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신풍속 '미니카 없으면 왕따'
  • 成耆英 기자 ()
  • 승인 1998.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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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사이에 자동차 경주 열풍…수입품이 최고 인기
초등학교 교실만큼 텔레비전의 영향력이 막강한 곳도 없다. 텔레비전에서 인기 있는 물건은 삽시간에 학교 전체에 퍼지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 초등학교 교실을 점령하다시피 한 미니카 열풍의 일등 공신은 SBS가 8월부터 방영한 <우리는 챔피언>이라는 만화 영화다. 쌍둥이 형제 남궁열·남궁호가 공박사에게 선물받은 4륜 구동 미니카가 ‘그레이트 코리안 컵’이라는 전국 미니카 경주대회에서 많은 도전자를 물리치고 우승하기까지의 좌절과 도전을 그린 이 만화 영화의 위력은 상상 불허.

요즈음 초등학교 남학생들 중 플라스틱 미니카를 한 대씩 갖고 있지 않은 아이는 거의 없다. 미니카가 없으면 대화에 끼지 못한다. 이같은 미니카 열풍은 초등학교 남학생들을 방과후 학교 앞 문구점으로 불러모은다. 문구점 앞에 설치된 경주 트랙에서 속도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홍상우군(창경초등학교 3학년)의 말처럼 ‘선생님이 아무리 학교에 못 갖고 오게 하더라도 몰래 숨겨서 학교에 갖고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 덕택에 신이 난 곳은 미니카 생산·수입 업체들. 비행기나 자동차 모형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 브랜드인 일본의 타미아 자동차를 수입·판매하는 정원테크의 경우 월평균 백여 개 팔리던 미니카 완구가 지난 8월부터 두 달 동안 10만여 개나 팔려 폭발적인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에는 일본·중국 제품 등을 수입하는 업체를 포함해 줄잡아 20∼30개의 미니카 생산·수입 업체들이 있다. 텔레비전이 초등학교 학생들의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제품 출시 단계부터 아예 프로그램의 캐릭터를 독점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프로그램 제작사로부터 사들여 제품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국내의 한 완구업체는 SBS의 만화 영화가 방영되기 직전 캐릭터 사용권을 사들여 자사 제품에 이 만화 영화에 등장하는 자동차를 그대로 활용했다. 또 이 만화 영화를 제작한 일본의 소학관 프로덕션도 만화 제작비 일부를 완구 제작 업체인 타미아의 출자로 해결했다. 이처럼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추세는 점점 확산되고 있다.

가격 덤핑 현상도 벌어져

미니카 열풍 덕택에 캐릭터 사용권을 사들인 업체가 얼마나 짭짤한 재미를 보았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문구점 앞을 가득 메운 아이들부터 국산 제품에는 등을 돌리고 수입 제품들만 찾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주로 찾는 제품은 일제 타미아 제품과 10여 개가 넘는 업체가 수입해 들여오는 중국산 제품들. 아이들은 이구 동성으로‘일본 수입 제품이 국산보다 속도가 훨씬 빠를 뿐 아니라 스스로 조립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저학년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챔피언>이 국산 만화냐 일본 만화냐가 아이들에게 별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듯 미니카가 수입품이냐 국산품이냐도 별로 아이들의 관심 대상이 되지 못한다. 오직 빠른 것이 왕이다.

그러나 어린이 사회의 유행 사이클은 그들이 가지고 노는 자동차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바뀌고 있다. 만화 영화 <우리는 챔피언>이 챔피언을 모두 뽑고 종영하려면 아직도 멀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미니카 값을 반 정도로 떨어뜨려 파는 덤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만화 영화 특수’가 이미 끝나고 있음을 말해 주는 현상이다.

텔레비전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폭발적이기는 하지만 단발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만화 영화의 위력에 편승해 코 묻은 돈을 털어먹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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