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이 ‘판도라 상자’ 열었나
  • 나권일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3.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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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몰카’ 혐의 김씨측, 이원호와 검찰·양길승의 ‘유착 의혹’ 제기
양길승 몰카 사건’이 점입가경이다. 김도훈 전 검사(38)를 사법 처리해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던 몰카 사건은 김 전 검사의 변호인단이 청주지검 간부들의 외압 정황이 담긴 ‘수사일지’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검찰 내부의 진실 게임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 전 검사의 변호인단은 최근 청주지검이 키스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50)의 조세포탈 혐의를 축소하려 했다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김 전 검사는 수사 메모에 ‘8월11일, ㅅ검사와 이원호씨의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점에 대해 협의했는데, ㅅ검사가 5억원 미만으로 기소해야 되는 것처럼 언급했다’라고 적었다.

김 전 검사의 변호인단은, 청주지검이 지난해 9월에도 이원호씨가 살인을 교사했다는 혐의에 대해 윤 아무개 검사(39)를 통해 상당한 수준으로 내사를 진행해 놓고도 수사를 중단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당시 윤검사의 지휘 라인에는 김 전 검사가 수사 압력을 폭로한 뒤 울산지검으로 전보된 강 아무개 부장검사(40)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강부장검사가 윤 아무개 검사와 김도훈 검사에게 모두 ‘속도 조절’을 요구했던 셈이다. 이같은 정황은 검찰 내부에 이원호씨를 비호하는 세력이 있다는 김도훈 전 검사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이원호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한 단계 더 구체화되었다. 충북지방경찰청이 이원호씨 주변 인물들의 자금을 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양씨가 청주를 방문했던 4월17일, 이씨 측근인 유 아무개씨 계좌에서 현금 1억5백만원이 빠져나갔다. 술자리가 있기 하루 전인 6월27일에는 이씨의 부인 공 아무개씨 계좌에서 현금 3억4천만원이 인출되었다. 양실장이 방문하기 앞서 두 번이나 거액이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우연의 일치라고 해석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원호 게이트’의 가장 큰 뇌관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과 대선 무렵에 이원호씨가 민주당 쪽에 거액의 금전적 도움을 주었다는 의혹이다. 이씨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부인과 친척 계좌에서 수십억원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의 변호인단은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된 돈’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청주 현지에서는 이원호씨와 기업인 정화삼씨(56) 관계를 더 주목해야 한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이원호씨와 충북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함께 수료한 청주 지역 민주당 관계자 ㅇ씨는 “이씨는 돈을 아끼는 사람이지만 쓸 때는 크게 내놓는 사람이다. 경선팀에서 일했던 오원배씨에게는 용돈이나 쥐어주었겠지만 정씨에게는 달랐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김도훈 전 검사가 올해 초 이원호씨를 수사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친구 정화삼씨와 관련된 정보를 꾸준히 수집했다는 점도 심상치 않다. 김 전 검사는 수사일지에서 ‘지역 기업인 정화삼씨가 청와대 기업인 초청 때 이원호씨를 대동했다. 7월 말 강원도 골프장에서 지역 기업인 정화삼씨와 청주 출신 재경 재력가 이 아무개씨와 골프 회동했다’라는 내용의 첩보 사항을 꼼꼼하게 메모해 놓았다.

이와 관련해 김 전 검사의 변호인단 대표인 오성균 변호사(38)는 기자의 확인 요청에 “정화삼씨 문제는 민감한 부분이다. 확인해 줄 수 없는 사정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청주 현지에서는 김도훈 전 검사가 자신의 명예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선거 자금’의 뇌관을 터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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