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전력난 해소할 묘책 있다
  • 朴晟濬 기자 ()
  • 승인 1997.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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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태양광 발전소 세우면 재고 걱정할 필요 없다”
매년 여름철만 되면 연례 행사처럼 전력난 소동이 되풀이 된다.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날씨가 더운 탓에 집집마다 전기 소모량이 많은 냉방기를 돌리는 바람에 전력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전력을 독점적으로 생산·공급하는 한국 전력측이 여름철에 최고조에 이르는 전력소비, 이른바 ''최대 수요''를 관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공급층면에서는 원자력 발전소·LNG발전소 등 대형 발전소를 더 많이 세워 설비 용량을 늘이는 방법을 주축으로 하고, 수요 측면에서는 일시적으로 ''절전 인센티브제''등을 적용해 수요를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과연 이같은 한전의 방향은 옳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아니올시다''이다. 단순한 전력난 극복을 위해서만 아니라, 에너지 구조를 효율화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까지 꾀하려면 지금까지 ''미래의 기술''로만 여겨왔던 무공해 에너지 태양광 전지(photo voltaic·PV)를 사용하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김종달 교수(경북대·공공정책)는 "대형 발전소는 건설 공기가 8~13년 정도로 길고, 1기당 건설 공사비도 각각 5천억~1조5천억원이 소요된다. 더욱이 대형 발전소는 어느 정도 전력이 소비되어야 경제성을 확보하기 때문에 낭비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라고 말한다. 대형 발전소 건설 중심인 한전측 정책방향은 ''소 잡을데 쓸 칼로 닭을 잡고 있는''셈이다.

한전측은 태양광 발전을 적극 개발하라는 전문가들의 제안을 일축해왔다. 태양광 발전의 핵심 부품값이 비싸 당장 상용화하기에 시기상조이며, 대규모 발전이 이루어지려면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절실한데, 아직은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한전측은 대형 발전소를 건설할 데 쓸 돈이 부족하다며 요금 인상을 들먹이기 일쑤였다. 최근에도 한전측은 전기 요금을 9% 올려달라고 관계 당국에 요청했다.

지천으로 널린 태양열을 반도체와 같은 특정 재료에 모아 전기를 발생시키는 태양광 발전은 결코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에너지원이 무한하고 △환경 오염이 없으며 △수명이 길다는 장점을 두루 지닌 태양광 발전이 지금까지 실용화 하지 못한 주요 원인은, 투자하는 비용에 비해 효율이 낮다는 약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정은 달라졌다. 아직 미흡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기술이 진보해 머지 않아 가격 문제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는 데다가, 이미 곳곳에서 실용화한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경기도 기흥에 있는 삼성기술연구소 태양광 발전소가 대표적이다. 삼성측이 자체 기술로 건설한 이 발전소는 시설 용량 100㎾로 동양 최대이다. 이 연구소 김병수 과장은 "우리 발전소 용량으로 는 40W짜리 형광등 2천5백개에 불을 밝힐 수 있다. 물론 이 정도의 전력량이라면 우리가 투자한 금액의 이자에 해당하는 돈만 지불하고도 한전측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것은 미래다. 그룹도 이를 감안해 발전소 건설을 결정했다" 라고 말한다.

태양광 발전소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태양광을 끌어모아 전기로 전환시키는 셀(cell)의 효율성이 높어야 한다. 이론상 가로·세로 1m짜리 셀에서 전력을 1㎾ 생산해야 효율성이 100% 달성된다. 삼성측 발전소의 발전 효율은 고작12% 수준이다. 그러나 삼성측은 개의치않는다. ''효율성이 20%대에만 이르면 현재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할 때와 거의 같은 비용으로 똑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데, 발전 효율을 벌써 18%대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 실용화에 대한 미국 델라웨어 대학 에너지환경정책연구소장 존 번 교수의 입장은 훨씬 더 단호하다. 첨두부하(尖頭負荷:하루중 전력사용수요가 가장 커지는 시각의 전력부하로, 보통8~20시)관리용으로서 태양광 전지의 효력은 미국에서는 이미 검증된 것이며, 한국상황에도 그 결과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일부 전력 회사들이 태양광 발전에 대한 경제성 검토를 끝내고 상품화에 들어갔다. 미국 델마바 전력회사가 그 좋은 예이다.

태양광 발전 여건은 충분…"의지가 문제"

눈길을 끄는 것은 델마바가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지역이 한국의 일사량 조건과 위도가 비슷한 미국의 델라웨어·뉴저지·메릴랜드 주라는 점이다. 한국은 태양광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인 일사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번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과 대전의 연평균 일사량은 각각 시간당 0.1308㎾, 0.1550㎾로 미국 뉴욕(0.1675㎾)이나 보스턴(0.1672㎾)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환경운동연합 산하 시민환경연구소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번 교수는 "태양광 발전 여건은 이미 충분히 확보되었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는가에 달렸다" 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첨두부하 관리면에서 경제성도 충분하고, 에너지 효율 면에서도 우수한 태양광 발전을 한전측이 굳이 마다하는 배경을 한전측의 ''시대 착오적 발상''에서 찾고 있다.한전을 비롯한 전력 관계 기관은, 전력은 많을 수록 좋고 설비는 클수록 경제적이라는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기술 도입을 꺼리는 전력회사 특유의 보수성도 당장 먹기 쉬운 떡인 대형 발전소 건설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예비 전력 확보의 지름길을 찾는데 한전이 꼭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이 있다. 전력난이 가장 극심한 한여름 바로 그 때가 예비 전력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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