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문서도 이제 e메일로 받는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0.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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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청, 보관 서류 전산관리 시스템으로 전환…인천·경기·충남도 준비중
경기도 안산에서 건설업을 하는 김성훈씨(34)는 지적도와 같은 공공 문서를 열람하기 위해 관공서에 자주 드나드는 편이다. 열람하고 싶은 서류가 있을 때마다 민원실에 신청하고, 며칠씩 기다렸다가 받아보는 일이 김씨에게는 여간 번거롭지 않다. “관공서에 오가는 시간은 물론이거니와 급하게 열람해야 할 서류를 신청하고 나서 한참 기다려야 할 때에는 속이 바짝바짝 탄다”라고 김씨는 말했다.

그러나 내년 1월1일부터 김씨는 공문서를 열람하기 위해 안산시청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원하는 문서를 신청하면, 10분 안에 e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안산시청(시장 박성규)이 보관 중인 모든 문서를 전산 관리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해 올 연말까지 끝낼 계획이기 때문이다. 시가 보관하고 있는 모든 문서를 마이크로 필름으로 촬영한 다음, 이를 컴퓨터 파일로 변환하여 인터넷을 통해 개인 메일로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박성규 안산시장(62)은 “주민이 행정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청하면 최소 하루에서 길게는 15일까지 소요된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갖추는 내년 1월1일부터는 어떤 곳이라도 10분 이내에 제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며칠씩 소요되는 문서 열람이 3분 이내로 단축될 수 있는 까닭은 마이크로 필름으로 촬영한 문서를 바코드 프로그램에 등록해 ‘키워드’만으로도 관련 문서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소요되는 시간은 겨우 3초. 원하는 자료를 컴퓨터에서 제목이나 허가 일자 같은 키워드로 검색하면 해당 자료가 보관된 책꽂이에서 불빛이 반짝이며 서류의 위치를 알려준다. 특정한 서류를 찾기 위해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더미를 일일이 뒤지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것이다. 이 필름 자동화 보관 시스템은 벤처 기업인 대산기업(주)이 개발한 것으로, 많은 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이용되고 있다.
안산시청은 문서를 컴퓨터로 관리함으로써 기존 서고 공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문서를 마이크로 필름으로 촬영함으로써 문서 2천5백쪽을 디스켓 1개에 보존할 수 있어 서고 공간이 크게 줄었다. 안산시청 총무과 도원중 주사(32)는 “관공서의 문서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한정된 서고에 모두 보관할 수도, 폐기할 수도 없어 관공서의 서류들은 애물이었다. 그러나 전산화함으로써 그 부피가 크게 줄고, 보관 수명 또한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 미디어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마이크로 필름은 보존 기간이 100년. CD 롬이 5년이고, 종이가 20년에 그치는 점에 견주면 마이크로 필름으로 촬영된 자료는 보존 기간이 반영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안산시가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은 지난해 공표된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 때문이다. 안산시 외에도 인천광역시·경기도·충청남도·천안시 등 대다수 공공기관이 현재 보관 서류를 전산화하고 있다. 1~2년 후면 행정 서류를 e메일로 받아볼 수 있게 될 전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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