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타는 신문들 ‘살아남기’ 백태/무가지 창간·제호 변경·사옥 매각으로 활로 모색
<메트로>와 <더 데일리 포커스>는 국내 무료 종합 일간 신문의 쌍두마차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동안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전국의 주요 지하철역에서 배포되는 무료 신문들은 국내에 첫선을 보인 지 1년여 만에 지하철 이용객 상당수를 독자로 확보했다. <메트로> 독자의 54%는 지하철에서 어떤 신문도 읽지 않는 독자들이었다. 무료 신문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지하철을 운행하고 있는 전국 대도시로 배부처를 넓혀 ‘전국지’로 성장했다. 발행 부수도 하루 50만∼70만 부로 어지간한 일간지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처럼 무료 신문이 신문업계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떠오르자 콧대 높은 일간 신문들도 너나없이 무료 신문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11월17일 무료 종합 일간 신문인
<대한매일>도 무료 신문 창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한매일> 경영기획실 박선화 부장은 “무료 일간 신문을 만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하지만 사내 미디어연구소가 새 매체 창간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언론계에서는 <대한매일>이 <메트로>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무료 신문을 창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문화일보>에 이어 <대한매일>까지 무료 신문을 만든다면 내년에는 무료 신문 4개가 시장에서 경쟁하게 된다.
권위지를 내세웠던 일간지들이 무료 신문 대열에 뛰어드는 것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 부설 미디어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신문업계 광고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13% 줄었다. 특히 중앙 일간지 가운데 군소 신문들의 매출 감소가 뚜렷하다. 광고업계 사정에 밝은 한 언론인은 “같은 크기 광고라도 조·중·동을 제외한 나머지 신문들은 광고 단가가 <조선일보>의 절반 수준인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올해 <대한매일>과 <문화일보>도 광고 매출 감소 때문에 세 자릿수 가까운 적자가 예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무료 일간 신문은 독자들이 대부분 20∼30대 젊은층으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틈새 시장이다. 지난 10월, <대학내일>이 서울 지역 10개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열독률 조사에서 무료 일간 신문 열독률(25.9%)은 스포츠 신문(28.4%)을 바짝 뒤따랐다. 지난 7월 <메트로>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수도권 지하철 이용자 매체 이용 행태 조사’에서 <메트로> 열독률(32%)은 <조선일보>(18%)를 앞섰다. <메트로> 독자 10명 가운데 9명은 신문 지면의 절반 이상을 다 읽을 정도로 기사 주목률과 광고 주목률이 높았다. 수도권 지하철 출퇴근 인구 6백만명을 겨낭해 무료 신문 광고시장이 형성될 만한 조건이 갖추어진 것이다.
기존 무료 신문 업계는 일간지의 무료 신문 시장 진입에 대해 환영과 우려가 교차하는 표정이다. <메트로> 광고마케팅국 안대성 팀장은 “외국처럼 3∼4개 무가지가 경쟁하면서 독자가 선택할 폭이 넓어지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우리도 유럽처럼 지하철 역사 내에 무료 신문 무인 배포대를 만들면 인건비 등 딸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무료 신문 사업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더 데일리 포커스> 경영기획실 장인규 차장은 “편집국의 남아도는 인력을 활용하는 인력 재배치 전략으로 무료 신문에 승부를 건다면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맨땅에 헤딩’하는 헝그리 정신이 체질화해야만 승산이 있다”라고 말했다.
무료 신문을 추진하는 일간지들도 내부 진통이 만만치 않았다. <문화일보>는
하지만 <대한매일>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회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제호까지 바꿀 정도로 다급한 처지다. <대한매일>은 내년부터 제호를 <서울신문>으로 되돌리고, 서울신문사가 발행했던 <선데이 서울> 제호도 되살린다. 외환 위기 때 삼성 이건희 회장이 내세웠던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자’는 말이 생각날 정도다. <대한매일> 노조 사무국장 한정일씨는 “회사 사원 상당수가 채수삼 사장이 ‘비전 2004’의 핵심으로 내건 제호 변경에 동의하고 있다. 뭔가 확실한 돌파구가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내년에 ‘부활’하는 <선데이 서울>은 <서울신문>이나 <스포츠서울21>의 자매지로 발행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책자 형태 주간지보다는 타블로이드 신문 형태가 될 것이라고 한다. 올해 <대한매일>을 퇴직한 한 중견 언론인은 “옐로 잡지의 상징과도 같은 <선데이 서울>을 부활시켜야 할 정도로 다급한 처지가 된 것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내핍’이 체질화한 <한겨레>도 새 수익 창출을 위해 여성 월간지
빚독촉에 시달리고 있는 신문사들은 외환 위기 때 대기업들처럼 보유 부동산을 팔아 경영난을 해결하려는 자구책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일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갚기 위해 종로구 중학동 옛 한국일보 사옥 일대를 국제금융타운으로 재개발하겠다는 ‘회생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개발이 되면 천억원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복안이지만, 채권자들로부터 시간을 벌기 위해 내놓은 고육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사옥 건설비 2백39억원을 받지 못한 ‘현대건설’이 광고비까지 가압류해 당장 필요한 돈조차 부족한 처지에 놓였다.
‘빅3’ 신문이라는 자존심에 안주했던 <동아일보>도 여의도 사옥을 팔기로 하고 천억원대에 이르는 매각 대금을 놓고 구매자와 협상 중이다. 올해 세 자릿수 적자가 예상되는 <동아일보>는 10월30일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100대 광고주를 부부 동반으로 초청해 가수 조영남씨와 패티 김 부녀가 출연한 고급 디너쇼 형태의 매체 설명회를 여는 등 공격적인 광고 영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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