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자 2명 추행한 ''엽기 교수의 행각'' 현장 검증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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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자 2명 밤새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엽기 교수의 행각’ 현장 검증
지난 12월2일 오후 2시,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 양천경찰서 형사과 마약반 조사실. 한 사립 대학교 치과대학 교수인 김진철씨(가명·40·서울시 반포동)는 점퍼를 얼굴에 푹 뒤집어쓴 채 방송 카메라 앞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고개를 떨군 김씨에게 MBC 기자가 물었다. “제자들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김씨는 “아침에 깨어보니 여관이었습니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 뒤 입을 닫아버렸다.

김교수는 이틀 뒤 ‘준 강간치상 및 위계에 의한 간음’ 혐의로 구속 수감되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교수는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대학원생 여제자 2명과 한 방에 투숙한 뒤 심신 상실 상태인 제자들을 차례로 성폭행했다. 양천경찰서 마약반 김은중 경사는 “김교수가 사건 무마를 위해 다음날 여제자 한 명을 불러낸 뒤 또다시 성폭행했다”라고 말했다. 김교수는 ㄷ대학 치과대학과 ㅅ대 대학원을 졸업한 예방치학 박사이다. 보건복지부 사무관을 지냈고 국내 구강보건학계에서 전도 양양한 소장학자이다. 김교수는 현재 경찰에서 혐의를 시인했던 초기 진술을 번복하고 성폭행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하단 상자 기사 참조).

제자들을 술집 접대부 취급

경찰이 밝힌 성폭행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이정아씨(가명·25·서울시 송파구)와 김현희씨(가명·28·경기도 성남시)는 ㄷ대학교 대학원 과정을 수강하는 직장인이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치과의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두 사람은 올해부터 ㄷ대학교 정책대학원에 입학해 구강보건학을 공부했다. 수사관들에 따르면, 두 사람의 학교 생활은 성실했다. 이정아씨는 2년제 전문대학을 마치고 방송통신대학에 편입해 졸업한 뒤 어렵게 공부해왔다. 김씨 역시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ㄷ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했다.

11월21일 밤 10시 넘어 세미나를 끝낸 두 사람은 ㄷ대 치과대학 학장 ㅅ씨와 김교수의 단골 단란주점인 ㅌ클럽을 찾았다. “이번 기회에 얼굴 비치는 것이 대학원 생활 하는 데 좋다”라는 선배 대학원생의 말을 거절할 수 없어서였다. 1차 모임이 끝나자 김교수와 치과대학원생 정박사(39·ㅈ치과 원장)가 ‘술 깨고 나서 서울 올라가자’라며 김교수의 단골 가게인 ‘ㄷ카페’로 두 사람을 이끌었다. 김교수와 정박사는 양주에 불을 붙여 화주(火酒)를 만들어 마셨고, 폭탄주를 돌렸다. 이정아씨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김교수는 이씨의 손을 잡고 껴안았다. 술에 취한 김현희씨도 자신의 몸을 더듬는 정박사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 날 네 사람은 ㄷ카페에서 양주 2병에 맥주 30병을 비웠다. 이씨와 김씨는 경찰 진술에서 “교수에게 잘 보여야 했다. 정박사와 교수가 주는 술을 거부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새벽 5시께. 두 대학원생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하자 김교수 일행은 두 사람을 모텔에 데려가 재우기로 했다. 하지만 제자들을 ㅈ모텔에 데려다주고 돌아오겠다던 김교수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9시. 잠에서 깨어난 이씨와 김씨는 자신들의 옆에 김교수가 누워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교수는 이씨와 김씨에게 사과하고 달랬다. 김교수는 다음날 김현희씨를 불러내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하라. 석사 학위나 앞날도 걱정해야지. 뒤를 봐주겠다”라면서 또다시 모텔로 이끌었다. 다음날, 고통에 시달리다가 경찰병원을 찾은 이정아씨는 자신이 성폭행당하고 처녀성을 상실한 사실에 경악했다. 이씨는 ‘아동 성폭력 피해자 가족 모임’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결국 제보를 받은 양천경찰서 마약반(반장 박미옥)은 12월1일 김교수를 긴급 체포했다.

김교수의 여제자 성폭행 사건은 교수 사회에 만연한 도제 시스템과 비뚤어진 술자리 문화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김교수와 정박사는 지도해야 할 제자와 후배들을 ‘끼고’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경찰은 김교수와 함께 술을 마신 정박사도 강제 추행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ㄷ대학교의 질펀한 술자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본다. 실제 김교수의 성폭행 사건이 알려진 뒤 ‘피해자가 더 있다’는 제보가 경찰에 입수되었다. 하지만 ㄷ대학교 치과대학 관계자는 “학기가 끝날 때 한번씩 회식을 하긴 하지만 질펀한 자리는 없었다”라며 상습적인 술자리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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