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 비리 좇는 광주의 인터넷 신문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0.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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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인터넷 신문 ‘뉴스통’, 인사 문제·기자 추태 등 잇달아 폭로
광주·전남 지역의 대안 언론으로 출발한 한 인터넷 사이트가 지역 언론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광주지역 전·현직 기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 사이트 ‘뉴스통’(www.newstong.com)이 예민한 언론계 내부의 이야기는 믈론 지면과 방송에 다 담지 못한 현직 기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통은, 4·13 총선 때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던 연청 광주시지부장 출신 김정수 서강정보대학 교수가 <무등일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는 사실을 가십거리로 삼았다. 역시 선거 때마다 출마했던 정당인 출신 조규범씨가 지난 8월 자금난에 허덕이던 <호남신문> 사장으로 취임한 것도 도마에 올렸다. 정치권 진출욕이 강한 대표이사가 취임해 언론을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운영하겠느냐고 꼬집었다. 특히 <무등일보>는 김정수 대표이사 취임 뒤 서강중·고등학교 학부모들에게 은밀히 구독을 권유했다는 사실이 뉴스통을 통해 드러나 망신을 샀다. 인터넷 신문이 아니라면 광주 지역 독자들이 여간해서는 듣기 힘든 뉴스였다. 그동안 ‘동업자 봐주기’ 관행에 따라 덮이기 마련이었던 기자들의 부도덕한 행태도 뉴스통은 가차없이 까발린다. 술에 만취해 폭력을 휘두르고 파출소에 붙잡혀 가서도 기자임을 내세워 행패를 부린 광주방송 백 아무개 기자의 추태가 ‘제2의 최창규 기자 사건’으로 소개되었고, 무면허 상태로 음주 운전을 하다 불구속 기소된 <광주매일> 반 아무개 기자의 실명과 행태를 여지없이 까발렸다.

‘성역’이었던 언론계의 잘못된 관행이 파헤쳐지자 뉴스통 자유 게시판에는 ‘25년 동안 기자들을 상전처럼 모시고 할 말 못한 채 살아왔다’는 한 공무원이 ‘뉴스통이 사법기관도 손 못대는 기자들의 비리(수의계약 공사·용역·인쇄물 청탁, 기사 쓰겠다는 공갈 협박)를 취재해 달라’는 격려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자치단체의 수장 역시 화살을 피해갈 수는 없다. 현직 단체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서민 시장의 길>이라는 자서전을 출간한 고재유 광주시장에 대해 뉴스통 기자는 ‘서민 시장답지 않게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책의 맨앞에 내세우는 등 업적 홍보에 치우쳤다’고 꼬집었다.

뉴스통은 광주은행이나 금호그룹 등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경제 권력에 대해서도 따끔하고 매서운 비판을 가했다. 이처럼 가감 없이 지역 현안과 언론계의 잘못된 관행을 공개하는 뉴스통은 사이트를 공개한 지 1주일 만에 지역 언론계의 뉴스 메이커가 되었다. 민감해진 일반 언론사 기자들은 “언론계를 겨냥한 까발리기식 폭로는 잠재적인 응원군인 기자들을 적으로 만들 뿐 아니라 오히려 뉴스통의 입지를 축소시킬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반면 뉴스다운 뉴스를 갈망했다는 한 시민은 “기성 언론이 담지 못하는 진짜 뉴스를 보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 더 생생하고 풍부한 정보가 나오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뉴스통은 현재 광주·전남 지역 현직 기자들을 주요 기고가로 활용하면서 ‘언론계 엿보기’ ‘뉴스 따라잡기’ ‘지역 인물 사전’ 같은 서비스를 통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인터넷 언론으로 성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심재식 뉴스통 편집장은 “컨텐츠를 다양화하기 위해 앞으로 전·현직 기자들의 기고에만 의존하지 않고, 일반인에게도 참여 폭을 확대해 광주 지역의 대안 언론으로 성장하겠다”라고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이처럼 지역 단위 전·현직 기자들이 적극 참여해 실험적인 인터넷 언론을 만든 것은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이다. 류한호 교수(광주대·언론정보학부)는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기사를 쓰는 언론인들이 도덕성을 유지하면서 언론 개혁을 위해 얼마나 강하게 결속할 수 있는가가 대안 언론으로 성공하느냐 여부를 좌우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현재 광주 지역에는 뉴스통 외에도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디지털 광주 21(Dk21)’이라는 사이트가 주민에게 각광받고 있다. DK 21은 광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가 편집장을 맡아 지역 사회의 현안과 시민 사회의 이슈들을 제기하고 토론하는 인터넷 언론으로, 지난해 금호그룹에 대한 반대운동을 여론화해 명성을 얻었다. 이밖에 인터넷 잡지 <전라도 닷컴>도 창간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통처럼 언론의 기능을 회복하려는 지역 대안 언론이 각광받는 까닭은, 그만큼 지역 언론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광주·전남 지역에는 모두 8개, 전북 지역에는 5개의 지역 일간지가 발행되고 있다. 이 달 말이 되면 <호남매일>과 <새전북신문>이 창간되어 호남 지역에서 발행되는 지역 일간지가 모두 15개나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지역민들은 언론이 ‘공해 수준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은다. 언론사들은 신문 발행의 자유를 구가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언론으로부터의 자유’를 고대하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지역 언론사들은 여전히 변화와 개혁에 둔감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7개나 되는 광주 지역 일간지들의 신문 시장 점유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지역에서 잘 나간다는 업계 1∼2위 일간 신문의 누적 적자가 40억∼50억 원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관련 시민단체와 학계의 교수들이 끊임없이 세미나를 열고 언론 개혁을 요구하지만 언론사들은 묵묵부답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격 인터넷 대안 언론을 표방한 뉴스통의 성공 여부는 언론 개혁과 관련해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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