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바보짓에 국민 세금 줄줄 샌다
  • 宋 俊 기자 ()
  • 승인 1999.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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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실패·세금 낭비 실태 고발/부 실 공사·중복 투자·무책임 ‘끔찍’
올해 정부는 세금 80조5천7백억원을 걷어 85조7천9백억원을 쓸 계획이다. 국채도 13조5천억원어치 발행한다. 엄청난 적자 예산이다. 83년 회계 기술상의 필요 때문에 3백억 적자 예산을 편성했던 것을 제외하면, 건국 이래 처음 재정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재정 적자는 나라 빚이다. 개인이든 나라든 일단 빚에 휘말리면 여간해서 헤어나기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재정 수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까지는 재정 적자를 면치 못한다. 국채도 91조원까지 불어나, 2016년이 되어야 겨우 갚을 수 있으리라는 지적이다.

올해 국민 한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은 약 1백88만원. 이 ‘피 같은 돈’이 줄줄 새고 있다면? 불행하게도 이것은 ‘실제 상황’이다. 엉성한 사업 계획 때문에 부실 공사가 만발하고, 투자가 중복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를 방지할 제도도, 나중에 책임을 물을 방법도, 재발을 막을 장치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처구니없는 정책 실패와 예산 낭비 실태를 고발한다. <편집자>


청주국제공항은 5월을 맞을 채비로 분주하다. 5월17∼23일 열릴 99청주국제항공엑스포가 코앞에 닥쳤다. 곡예 비행·스카이다이빙·패러 글라이딩·열기구 등 벌써부터 솜씨 자랑을 벼르는 열기가 후끈하다. 이 꿈의 무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정부의 정책 실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청주국제공항이 문을 연 것은 97년 4월. 항공 운송 사각 지대인 중부권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정부의 야심작이었다. 결과는 사실상 개점 휴업. 1년도 지나지 않아 청주∼나고야 등 국제 노선 4개가 모두 폐쇄되고, 국내 노선마저 청주∼제주 노선만 남긴 채 운항이 전면 중단되었다.

다급해진 건설교통부는 공항 활성화를 위해 98년 3월부터 민간 항공기 훈련 비행을 허용했고, 곧 러시아·동유럽 국가의 화물 전세기를 취항시킬 예정이다. 이 촌극을 벌이는 데 건설비만 7백50억원이 들었다.

8천억 들인 두 항구는 ‘유령 부두’

97년 말 완공한 평택항(경기)과 광양항(전남)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폭증하는 수도권 물동량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해양수산부는 2천 7백89억원을 들여 평택에 선석(船席) 4개를 갖춘 항구를 조성했다. 그러나 개항한 지 9개월이 지나도록 선석 세 곳에는 화물선이 단 한 척도 입항하지 않았다.

5천1백69억원을 쏟아부은 광양항은 개항하고도 반 년 가까이 배 한 척 없는 ‘유령 부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아시아권을 호령하는 세계적 중추 항만’이 본래 광양항의 청사진이었다. 이 포부가 물거품이 된 까닭은 광양항의 항로 수심이 13.7m에 불과한 데다(5만t급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최소 안전 수심은 15m), 연계 교통망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부랴부랴 30억원을 긴급 투입해 98년 5월부터 안전 수심을 확보하는 준설 작업에 나섰고, 남해고속도로와 경전선(부산∼광주) 철도로 이어지는 인입로 공사에 매달렸다. 이래저래 광양항은 3만t급 중·소형 선박이나 받아들이는 간이 항만으로 위상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경부 고속 철도·영종도 신공항 건설 등은 부실 공사 문제까지 겹쳐, 완공 후까지 두고두고 골치덩이가 될 전망이다. 경부 고속 철도는 노선이 다 확정되기도 전에 미완의 사업 계획을 앞세워 공사를 강행한 경우다. 빈번하게 설계를 변경하느라 사업 기간이 6년이나 연장되었고, 예산도 5조8천억원에서 18조4천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건설교통부(건교부)가 누락한 비용까지 합하면, 실제 공사비는 22조2백92억원에 달한다. 감사원의 특감 결과에 따르면, 고속 철도 사업의 부실 항목은 무려 1백1개.

