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번 비엔날레, 규모 줄여라"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0.10.2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시, 감사 통해 '56억 적자'밝혀내…재단측"민영화 거스르는 표적 감사"반발
광주비엔날레 재단(이사장 차범석)이 올해 개최한 제3회 비엔날레 행사와 관련해 뒤늦게 ‘난타’ 당하고 있다. 최근 광주시가 광주비엔날레 재단의 의뢰를 받아 감사를 실시한 결과, 애초 흑자로 알려졌던 3회 비엔날레 행사가 무려 56억원이나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광주시 감사팀은 이에 따라 앞으로 광주비엔날레 행사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29일∼6월7일 광주 중외공원 일대에서 71일간 열린 제3회 광주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임을 감안한다면 원래 지난해 열렸어야 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기간에 맞추어 관람객을 더 많이 유치하자는 의도로 3회째 대회를 3년 만에 열었다. 그러나 16대 총선에 휘말리는 바람에 관람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등 악재 요인을 안고 출발했다.


광주시, 재단 직원 문책 통보

더구나 1998년 12월, 당시 최 민 전시총감독 해임을 둘러싼 파문으로 유례 없는 진통을 겪었다. 때문에 실제로 제3회 광주비엔날레를 주도한 오광수 전시총감독 체제는 국내 미술계의 ‘방관’에다 1년여의 준비 기간밖에 갖지 못한 채 ‘절반의 민영화’로 힘겹게 출발했다.

오광수 전시총감독의 자평으로도 B+에 그친 제3회 광주비엔날레는 광주시 감사 결과, 알려진 바와 달리 경영 면에서는 초라한 성적표를 드러냈다. 광주시에 따르면, 전체 행사 규모는 1백30억원으로 1회 77억원, 2회 91억원에 비해 43%가 증가했지만, 유료 관람객은 1회 1백50만명, 2회 85만명에 비해서 크게 줄어든 45만명에 그쳤다. 또 입장권 판매나 휘장사업 등 순수 행사 관련 수입은 점차 감소되고 있는데도 지출액은 전시행사비 50억원, 조직운영비 36억원, 홍보유치비 18억원 등 모두 1백30억원으로 예년보다 늘어났다.

광주시가 지적한 대표적인 행사 실패 사례는 재단이 5억원을 들여 추진한 ‘워터스크린 영상 쇼’인 것으로 드러났다. 69일에 이르는 공연 기간에 6만9천명(하루 천명 수준)이 관람해 애초 계획했던 하루 1만5천명에 크게 미달했다는 것이다. 광주시 감사팀은 또 전야제나 개·폐막식 행사 때 참여한 단체들에 지급한 보조금에 대해 사후 정산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행사비 보조에 그쳐야 하는 민간 예술단체 행사에 행사비를 전액 지원하는 등 회계 업무가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광주시는 이에 따라 입장권 관련 업무자와 민간단체 보조사업 관계자 등 재단 직원과 파견 공무원 7명을 문책하고, 관련 규정과 제도를 보완하라고 재단에 통보했다.

광주시의 감사 결과에 대해 비엔날레 재단측은 한마디로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시의 이번 감사는 갖은 진통을 거쳐 민영화로 가닥을 잡은 재단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 ‘표적 감사’라는 것이다. 김상윤 광주비엔날레 재단 사무차장은 “처음에 사무처는 행사 규모 축소를 주장했지만 광주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제 와서 광주시가 행사 규모가 방만했다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김상윤 차장은 또 “입장권 예매도 1997년에는 3만장에 그쳤지만 올해는 개막 전에 17만장이나 예매됐을 정도로 재단 직원들이 열심히 뛰었다. 민관이 협력해 새출발한 비엔날레에 대해 광주시가 민영화는 문제점이 많다는 시각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비엔날레 재단은 실제 행사 비용도 광주시는 1백30억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자체 회계 감사 결과로는 1백14억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오는 10월19일 재단이사회를 열고 광주시의 감사 결과에 대한 처리와 함께 조직과 기구 축소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지만, 감사에 대한 치밀한 반론도 제기될 예정이어서 앞으로도 내부 진통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