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산치수의 혁명 ‘녹색 댐’
  • 朴晟濬 기자 ()
  • 승인 1997.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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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림 조성·사방 공사로 토사 유출 방지… 인공 댐만큼 효과 커
산좋고, 물 좋다는 말은 옛말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뿐’이라는 말은 더더욱 옛이야기이다. 수자원 관계자들은 2000년대 물 부족량이 약 60억t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본격적인 물 부족 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는 지리·기후 특성상 원래부터 물이 부족한 곳이다. 우선 산림 면적으로 따지면, 한국은 일본·핀란드와 함께 국토 면적에서 산림 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산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유출되는 강수량이 많음을 의미한다. 어디 그뿐인가. 한반도의 연간 강수량은 70% 가까이가 여름철에 집중해 있다. 강우 시기가 편중되어 있어 물을 관리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개발 시대에는 이같은 어려움을 댐 건설로 보완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다. 최근 산림청 임업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산림의 홍수 조절 기능과 수원(水源) 조성 기능을 강조한‘녹색 댐’ 개념을 적극 연구하고 있는 것이 좋은 본보기이다.

일본에서 시작된 녹색 댐 운동은 인공 댐의 부작용을 막을 대안으로 출발했다. 인공 댐의‘내용(耐用) 연한’은 보통 80~백 년. 그런데 일본의 경우, 약 25년 사이에 전체 댐의 90%가 매몰되어 못쓰게 되었다. 원인을 조사해 보니 댐만 건설해 놓고 산림을 관리하지 않아 토사가 대규모로 유출된 것이다. 일본인이 자연스레 눈을 돌린 곳이 산림 관리, 바로 녹색 댐이다.

녹색 댐의 핵심 내용은 인공림을 조성해 이를 잘 유지·관리한다는 것이다. 인공림을 간벌하고, 빽빽히 자란 나무는 가지치기를 해주며,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사방 공사를 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목적은 토양 유실을 막아 물을 가두는 능력을 높이는 데 있다.

水源 보호·수질 오염 방지 탁월

잘 가꾼 산과 헐벗은 산의 토사 유출량 차이는 이미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임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잘 가꾼 산의 연간 토사 유출량은 0.9t인 반면 헐벗은 산의 토사 유출량은 연간 1백18t. 무려 1백31배나 차이가 난다.

‘산과 물은 둘이 아니다’라는 개념을 도외시한 채 댐 건설 위주의 물 공급 정책을 편 일본은 60년대에 심각한 물 부족을 겪었다. 64년 도쿄올림픽 때 84일간 제한 급수를 했던 도쿄의 경험이 대표적이다. 당시 오키나와는 연간 3백26일 제한 급수를 실시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녹색 댐 개념을 도입하자고 부르짖는 임업연구원 정용호 산림자원연구실장은 일본의 경험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지형 특성이나 기후가 비슷한 일본의 녹색 댐 성공 사례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실장은 “임하댐의 유효 담수량이 4억t 정도다. 2000년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하댐 크기의 댐이 15개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녹색 댐을 효과적으로 조성해 활용하면 인공 댐 건설을 최소화하고서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그가 외쳐온 ‘녹색 댐 건설’ 주장은 환경 단체의 물 관련 심포지엄에서는 물론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수질개선기획단 회의에서도 주요 의제로 등장할 만큼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의 주요 댐에서 저수부의 높이가 올라가는 등 댐 효율성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대청호의 경우 올해에만 상류 지역에서 흘러들어 저수부에 쌓인 토사·오니(汚泥)·쓰레기 들을 80㎏들이 2만4천 부대 분량이나 수거했다. 녹색 댐을 조성해 이들 침전물이 댐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수원 보호에 수질 오염 방지까지 일거양득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치산치수라는 말이 있듯이 치산 없는 치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녹색 댐의 수원 기능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인공 댐의 효율과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며, 특히 호소(湖沼)·하천의 수질을 보전하기 위해서도 녹색 댐 개념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라고 정용호 실장은 강조한다. 댐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요즘, 녹색 댐을 성공시킨 일본의 사례는 새로운 대안 찾기에 훌륭한 참고가 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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