지난 7년 동안 4조원 이상이 투입된 영종도 신공항은 공사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바닷물이 구조물 틈 사이로 스며드는 지경이다. 설계를 자주 변경해 사업비(약 7조5천억원)도 1조원 이상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신공항 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도 예산 낭비가 3조1천2백81억원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잦은 설계 변경 문제는 관급 공사의 고질 중의 고질로 꼽힌다. 고의성 혐의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한 제보자에 따르면, 우선 저예산으로 사업을 계획해 일단 예산을 확정받은 다음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고 설계를 변경해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는 요령 피우기는 그나마 합법적이다.
공무원, 공사 기간 늘려 가외 소득

굳이 비리 커넥션을 떠올릴 필요도 없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것만으로 사업 담당 공무원은 쏠쏠한 가외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출장비 혹은 파견 근무 수당 형식으로 월급 외 소득이 만만치 않은데, 심지어 하루 가외 수당이 1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흔히 설계 변경으로 인해 공사 기간이 몇년씩 연장되는 선례를 감안하면,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고의성 여부는 확인된 바 없지만, 설계 변경 사례가 우연치고는 지나치게 빈번하다. 지난해 말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95년 이후 산하 지방청 등에서 추진한 10억원 이상 대형 사업이 2백18건인데, 모두 9백17차례 설계 변경이 이루어져 공사비가 2조3백억원에서 2조9천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작년 하반기 철도청이 조사한 결과도 대동 소이하다. 44개 공사에서 2백29회 설계가 변경되어 총비용이 1조7천5백억원에서 2조2천7백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신나는 공사’(부실 공사 포함)의 폐해는 몇년 내지 몇십년 뒤에 나타나고, 책임을 묻는 장치도 그리 견고하지 못하다. 그러니 사업 계획을 치밀하게 짜는 데 머리를 싸매기보다 삽부터 뜨고 보는 ‘행동파’가 훨씬 매력 있다. 고속 철도 사업의 경우 일본(동해선)은 20년 가량 사업 타당성을 검토해 계획을 세우고 5년 반 만에 완공했고, 프랑스(동남선)도 계획에 21년, 공사에 5년 반을 들였다. 우리 고속 철도 사업은 거꾸로다(계획 11년, 공사 12년).

위 사례에서 보듯 우리 관급 공사 대부분은 묘한 공통점을 보여준다. 청사진은 엉성한데 장밋빛 선전이 거창하다는 점이다. 사업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실제 요구되는 용량 이상을 적정 규모라고 주장하며 건설을 강행하는 관행도 우연치고는 너무 닮은꼴이다. 크게 지으면 당연히 공사 기간이 더 길어지고 예산도 많아진다.

사례 하나. 주암댐 2단계 확장 공사는 광주광역시 상수도 사업의 일환이다. 광주경실련에 따르면, 사업본부측 설계 보고서가 주장한 96년 수요량이 하루 66만t이었는데 실제 급수량은 43만t에 그쳤다. 확장 공사 후 정수장의 현재 총용량은 하루 83만t인데 실제 급수량은 40만t(가동률 47%)이다. 그런데 사업본부측은 또 2009년부터 급수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2단계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97년 말 현재 전국 상수도관 누수율은 평균 14.8%, 누수량은 8억9천t이었다. 이 물의 원가만 따져도 3천9백억원에 달한다. 파열된 상수도관을 방치해 1년 내내 수돗물이 흐르는 곳도 있다. 서울 삼양동 재개발지역 1지구는 주택 철거 과정에서 수도관이 터졌는데 구청과 조합측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98년 말 현재).

쓰레기 소각장도 비슷한 사례다. 안양시 소각장은 적정량보다 2백t 가량 과다하게 건립되었다. 또 추진 중인 사업 가운데 남양주시가 백t, 안산·파주·안성 시가 각 50t 가량 과다하게 책정해 모두 7백억원 이상이 추가 소요될 전망이다.
공무원, 공사 기간 늘려 가외 소득

