지만 침입한 장원석씨가 전화기를 밀쳤다. 그는 기자의 핸드폰도 뺏으려 했으나 기자는 가까스로 피해 112에 신고할 수 있었다. 김도형 회장은 가스총을 내밀며 “사무실에서 나가”라고 외쳤다.

그때였다. 주모자인 김학용씨가 오른손으로 김영수씨의 왼쪽 얼굴을 때렸다. 그러자 김도형씨가 김학용을 향해 가스총을 발사했으나 불발이었다. 순간 장원석과 박현묵이 기자와 김도형 회장을 향해 달려들었고 두번째 총성이 울렸다. 역시 불발이었고, 가스 냄새는 나지 않았다. 김도형씨와 기자의 안경이 땅에 떨어졌고, 이어서 김도형씨가 쓰러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집단 폭행이었다. 그들의 목표는 김영수씨로 정해져 있었다. 한 신도는 기자에게 “너는 상관없으니 비켜!”라고 말했으며, 다른 신도는 “정신 못 차리고 이런 데 취재하니까 맞지”라고 말했다. 그들은 기자 몸을 피해 뒤에 숨은 김영수씨를 마구 때렸으나, 공격이 효과적이지 않자 방해가 되는 기자를 향해서도 무차별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김영수씨에 대한 그들의 폭력은 강도를 더해갔다. 두꺼운 나무 선반으로 내리치는가 하면, 사기로 된 컵을 김영수씨 얼굴을 향해 두 차례 던졌다. 컵은 피해자 얼굴 바로 옆을 지나 벽에 맞고 산산조각이 났다. 폭행 중간중간 그들은 팔뚝만한 깨진 유리 조각을 사람을 향해 휘둘렀다. 김학용은 기자에게 “영생교 암매장 봤지?”라며 윽박질렀다. 김영수씨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느낀 기자는 김학용의 발을 잡고 그만하라고 설득했으나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김영수씨의 왼쪽 눈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20분이 지나도 경찰이 오지 않자 기자는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사무실을 나갔다. 빌딩 앞에서는 경찰이 신고 장소를 못 찾고 헤매고 있었다. 경찰이 들이닥치고서야 폭력은 멎었다.

엑소더스 사무실에 난입한 4명은 신흥 종교 JMS의 열성 신도들이다. JMS 본부 관계자는 그들이 각 소속 대학 JMS의 ‘리더’라고 말했다. 대장 격인 김학용은 전방 특수부대 출신이며, 윤마루씨는 JMS에서 목사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이 기습 폭행을 저지른 이유는 지난 7월9일 JMS 교주 정명석 총재가 홍콩에서 체포된 데 대한 앙갚음이었다(오른쪽 딸린 기사 참조). 폭행이 끝난 뒤 파출소에서 김학용에게 왜 이런 만행을 저질렀는지 물어보자 그는 “하도 개지랄을 떠니까 그렇지. 너라면 아버지 같은 사람(정명석)에게 그러는데 가만 있겠니?”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종교단체의 폭력에 대해 우리 사회의 공권력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었다. 린치가 시작되기 전 기자가 112에 정확한 주소를 설명해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3분 거리’에 있다던 경찰은 20분이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방배경찰서 조사 과정은 더욱 불합리했다.

피해자인 김도형씨와 김영수씨는 다음날인 21일 아침 9시까지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경찰서에 억류되어 있어야 했다. 피해자 신분이 아니라 서로 같이 싸운 상대로 JMS 신도들과 같이 폭행범으로 쌍방 입건된 것이다. 방배경찰서 형사계 담당자는 “서로 진술 내용이 달라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당시 기자는 사건 정황을 설명하려 했으나 담당 형사는 ‘본인이 맞은 내용’만 말하도록 했다. 침입해 집단 폭행한 JMS 신도 4명은 다음날 아침 9시에 모두 풀려나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아직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다. 가해자들의 대장 격인 김학용씨는 어떻게 엑소더스 사무실을 찾아냈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영수의 법원 서류 기록을 보았다. 아는 사람이 도와 주었다”라고 말했다. JMS 본부측은 ‘젊은이들의 돌출 행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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