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사이버 치한'' 블랙 리스트 만든다
  • 安殷周 기자 ()
  • 승인 200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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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윤리위, 인터넷 성폭력 추방 대책 마련
여성 네티즌이 증가함에 따라 사이버 성폭력 피해가 크게 늘고 있다. 5월 초 대기업 사원 정 아무개씨와 김 아무개씨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미성년자와 원조 교제를 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또 17세 고등학생 4명이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중생을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후 폭행 장면을 촬영한 비디오를 돌려 보다가 검거되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지난 한 해 적발한 사이버 성폭력 사건은 모두 4천7백1건.

그러나 드러난 사건은 전체 규모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사법 처리로 이어지지 않은 사이버 성폭력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이버 성폭력 피해 신고센터’(신고센터) 이경화 팀장은 “특히 최근에 일어나는 사이버 성폭력은 온라인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생활에서 스토킹이나 성폭행으로 이어지고 있어 심각하다”라고 지적한다. 신고센터가 실시한 인터넷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3.2%가 사이버 세계에서 성적인 모욕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18.9%가 목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표 참조).

다짜고짜 “나랑 뽀뽀할래?”

채팅 방에 들어갔던 20대 여성 한 아무개씨는 채팅 상대로부터 다짜고짜 ‘나랑 뽀뽀할래? 네 가슴 좀 만지게 해줘. 또 섹스도 하게 해줘…’라는 성희롱을 당했다. 이처럼 사이버 세계의 성희롱으로 그치는 경우는 그나마 양호한 수준이다. 현실 생활의 스토킹으로 이어져 심리적·경제적 피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30대 여성 김 아무개씨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려오는 음란 전화와 전자 우편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한 것은 물론, 한동안 회사 생활을 할 수 없었다. 김씨 몰래 누군가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에 ‘섹스 파트너 구함’이라는 글과 함께 김씨 핸드폰 번호와 전자 우편 주소를 올렸기 때문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캐나다인 M씨는 자신의 성생활을 비난한 글이 인터넷에 떠다니는 바람에 취업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또 여대생 이 아무개씨는 사이버 세계에서 스토킹을 하던 김 아무개씨가 김씨의 나체 사진을 우편으로 보내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히자 경찰에 신고했다. 이처럼 사이버 성폭력이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므로 네티즌의 에티켓에 호소하는 것 외에 별다른 제재를 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경찰청 사이버 범죄 수사대 양근원 경장은 “범인들이 사이버 세계에서 신분을 거짓으로 등록하거나 남의 아이디를 멋대로 도용하는 탓에 검거하기가 쉽지 않다. 단서를 찾는 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접속 정보가 유일한 단서인데, 사이트 관리사가 접속 정보를 보관하지 않아 추적이 불가능한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또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수집해 신고하지 않으면 수사할 수 없어 피해자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령 범인을 검거해도 현행법에 따르면 처벌은 대부분 1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형에 그친다. 신고센터 이경화 팀장은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남을 괴롭히는 행위를 자제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이버 성폭력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여성임을 드러내는 유저네임을 사용하지 말고,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Four11·Whowhere 등등)를 점검해 자신의 개인 정보를 삭제하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이버 스토킹이나 희롱을 당한 경우에는 증거를 출력해 인터넷 접속 서비스업체(ISP) 시스템 관리자에게 해당 사건을 알리고, 신고센터에 신속하게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네티켓(네티즌의 에티켓)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의 지적이다. “대다수 네티즌은 운전 에티켓이나 법규는 모른 채 승용차 조작만 할 줄 아는 운전자와 같다. 사이버 공간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예의와 질서를 지킬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네티즌 윤리강령’을 제정해 6월에 선포하고,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전면 개정해 사이버 성폭력자 명단을 통신사업자에게 통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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