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재정은 ‘고무줄 예산’
  • 成耆英 기자 ()
  • 승인 199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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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총리 계산법 제각각…4조5천억원 어긋나
지난 6월2일 김영삼 대통령은 청와대로 상이군경 등 국가 유공자들을 불러 격려하는 자리에서 교육 재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5·31 교육 개혁안이 발표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다. “현재 GNP의 3.7%인 교육 재정의 규모를 임기 중에 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대통령 발언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8월30일 이홍구 총리가 발표한 ‘교육 재정 확보 방안’은 대통령의 이 날 발언과 방향을 달리하는 것이었다. 이총리 발표의 핵심은 “현재 GNP 대비 4.11%인 교육 재정 규모를 98년까지 5%로 끌어올린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5%라는 도달 목표는 같았지만 기준으로 삼아야 할 95년 현재 교육 재정의 규모가 GNP 대비 3.7%에서 4.11%로 둔갑한 것이다. 이같은 일이 어떻게 생길 수 있을까. 대통령이나 총리가 거짓말을 한 것은 물론 아니다.

이 문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김원웅 의원(민주)은 이런 계산 방식을 ‘국민을 우롱한 속임수 계산 방법’이라면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예결위에서도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울 듯하다.

문제는 교육 재정의 범위에 무엇무엇을 포함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내 입장 차이에 있었다 . 정확하게는 교육부와 재경원의 입장 차이였다. 교육부는 중앙 정부의 예산만을 교육 재정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으나, 재경원측은 예산 편성 원칙을 내세워 중앙 정부의 예산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전입금 등 지방 교육 재정과 국·공립 학교의 납입금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등 외국의 사례까지 동원했다. 교육부의 판단대로라면 95년 현재 교육 예산은 GNP 대비 3.68%에 불과하지만, 재경원의 주장대로라면 4.32%에 이른다.

야당 “정부안은 정치적 흥정” 비판

결국 어느 계산법을 따르느냐에 따라 5%를 달성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 될 수도,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게 되었다.

사실 문제는 9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각 후보들이 ‘5% 교육 재정 확보’를 앞다퉈 선거 공약으로 제시할 때부터 내연해 있었다. 교육 재정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합의가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GNP 대비 5%만 달성하면 교육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목소리를 높여 왔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내 이견을 해소하고 교육 재정 확보 방안을 마련하느라 대통령 임기의 절반을 소비해 버린 셈이다. ‘임기 중 5%’가 ‘3년 동안 5%’로 되면서 국민 부담은 그만큼 늘어났다. 게다가 엄밀히 말하면 98년은 김대통령의 임기 중으로 볼 수도 없다.

교육 개혁 조처 발표를 앞두고서는 4월부터 관계 부처간 논의를 거듭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이미 날짜를 잡아 놓았던 개혁안 발표가 늦춰지기까지 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처간 이견 절충을 시도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교육개혁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재정 확보 방안은 빼버린 채 정부는 교육개혁안을 발표했다. 재정 확보 방안은 관계 부처의 합의를 거쳐 9월까지 마련한다는 전제가 달렸다.

8·30 교육재정 확보 방안은 그만큼 어려운 논의 과정을 거쳐 마련됐다. 금년도 교육 재정 규모를 GNP 대비 4.11%로 계산했을 때 98년까지 5%를 달성하기 위한 추가 재원은 9조4천7백52억원이다. 계산법을 달리함으로써 4조5천억원 정도 차이가 나는 셈이라고 야당이 비판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더구나 정부안은 정치적 흥정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4.11%라는 수치 역시 재경원측이 납입금 부분을 양보하는 대신 교육부 외에 다른 부처 산하 교육기관의 예산을 교육 재정에 포함해 절충적으로 고안해 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나, 문화체육부 인가 기관인 한국예술종합학교, 그리고 세무대학이나 경찰대학 예산을 교육 기관이라는 이유로 교육 재정에 포함한 것이다.

재경원 예산실 교육예산 담당 관료들은 교육개혁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골머리를 썩였다. 대통령이 공약 사항으로 띄워 놓은 ‘애드벌룬’에 바람이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재경원뿐만이 아니다. 교육부도 마찬가지였다. 국회에서는 교육 재정 5% 확보 방안을 내놓으

라는 의원들의 질책에 시달렸고, 돈줄을 쥔 재경원과 밤낮으로 머리를 맞댔다. 결국 어떻게든 5%를 짜내기 위해 실무 관료들은 숫자 싸움을 거듭해야 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교육 재정 확보 방안이 탄생했다. 그러나 공약은 달성했다 하더라도 실체성 없는 공약이 빚은 국민의 정책 불신은 더 큰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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