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교원 노조 허용하라” 권고
  • 金善洙 (변호사) ()
  • 승인 1995.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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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권위원회 정부 보고서 심의/공무원·교원 노조 허용, 파업권 확대 등 권고
지난 5월1일부터 19일까지 제네바의 유엔인권센터에서 열린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사회권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규약)을 이행하는 것과 관련하여 제출한 최초 보고서(Initial Report)를 심의했다.

사회권규약은 66년 12월16일 유엔 총회에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 및 그 선택 의정서와 함께 채택되어 76년 1월3일부터 효력이 발생하였고, 95년 4월25일 현재 1백31개국이 가맹되어 있다. 사회권규약은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규약과 함께 ‘국제인권장전’이라 불린다. 자유권규약(일명‘인권 B규약’)이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 시민적·정치적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면, 사회권규약(일명 ‘인권 A규약’)은 근로권, 공정하고 유리한 노동조건 향유권, 노동조합 결성권 및 활동권, 사회보장에 관한 권리, 가정 및 여성과 아동 보호, 의식주 등의 생활권,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향유할 권리, 교육 받을 권리, 문화·과학적 권리 등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사회권규약 당사국은 규약이 인정한 권리의 준수를 실현하기 위하여 취한 조처와 성취된 진전사항에 관한 보고서를 5년마다 한번씩 정기적으로 유엔에 제출해야 하고, 사회권위원회는 정부 대표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보고서를 심의하고 일반 논평을 통하여 그 나라의 인권 상황을 평가하고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권고한다. 이러한 국가 보고제도는 규약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실시 조처의 하나이다. 정부 보고서를 심의하는 기관인 사회권위원회는 85년 유엔 총회의 결의에 따라 경제사회이사회 산하에 독립적인 전문가 기구로 설치되었다. 한국은 90년 6월13일 사회권규약을 비준하였고(조약 제1006호), 이는 같은 해 7월10일부터 효력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93년 10월 사회권규약에 따른 최초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였다.

후진국 위원들, 매섭게 한국 질타

위원회의 정부보고서 심의 과정에서 비정부 민간 단체(NGO)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국내 사정에 관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보장이 없고, 특히 규약상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은폐하려고 할 것인데, 위원회의 위원들이 이러한 것을 일일이 모두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민간 단체가 위원회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위원회가 객관적으로 정부 보고서를 심의하고 바른 권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위원회는 민간 단체가 정부 보고서에 대한 반박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을 인정하고, 대표들이 위원회에 출석하여 진술할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민간 단체 대표로서 ‘민변’에서 2명(조용환·김선수 변호사), ‘참여연대’에서 2명(문진영 교수·장소영 국제연대부장)이 참가했다.

민간 단체 대표의 구두 발표는 우선 서론으로 인사말과 4월18일 노동부장관을 면담하고자 하는 전해투 소속 해고자들을 공권력이 무참하게 짓밟는 사진을 제시하면서 한국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을 지적했다. 본론으로는 각 조항 별로 미리 준비한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사회권의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결론으로 한국의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특수성 및 그에 대한 재평가 필요성,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평화적 해결 원칙 천명, 인권탄압법으로서의 국가보안법,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정책 수정 필요성, 국제 기구의 권고를 준수할 의무 등을 지적하고, 다섯 가지 권고를 요구하였다. 민간단체의 권고안은 사회권위원회가 5월19일 발표한 ‘최종 의견’에 부분적으로 채택되었다.