굳이 비리 커넥션을 떠올릴 필요도 없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것만으로 사업 담당 공무원은 쏠쏠한 가외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출장비 혹은 파견 근무 수당 형식으로 월급 외 소득이 만만치 않은데, 심지어 하루 가외 수당이 1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흔히 설계 변경으로 인해 공사 기간이 몇년씩 연장되는 선례를 감안하면,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고의성 여부는 확인된 바 없지만, 설계 변경 사례가 우연치고는 지나치게 빈번하다. 지난해 말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95년 이후 산하 지방청 등에서 추진한 10억원 이상 대형 사업이 2백18건인데, 모두 9백17차례 설계 변경이 이루어져 공사비가 2조3백억원에서 2조9천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작년 하반기 철도청이 조사한 결과도 대동 소이하다. 44개 공사에서 2백29회 설계가 변경되어 총비용이 1조7천5백억원에서 2조2천7백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신나는 공사’(부실 공사 포함)의 폐해는 몇년 내지 몇십년 뒤에 나타나고, 책임을 묻는 장치도 그리 견고하지 못하다. 그러니 사업 계획을 치밀하게 짜는 데 머리를 싸매기보다 삽부터 뜨고 보는 ‘행동파’가 훨씬 매력 있다. 고속 철도 사업의 경우 일본(동해선)은 20년 가량 사업 타당성을 검토해 계획을 세우고 5년 반 만에 완공했고, 프랑스(동남선)도 계획에 21년, 공사에 5년 반을 들였다. 우리 고속 철도 사업은 거꾸로다(계획 11년, 공사 12년).

위 사례에서 보듯 우리 관급 공사 대부분은 묘한 공통점을 보여준다. 청사진은 엉성한데 장밋빛 선전이 거창하다는 점이다. 사업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실제 요구되는 용량 이상을 적정 규모라고 주장하며 건설을 강행하는 관행도 우연치고는 너무 닮은꼴이다. 크게 지으면 당연히 공사 기간이 더 길어지고 예산도 많아진다.

사례 하나. 주암댐 2단계 확장 공사는 광주광역시 상수도 사업의 일환이다. 광주경실련에 따르면, 사업본부측 설계 보고서가 주장한 96년 수요량이 하루 66만t이었는데 실제 급수량은 43만t에 그쳤다. 확장 공사 후 정수장의 현재 총용량은 하루 83만t인데 실제 급수량은 40만t(가동률 47%)이다. 그런데 사업본부측은 또 2009년부터 급수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2단계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97년 말 현재 전국 상수도관 누수율은 평균 14.8%, 누수량은 8억9천t이었다. 이 물의 원가만 따져도 3천9백억원에 달한다. 파열된 상수도관을 방치해 1년 내내 수돗물이 흐르는 곳도 있다. 서울 삼양동 재개발지역 1지구는 주택 철거 과정에서 수도관이 터졌는데 구청과 조합측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98년 말 현재).

쓰레기 소각장도 비슷한 사례다. 안양시 소각장은 적정량보다 2백t 가량 과다하게 건립되었다. 또 추진 중인 사업 가운데 남양주시가 백t, 안산·파주·안성 시가 각 50t 가량 과다하게 책정해 모두 7백억원 이상이 추가 소요될 전망이다.
지하도 옆에 육교, 육교 옆에 횡단 보도

경기도 파주 ㅁ저수지 축조 사업은 또 다른 파행을 보여준다. 저수지를 만들 때 수몰지에 대한 보상은 물이 가득 고였을 때 잠기는 토지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상례이나, ㅁ저수지의 경우는 홍수 때 물결이 일 최대 표고를 기준으로 토지를 매입했다. 그것 자체가 예산 낭비에 해당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 가지 ‘가능성’이 또 숨어 있다.

수직 높이로만 보면 표고가 만수 때보다 4m 높은 데 불과하지만, 그 4m 구간을 수평으로 살펴보면 호숫가의 고즈넉한 금싸라기 땅이 되는 것이다. 이 땅의 당시 보상가는 평당 10만원, 현재 시가는 백만원 가량 된다. 그 땅에 벌써 힘깨나 쓰는 관공서의 연수원이 들어서 있다.

교육부 관련 사업들도 ‘재미 있다’. 교육부는 97년부터 초·중·고교 교실에 586PC와 43인치 대형 텔레비전 및 VCR를 보급하는 ‘교단 선진화 사업’을 해왔다. 문제는 이전에 이미 텔레비전과 VCR 보급률이 각각 89%와 39%였는데, 기존 자재를 활용할 계획 없이 학급당 3백만원씩 지원금을 일률적으로 지원해 6백77억원을 중복 투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한 학교의 건물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그 학교와 설계가 동일하게 시공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시내 1백75개 초등학교 건물 외벽을 새로 시공하다가 감사원으로부터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았다 (8백23억원).

