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야망’ 불태우는 문선명
  • 안철흥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3.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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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복귀 프로젝트’ 추진…기독교계 반발 의식해 ‘국민에게 심판받기’ 택해
지난 10월15일 오전,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후문에 있는 리틀엔젤스 회관. 정장 차림 남녀가 전국 각지에서 대절한 버스를 타고 모여들었다. 초종교초국가평화의회 한국지부 창립식에 참석하는 인파였다. 회관 주변에는 이 거창한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나 플래카드 하나 보이지 않았지만, 외국인 2백여 명을 포함해 2천5백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참석자들은 줄을 맞추어 질서 정연하게 입장했다.

이 단체는 통일교가 주축이 되어 만든 비정부기구(NGO) 성격의 조직이다. 단상에는 이행래 한국이슬람 이맘과 이운산 태고종 총무원장 등 종교계 인사와, 이철승 자유민주민족회의 대표, 김호일 전 의원이 보였다.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의 주한 대사 3명을 포함해 80여 국가의 대사관 관계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이 날 모임의 주연인 문선명·한학자 부부가 입장하기를 기다리며 행사 예행 연습까지 했다. 잠시 후 문씨 부부가 손을 흔들며 등장하자 청중은 오랜 기립 박수로 이들을 맞이했다.

문선명씨는 10월9일 이 행사에 참석하러 귀국한 이래 현재까지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여섯 번째 입국이다. 한번 입국할 때마다 보름에서 한 달씩 체류하니까, 올해의 절반 가까이를 국내에서 보낸 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는 1년에 두어 차례밖에 귀국하지 않았다. 그의 주요 활동 근거지는 미국 뉴욕이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국내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통일교는 문선명씨가 1954년 서울에서 창시한 종교다. 하지만 국내에서 통일교 교세는 극히 미미하다. 자체 집계한 신도 수는 7백개 교회에 18만명. 그러나 종교 관계자들은 5만~8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이는 국내의 대형 개신교회 한 곳의 신도보다도 적은 숫자다. 국내 기독교계의 반발로 조성된 반 통일교 분위기 탓이 크다. 반면 상대적으로 이단 시비가 적었던 외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1960년대부터 통일교는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교세를 넓혔다. 통일교 관련 기업들의 현황을 보아도 이런 사정이 짐작된다. 현재 한국 통일그룹 산하 법인체는 20개 정도다.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사세가 크게 위축되었다. 주력 기업이던 통일중공업과 일화 등 5개 기업이 부도를 내고 현재 법정 관리 상태에 있다. 반면 일본 통일그룹은 1백50개, 미국 통일그룹은 90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금껏 조용하던 국내 통일교 관련 단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통일그룹은 북한측과 협상한 끝에 10월부터 평양 관광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한국인 2천여 명이 평양 관광에 나설 것으로 통일교측은 내다본다. 또한 통일그룹은 2000년 2월 평안남도 남포에 평화자동차 공장을 준공해서 지난해부터 ‘휘파람’이라는 소형 승용차를 생산하고 있다. 평양 시내에 있는 보통강호텔도 통일그룹 소유다.

국내 활동도 활발하다. 올해 초 용평리조트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레저 스포츠 분야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피스컵 국제축구대회를 개최했고, 최근에는 여수에서 국제 낚시 월드컵을 열었다. 또한 여수시 화양면 일대에 용인 에버랜드의 약 10배 규모인 3백만평 정도의 관광 위락 단지를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최근 부지 90만평을 매입했다.

올해 3월에는 평화통일가정당(총재 곽정환)을 창당해 정치권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다른 종교나 사회 단체와의 연대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10월 초에 미국 뉴욕에서 만들고 15일 한국본부를 설립한 초종교초국가평화의회(내부에서는 ‘평화유엔’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는 이런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진 기구다.

이같은 광범위한 활동은 통일그룹·평화통일가정연합·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 등 통일교 관련 단체들이 분담해 진행하고 있다. 물론 모든 결정은 문선명 총재가 직접 한다. 요즘 국내의 통일교 주요 간부 80여 명은 매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서울 한남동 문씨의 집에 모여 기도회를 갖는다. 문씨가 국내에 머무를 때면 늘 있는 일이다. 짧게는 1시간 30분, 길게는 5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이 기도회는 단순한 종교 행사가 아니다. “기도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사업 보고도 한다. 문총재는 모든 공적인 일을 이 자리에서 결정하고 처리한다”라고 통일그룹 황선조 회장은 말했다. 통일교가 국내에서 벌이는 모든 활동이 문씨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교 관계자는 “문총재의 최종 목표는 남북 통일과 세계 평화이다. 이제 여든 네 살인 그가 자신의 조국이자 신앙의 조국인 한국에서 마지막 목표를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통일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통일교는 세속 종교, 혹은 종교 기업이다. 보통 종교가 내세를 지향하는 반면 통일교는 ‘역사 내적 구원’, 즉 현실 세계를 이상 세계로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통일교 조직이 크게 신앙·기업·사회 활동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복귀→북한 특수로 제2의 도약 꿈꾼다”