정부 대표로는 허 승 제네바 주재 유엔대사를 비롯하여 주제네바 대표부·외무부·법무부·노동부·교육부·보건복지부·제2정무장관실 등 모든 관련 부처 담당 공무원 12명 가량이 참석하였다. 정부 보고서에 대한 심의는 허 승 제네바 주재 대사가 모두 발언을 한 뒤에, 94년 7월 채택된 추가 질의서에 대해 각 조항 별로 정부가 답변을 하고 위원들이 구두 질문을 한 다음 정부가 이에 대해 답변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인상 깊었던 것은 교원노조의 불인정과 파업권 제한에 대해 경제적으로 한국보다 후진국이라 할 수 있는 튀니지·루마니아·자메이카·필리핀·이집트 등 세계 각국의 위원 모두가 하나 같이 매우 날카롭게 비판하고 그 시정을 요구한 점이었다. 위원들의 지적 가운데 중요한 것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교원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정말 놀랐고, 교원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교사직을 잃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파업에 대한 제한이 너무 많다. 이래서야 파업권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정부 대표 “교원 자신이 노조 원치 않는다”

“교원노조를 제한하는 헌법상의 근거인 제37조 제2항에 의하면 국가 안보·공공 질서·사회 복리를 위하여 제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교원노조가 어떻게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방위산업체 노동자의 노동조합권을 인정하면서 교원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되지 않는가.”

이러한 지적에 대해 허 승 대사는 “교원노조 문제는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철학과 원칙의 문제이다. 전통적인 가치와 관련된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교원노조를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고, 어려움이 있다. 한국 국민의 다수, 국회의원과 교사 자신들이 노조를 바라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에 의하여 인정되고 받아들여진다면 교원노조를 인정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개선을 고려하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라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이에 대해 위원들이 당장 반박을 하고 나섰다.

또 교원노조와 파업권에 대한 위원들의 인식이 위와 같이 확고한데도 노동부 공무원은 5월 3일 오후 답변 과정에서 군사부일체니, 유일한 분단 국가로서 전쟁 위협이 있다느니, 다른 나라(특히 미국)와 비교하여 제한이 많은 것이 아니라느니 하면서 항변하였다.

또 중요한 쟁점이었던 것은, 남녀차별 문제, 국제 조약의 국내법상 지위(국내법이 국제 조약에 위반되는 경우의 문제), 인권운동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 조약의 홍보 문제, 외국인 노동자 문제, 최저임금법 적용 범위 문제, 산업안전보건 문제(공고생으로 실습교육 중 산재를 당한 이춘익군 사건이 구체적으로 거론됨), 장애인의 인권 문제(특히 최정환씨 사건을 구체적으로 질문함), 해외 입양 문제, 강제 철거 및 빈곤층의 주택 문제, 여성의 낮은 대학진학률 문제, 해외 유학생이 많은 이유 등이었다.

민간 단체의 활동에 대하여 혹자는 비정부 단체 대표들이 제네바에까지 가서 한국의 사회권 보장 수준의 열악성을 일일이 밝혀 국가를 망신시키는 것은 국익에 어긋난 처사가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권문제는 더 이상 국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블루 라운드 등에서 보듯이 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면 국제적인 차원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인권 수준을 국제적으로 정확하게 검증 받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국익에도 부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권위원회는 5월19일 `‘최종의견’을 발표함으로써 한국 정부의 최초 보고서에 대한 심의를 마쳤다. 사회권위원회는 최종 의견에서 노동조합권에 대한 제약이 규약에 위반되고, 파업권에 대한 규정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며, 노동조합 행위의 합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정부가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한 다음, 즉시 교사와 공무원에게 노동조합 결성권과 단체행동권을 인정하도록 노동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하였다.

나아가 위원회는 최저임금법 등을 10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하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내국인 노동자와 동등하게 대우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리고 위원회는 규약을 홍보하고 교육 과정에 포함할 것, 남녀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취할 것, 의무교육을 중고등학교까지 확대할 것 등을 권고하였다.

국제조약상 당사국은 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하고 준수할 의무가 있다. 한국은 현재 유엔 인권이사회의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를 무시하고 있고,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의 노동법 개정 권고를 무시하고 있는데, 또다시 사회권위원회가 제시하는 권고를 무시한다면 국제 사회에서 나라의 위상은 엉망이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이번 심의의 과정과 결과를 정확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위원회의 권고를 준수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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