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가까워 울고 웃는 대학들
  • 권은중 기자 (jungk@sisapress.com)
  • 승인 2000.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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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충청 지역도 공동화 심각… 수도권 출신 학생들, 편입 통한 ‘U턴’ 열망
수도권에서 통학이 가능한 마지노선이라고 할 강원과 충청 지역 대학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원인은 이 지역이 서울과 가깝기 때문이다. 두 지역 학생 모두 재학 중이나 졸업 후에 어떻게든 수도권으로 가려고만 한다. 그나마 올해부터 2학년 편입학을 금지하자 학생들의 서울행이 약간 주춤했다. 특히 충청 지역보다 통학이 수월한 강원 지역은 수도권 학생들이 어떻게든 서울로 빠져나가려고 해 그 폐해가 심각했다. 이들 지역의 수도권 의존도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를 보면, 강원 지역과 충남 지역의 1999년도 4년제 대학 신입생 미충원율은 전남 지역(15.4%)이나 제주 지역(16.8%)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5%대로 높은 수준이다. 또 고3 학생 수 대비 대학 입학 정원 비율도 충남 135%, 충북 115%, 강원 112%로 대학 정원 확보에 이미 비상이 걸렸다.

따라서 이 지역 대학들은 전국 고교생의 45.2%가 몰려 있는 수도권 지역 수험생을 유치해야만 존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대학은 인지도와 취업률이 떨어져 학생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 또 내세울 만한 특성화 학과가 없어 우수 학생 유치는 꿈도 못꾼다(45쪽 상자 기사 참조). 서울 소재 대학 입학자의 48.8%가 지방 출신이다. 강원·충청 지역 대학의 유일한 무기는 서울과 가깝다는 것 하나뿐이다.
9월1일 오후 9시. 금요일에 개강까지 겹쳐 학교가 술렁일 터인데 강원도 ㅅ대 앞 거리는 적막하다. 서울로 가는 마지막 통학 버스가 방금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김 아무개씨(전산학과 4년)는 “학교 앞보다 서울 강남이나 강변역 근처에서 한잔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한다. ㅅ대 앞은 오히려 월요일에 붐빈다. 오랜만에 만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학생의 70%가 수도권 출신이고, 그 중 3분의 1인 1천6백명이 매일 버스로 서울에서 통학한다. 1천6백명이 하루에 3~4시간씩 길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총학생회의 가장 큰 공약이 통학 버스의 서비스 개선일 정도로 이 학교에서 통학 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수도권 출신 학생이 많다 보니 매년 편입학으로 빠져나가는 학생이 상당하다. 한 학생은 신입생들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재수나 편입학 방법을 물어와 황당할 때가 많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주말에 학원에 다니며 재수를 준비한다. 또 수능 준비에 유리한 영어나 미적분학 같은 과목만을 수강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웃 ㅎ대학 상황은 더 심각하다. 2년제 대학에서 종합 대학으로 승격한 지 3년밖에 안되는 이 대학은 올 1학기 재적생 2천5백12명의 40%인 1천5명이 휴학했다. 이 학교는 재단 전입금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이 많이 휴학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편입학으로 받아들인 학생은 전체 휴학생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수도권 출신 학생들은 강원도 출신과 달리 자신이 강원도 소재 대학에 다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데다 졸업후 취업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재수나 편입학을 택한다. 군대에 가서 시간을 갖고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볼 수 있고 아무래도 취업에서 유리한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이 이런 병을 더 심하게 앓는다. 강원 지역 수도권 출신 학생들은 통학을 하느라 몸도 피곤하지만 마음은 그 못지 않게 편치 않은 셈이다.
8월31일 밤 10시께 관광 특구인 대전시 유성구 궁동. 충남대·한국과학기술원(KAIST)·목원대 등 대학들이 몰려 있는 이곳의 주 고객은 외국인이 아니라 근처 대학생이다. 이곳에서 만난 대전 지역 학생들 역시 강원 지역 학생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고민은 강원 지역과 달리 편입학이 아니라 취업이었다.

대전 지역은 수도권과 가깝기 때문에 수도권 출신 학생이 정원의 30% 정도이고, 수도권 대학과 수준이 비슷한 충남대의 경우는 그보다 더 낮아 20% 정도이다. 따라서 편입 열기는 강원 지역보다는 덜하다. 또 정부제2청사·과학연구단지·공단 등이 있어 강원 지역보다 취업하기가 수월하다.

그러나 수도권과 영·호남권을 잇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진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대다수 사립 대학 학생들은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학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아예 1학년 때 서울로 가려고 재수하는 학생도 많다고 한다. 대전 지역 사립 대학 복학생인 김 아무개씨(수학과 3년)는 자기 과 96학번의 경우 절반 이상이 서울로 가기 위해 자퇴했다고 말했다.

취업 때문에 고민하기는 국립 대학인 충남대생들도 마찬가지다. 충남대 이태훈 총학생회장(선박해양공학 4년)은 IMF 경제난 이후 순수 취업률이 40% 아래로 떨어져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대기업 입사원서를 점점 보기 어려워지고 취업도 안되어 학생들이 국립 대학이라도 지방 대학은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 관심도 취업에 쏠려 있고 총학생회도 학교와 함께 취업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 나섰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이런 이유로 이 지역 대학들은 취업률을 높이려고 적극 나서고 있다. 목원대 관계자는 “학교를 선택하는 조건에 취업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내실화뿐 아니라 취업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지방 대학 졸업생 공무원 특채 방안을 발표했으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강원도 한 사립 대학 기획처장은 “근시안적인 지원 정책은 지방 대학을 오히려 더 고사시킬 뿐이다. 정부가 국가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지방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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