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 있는 곳에 학생도 있다
  • 부산/박병출 (pbc@sisapress.com)
  • 승인 2000.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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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 대학들, 학교간 통합·내실화 등으로 살아 남기 안간힘
부산 지역 대학들의 고민은, 전남 지역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입시생 수와 대학 정원 사이에 아직은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졸업생들의 진로이다. 올해 부산 지역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60% 선으로 집계되고 있다. 여기에서 자영업자 부모를 돕는 경우 등 허수를 빼고 나면, 실제 취업자는 50%를 밑돌 것이라고 대학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낮은 취업률이 지방 대학 기피 현상을 부채질할 것은 불문가지다. 젊은이들 사이에는 ‘탈(脫) 부산’ 현상이 번지고 있다. 부산 인구는 1989년 이후 10년 동안 약 50만 명이 줄었다. 그 중 20∼30대가 60%를 차지해 인구 유출을 주도하고 있다.

전남 쪽에 학생 빼앗길까 걱정

ㅂ대학의 한 관계자는, 종전까지 우수 학생을 서울에 빼앗겨온 터에 이제는 전남 지역 대학 위기의 ‘불똥’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 학생들이 전남 지역 대학에 지원하는 경향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정작 심각한 것은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학교마다 경쟁적으로 건립하고 있는 벤처 기업 창업보육센터도, 곤두박질하는 코스닥 장세 등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학교 재정만 더욱 어렵게 만드는 ‘막차 타기 경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립 부경대학교(총장 강남주)의 경우는, 살아 남기 전략의 한 모델로 평가된다. 이 대학은 1996년 국립 수산대학교와 국립 부산공업대학교를 통합해 출범했다.

수산 분야 특수 대학이라는 성격이 강했던 수산대는 공업대와 짝을 지으면서 뭍으로 상륙하는 효과를 얻었고, 개방 대학으로 운영되던 공업대는 명실상부한 종합 대학 위상을 갖추면서 캠퍼스 부지난도 해소했다. 10개 가까운 공업 계열 유사 학과와 관리 부서를 통폐합해 구조 조정 효과도 얻었다. 부경대 이석모 교무부처장(공학박사)은 “대학의 양적 경쟁력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규모 증대를 위한 에너지 소모가 불필요해졌고, 캠퍼스가 인접해 통합 대학 유지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무엇보다 ‘특수 지향 소극적 대학’에서 ‘전국 유수 국립 종합대’로 떠오른 것이 통합의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동아대학교 김창남 기획실장(경제학부 교수)은 “대학마다 입시 홍보에 매년 수십억 원씩 쏟아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마다 핵심 분야를 특성화하고 다른 대학과 제휴해 학점을 교류하는 등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방 대학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간 제살 깎아 먹기식 과당 경쟁부터 없애야 한다”라고 말하며, 국립 대학 난립과 대형화 선호가 지방 대학 위기를 부르는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후발 사립 대학의 경우는 또 다르다. 이들에게는 모든 선발 대학이 위협적인 존재들이다. 인제대학교 김성수 기획실장(정치학 박사)은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보험’은 적극적인 투자와 내실화뿐이다”라고 말했다. 인제대학교는 1989년 종합 대학으로 승격한 이후 각종 대학 평가에서 우수·최우수 등을 놓치지 않고 5년 연속(1996∼2000년) 교육부 정원 자율화 대학, 3년 연속(1996∼1998년) 교육개혁 우수대학에 선정되는 등 급속 성장했다. 매년 전국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단 전입금을 내놓은 과감한 투자가 그 힘이다.

그러나 대학과 학생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왜곡된 교육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어떤 노력도 지방 대학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부산 지역 대학 관계자들은, 우선 교육부가 대학 문제를 국립 대 사립이 아닌 수도권 대학 대 지방 대학이라는 구도로 파악하기만 해도 좋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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