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복음 신도들의 헌금이 새고 있다”
  • 권은중 기자(jungk@e-sisa.co.kr) ()
  • 승인 2000.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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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노조·언론노련, 넥스트미디어 경영 방식에 의혹 제기
교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은 담임목사 세습 문제만이 아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이하 순복음교회) 담임목사인 조용기 목사의 아들 조희준 넥스트미디어코퍼레이션(이하 넥스트미디어) 회장이 순복음교회의 성금을 전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또 7월20일에는 교계의 한 신문이 ‘<스포츠 투데이>를 바로 보자’고 주장하는 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다(35쪽 상자 기사 참조).

1988년 12월 세계 최초의 일간 기독교 선교지를 표방하고 창간된 <국민일보>는 창간 이후 지난해 9월까지 순복음교회로부터 매월 20억원씩 선교지원금을 받았다. 윤전기 구입비 2백50억원과 초기 투자금 4백억원을 합치면 순복음교회가 지원한 금액은 3천억원을 훨씬 웃돈다. <국민일보> 노조는 지금까지 교회 자금 약 6천4백억원이 투자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순복음교회는 조회장이 <국민일보>에 취임(1997년 11월)한 뒤 1998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국민일보>가 교회에 지고 있는 부채 4백47억원을 탕감해 주었다. 특히 첫번째 부채 탕감을 해준 1998년은 그가 대표이사로 있던 국민미디어앤트컴(넥스트미디어 전신)이 순복음재단(이사장·조용기) 소유의 <국민일보> 주식을 79억원에 인수한 때와 일치한다.

이와 같은 순복음교회의 부채 탕감 조처로 <국민일보>는 영업 적자가 수백억원 누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자산 가치가 2백73억원으로 불어났다. 조회장은 교회재단 소유 신문을 사유화한 데 그치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2백억원 가까이 차익을 남긴 것이다. 이는 일반 기업들이 세습을 위해 애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순복음교회가 비영리 재단이어서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제19조에 규정된 대로 과세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회장은 회사명을 국민미디어앤드컴에서 넥스트미디어로 바꾸고 <국민일보>를 적극 분사하기 시작했다. 자산가치 2백73억원의 효과를 극대화하며 총무국·여론조사부·출판국·제작국·판매국·멀티미디어팀 등 신문사 모든 부서를 분사하고 편집국과 광고국만 남겨 놓았다. 조회장은 1999년 10월 <국민일보> 주식 100%를 종합신문판매(주)에 1백2억원에 다시 팔았다.

조회장은 주식을 판 다음 달에 <국민일보> 회장 직을 사퇴했다. 사퇴하면서 조회장은 “<국민일보> 주식을 범기독교인에게 공개해서 명실상부한 기독교 신문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이종대 사장은 “순복음 교인들에게 주식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혀 <국민일보> 주식은 다시 순복음 교인에게 넘어갈 전망이다.

그런데 순복음 교인들이 주주가 되어 신문을 소유하게 된다면 차기 경영진은 모든 제작 용역을 교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넥스트미디어 산하 자회사에 주어야 하기 때문에 매출액의 상당 부분은 고스란히 넥스트미디어로 들어가게 된다. <국민일보> 김용백 노조위원장은 “결국 조회장은 자신의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국민일보>를 통해 교회로부터 계속해서 끌어내겠다는 속셈이다”라고 꼬집었다.평생 독자 구독료 3백20억원을 둘러싼 논란

또 하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국민일보> 선교사업의 핵심인 평생 독자 구독료 3백20억원을 <국민일보>가 아닌 넥스트미디어에서 분사한 종합신문판매(주)라는 회사가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생고객서비스본부를 이 자회사로 옮긴 배경이나 과정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 납세자운동본부 관계자는 “사업부를 이전하려면 특별 주주총회를 열어 특별 결의를 해야 한다.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정당한 대가를 치렀는지 밝혀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회사측은 “종합신문판매의 전신인 <국민일보>판매지원(주)이 맡아 온 일이고, 이 기금이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고 판단해 양도양수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고위 관계자는 “이 돈은 순복음재단측이 관리해 왔고, 관리 주체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일보> 의지와는 무관했다”라고 해명했다.

계속되는 분사와 지방 발령 등으로 <국민일보>가 폐간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어 기자들이 30명 가까이 회사를 떠났지만, 회사는 분사를 추진하고 새로운 매체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김용백 노조위원장은 △회사 발전 청사진 제시 △자립 경영책 마련 △분사된 회사 원상 복귀 △평생독자회비 반환 등을 요구하며 3월20일부터 30일간 단식 투쟁을 벌였고, 편집국 차장단은 경영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순복음교회의 돈이 부당하게 전용되고 있다는 의혹은 <국민일보> 직원들만 제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순복음교회 장로들은 지난해와 올 6월 말 교회 돈이 <국민일보>와 넥스트미디어에 너무 많이 투입되는 것 아니냐며 문제 제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6월 중순 조용기 목사가 아프리카로 출장갔을 때 장로들이 직접 서명했을 정도로 단체 행동이 매우 구체적이었다고 순복음교회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조회장은 지난해 3월에 <스포츠 투데이>를 창간하고 또 9월에는 2백40억원을 주고 현대방송을 인수해 NTV를 만들었다. 올 10월에는 연예 정보 채널을 개국할 예정이다. 또 지난 6월23일에는 경제 전문지인 <파이낸셜 뉴스>를 창간했다.

조회장은 6월30일에 일본 히타치 그룹 계열사인 히타치 맥셀 사와 함께 천억원 규모의 합작투자 조인식을 가졌다. 히타치 맥셀 사는 1차로 35억 엔을 새로 설립한 지주회사인 넥스트미디어 홀딩스(주)에 투자한 후 지분을 34%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언론노련은 이와 같은 파행적인 경영을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 국세청에 조희준 회장을 고발했고 세무 조사를 촉구하는 집회까지 열었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통상적인 세무 조사는 이미 하고 있다. 실사를 계획하지는 않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국민일보> 감사보고서와 몇몇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당 부분 의심이 가기는 하지만 세무 조사처럼 내부 자료를 근거로 정밀하게 조사하지 않는다면 판단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노조는 이런 이유로 국세청이 넥스트미디어와 <국민일보>, 또 순복음교회의 연결재무제표를 조사해야만 내막이 드러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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