사업 규모는 작을지 모르나 어처구니없는 선심 사업 사례도 적지 않다. 거제도 장성포는 여객 터미널 풍년이다. 93년께 해운항만청이 52억원을 들여 여객선 터미널을 건설했는데, 거제시에서 버스로 15분 거리에 새로 터미널을 건설하고 있다(15억원). 강화도의 한 선착장은 수리를 하는 대신 바로 옆에 2억원을 들여 새로 선착장을 건설했다. 전남 진도에는 작년 말부터 ‘제2 진도대교 건설 축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현재 교통은 원활한 상태이며, 군민은 모두 5만명이다.

‘일단 쓰고 보자’는 풍토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른바 ‘디셈버 피버(12월의 열기)’가 그것이다. 미처 다 쓰지 못한 세금을 이듬해로 넘길 경우 새해 예산을 삭감당할까 봐 12월에 몰아치기로 돈을 길거리에 뿌리다시피 하는 관행이다. △보도 블록 교체 △겨울철 나무 심기 △멀쩡한 건물이나 정문 뜯어고치기 따위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대개 중복 건설·막무가내 투자·옹고집 집행 따위 특징을 보인다.

ㅇ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육교를 건설하려다 주민의 반대에 직면한 ㅇ시는 제2의 장소에서도 저항을 받아 결국 제3의 장소에서 뜻을 관철했다. 그런데 그곳에는 이미 지하도가 있었으며, 좌회전 신호가 불가피한 지역이어서 육교가 오히려 신호등을 가리는 역효과까지 내게 되었다.

농촌 지역인 ㅎ군에는 지난해 12월 난데 없이 4차선 도로가 들어섰다. 교통량이 많지 않은 곳이었는데, 곳곳에 육교도 세웠다. 옆이 논밭인데도 육중한 가드 레일까지 갖춘 중무장 도로였다. 주민들은 “횡단 보도도 필요없는데 웬 육교냐? 또 기왕 길을 닦을 양이면 농기계가 다닐 수 있도록 지하 차도를 냈어야 옳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지난 연말. 서울 고척동의 한 거리에는 횡단 보도 바로 옆에 육교가 세워졌고, 면목동의 한 교차로에서는 도로를 줄였다 확장하는 과정에서 육교를 허물고 다시 짓는 작업이 벌어졌다. ㄱ시청은 3천만원을 들여 정문을 고쳐 지었다.
KIST, 연구비 1억7천만원 술값으로 써

이번에는 넋 빠진 예산 낭비 사례다. 예산청은 지난해 9∼10월 바쁘다며 이사를 미루다 새로 계약한 빌딩의 화장실 한 번 써보지 않고 월 사용료 5천만원을 고스란히 바쳤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국가 연구비 59억원을 부당 집행했는데, 그 가운데 1억7천만원이 연구비 명목으로 지출된 단란 주점 술값이었다.

정책 실패에 따른 책임감은 언감 생심, 그 실패를 호도하기 위한 홍보비로 다시 혈세를 뿌리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3월 국민연금을 확대하려다 물의를 빚자 복지부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대대적인 해명 작업을 벌였고, 사과문과 설명문을 담은 우편물을 전국에 배포했다. 이 광고비와 우편 요금 역시 ‘핏물이 뚝뚝 흐르는’ 납세자의 피땀이었다.

현행 법규는, 비리만 저지르지 않으면 행정 지침에 맞게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돈을 허공에 뿌릴 ‘융통성’을 열어놓고 있다. 문제는 예산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타당하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꾸짖고 감시할 기구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회계 감사보다 직무 감찰에 기울어 있고, 국회는 국회대로 권력 줄다리기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형편이다. 행정부 각 부처의 자체 감사는 없느니만 못하고, 지방 의회의 역량은 아직 역부족이다(위 상자 기사 참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들어 경실련과 참여연대가 납세자 권리 찾기 운동을 본격 시작한 사실이다. 선진국의 파상적인 조세 저항 운동에 견주면 걸음마에 불과하지만, 몇 달 사이에 시민 고발을 통해 해결한 사례가 적지 않은 사실은 그 가능성의 싹을 보여준다(42쪽 딸린 기사 참조).

세금을 내고, 그 돈이 바로 쓰이도록 ‘가르치는 일’마저 국민이 해야 한다면, 도대체 누가 공무원을 국민의 공복이라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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