신앙 활동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 경제 활동은 통일그룹이, 대외 활동은 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이 맡고 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은 1994년 세계통일신령협회에서 명칭을 변경한 단체로, 통일교의 공식 신앙 조직이다. 하지만 이 단체는 명칭에서 종교 이미지를 버렸을 뿐 아니라 대외적인 포교 활동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통일교의 주요 활동 축은 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과 통일그룹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황선조 회장은 “현실 세계를 평화의 세계로 만드는 것이 통일교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통일교가 남북 문제나 기업 활동 등 현실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이유도 이런 교리를 실천한다는 차원에서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금껏 조용하던 국내 통일교 관련 단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통일그룹은 북한측과 협상한 끝에 10월부터 평양 관광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한국인 2천여 명이 평양 관광에 나설 것으로 통일교측은 내다본다. 또한 통일그룹은 2000년 2월 평안남도 남포에 평화자동차 공장을 준공해서 지난해부터 ‘휘파람’이라는 소형 승용차를 생산하고 있다. 평양 시내에 있는 보통강호텔도 통일그룹 소유다.

국내 활동도 활발하다. 올해 초 용평리조트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레저 스포츠 분야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피스컵 국제축구대회를 개최했고, 최근에는 여수에서 국제 낚시 월드컵을 열었다. 또한 여수시 화양면 일대에 용인 에버랜드의 약 10배 규모인 3백만평 정도의 관광 위락 단지를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최근 부지 90만평을 매입했다.

올해 3월에는 평화통일가정당(총재 곽정환)을 창당해 정치권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다른 종교나 사회 단체와의 연대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10월 초에 미국 뉴욕에서 만들고 15일 한국본부를 설립한 초종교초국가평화의회(내부에서는 ‘평화유엔’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는 이런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진 기구다.

이같은 광범위한 활동은 통일그룹·평화통일가정연합·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 등 통일교 관련 단체들이 분담해 진행하고 있다. 물론 모든 결정은 문선명 총재가 직접 한다. 요즘 국내의 통일교 주요 간부 80여 명은 매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서울 한남동 문씨의 집에 모여 기도회를 갖는다. 문씨가 국내에 머무를 때면 늘 있는 일이다. 짧게는 1시간 30분, 길게는 5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이 기도회는 단순한 종교 행사가 아니다. “기도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사업 보고도 한다. 문총재는 모든 공적인 일을 이 자리에서 결정하고 처리한다”라고 통일그룹 황선조 회장은 말했다. 통일교가 국내에서 벌이는 모든 활동이 문씨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교 관계자는 “문총재의 최종 목표는 남북 통일과 세계 평화이다. 이제 여든 네 살인 그가 자신의 조국이자 신앙의 조국인 한국에서 마지막 목표를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통일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통일교는 세속 종교, 혹은 종교 기업이다. 보통 종교가 내세를 지향하는 반면 통일교는 ‘역사 내적 구원’, 즉 현실 세계를 이상 세계로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통일교 조직이 크게 신앙·기업·사회 활동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복귀→북한 특수로 제2의 도약 꿈꾼다”

신앙 활동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 경제 활동은 통일그룹이, 대외 활동은 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이 맡고 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은 1994년 세계통일신령협회에서 명칭을 변경한 단체로, 통일교의 공식 신앙 조직이다. 하지만 이 단체는 명칭에서 종교 이미지를 버렸을 뿐 아니라 대외적인 포교 활동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통일교의 주요 활동 축은 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과 통일그룹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황선조 회장은 “현실 세계를 평화의 세계로 만드는 것이 통일교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통일교가 남북 문제나 기업 활동 등 현실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이유도 이런 교리를 실천한다는 차원에서라는 설명이다.

통일교의 이런 행보에 대해 포교 활동이 벽에 부딪히면서 종교 외적 활동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의 한 종교 관계자는 최근 통일교의 국내 활동에 대해 “통일교가 종교 이미지를 2선으로 감추면서 기업과 NGO 단체로 방향 전환을 모색하면서 북한 특수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한국은 그 전진 기지라는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문선명씨가 국내 복귀를 서두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문씨의 ‘국내 복귀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정부는 통일교 문선명을 왜 잡아가지 않는거죠?’ ‘통일교 문선명은 뭐해서 그렇게 돈 많이 벌었나요?’ ‘문선명(이단)이 축구와 왜 관련이 있죠?’ 한 인터넷 검색 사이트의 지식 검색 코너에서 ‘통일교 문선명’을 쳐 넣으면 나오는 질문들이다. 하나같이 부정적인 내용이다. 문씨만큼 찬반 양론이 극단으로 갈리는 인물도 드물다. 이런 인식들이 왜곡된 정보에 의한 것이든 아니든, 국민 일각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문씨의 국내 복귀는 기독교계의 반발을 어떻게 다독이고 극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통일교가 문화·체육·레저 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정치권 용어’ 식으로 말하자면, 기독교계와의 구차한 이단 논쟁을 피하고 국민들에게 직접 심판받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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