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야심찬 도박 “카지노 보물섬 건설”
  • 제주시·丁喜相 기자 ()
  • 승인 1998.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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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만평 ‘메가 리조트’ 건설 추진… 도민들 적극 환영
제주도에 대규모 카지노 시설 건설을 둘러싸고 논쟁이 일고 있다. 최근 제주도(도지사 우근민)가 침체된 제주 관광산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 제주를 ‘동양의 하와이’나 ‘한국의 라스베이거스’로 개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제주도에는 외국 투자가들이 건설하는 5백만평 부지의 ‘메가 리조트’가 들어서게 된다. 메가 리조트에서 핵심을 이루는 시설은 대규모 오픈 카지노. 일본과 중국의 20억 인구를 겨냥한 관광 유인 시설이다.

오픈 카지노 주변으로는 객실 8천~만 개 규모의 호텔 단지와 세계 문화 거리, 국제 쇼핑센터, 디즈니랜드, 문화 휴양 타운 등 관광 위락 시설이 즐비하게 늘어선다. 외자 50억 달러를 유치해 2010년까지 공정을 끝내고 나면 연간 천만명, 하루 3만명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매출액 규모는 30억 달러 안팎으로, 순이익은 8억 달러를 목표로 기획되었다. 이는 지난해 제주도 전체 관광 수입액 1조8백억원을 넘어서는 규모이다. 문자 그대로 지금까지 유지해 온 관광 제주의 면모를 완전히 탈바꿈하는 개조 프로젝트인 셈이다.

관광객 줄면서 ‘버림받은 섬’으로 전락

제주도가 이처럼 ‘21세기 동북아 관광 거점’을 목표로 내걸고 대규모 카지노 건설을 추진키로 한 것은, 지난해 말 이후 이 지역 관광산업이 사실상 붕괴 상태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백20만명에 달했던 제주 관광객 수는 올들어 3백만명(9월 말 현재)에도 못미쳤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은 6년 전 수준인 10만명대로 떨어져 제주도는 해외에서 사실상 관광지로서의 상품 가치를 상실할 처지에 놓였다. 설상가상으로 몇년 전부터 제주도가 내국인 관광객 유치를 겨냥해 허가한 3개 단지 20개 지구 관광지 개발이, 올들어 대부분 사업이 중단된 채 을씨년스런 폐허로 변해 버렸다. IMF 체제가 닥치면서 국내 기업들이 투자 여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는 도민들로 하여금 제주도가 ‘신들의 고향’에서 ‘버림받은 섬’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 의식을 갖도록 했다. 그래서 제주도측이 필사적으로 구상한 방안이 바로 외자 유치를 통한 대규모 메가 리조트 건설이었다.

이런 구상을 바탕으로 제주도측은 지난 7월30일 세계 15개국 투자 회사 관계자들을 초청해 투자설명회를 갖고, 미국 펄토넥스 사 등으로부터 6억5천만 달러에 이르는 투자 의향서를 받아냈다. 또 미국의 아더앤더슨·파슨스·로컴, 영국 보비스, 홍콩 카플란, 스위스 에르워르 켈러, 일본 대화산업 등 해외 굴지의 투자 기업들은, 한국 정부가 외자 유치 촉진법에 관광산업을 포함해 준다면 적극 참여하겠다는 조건부 투자 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를 계기로 제주도는 도청의 우수 공무원들을 선발해 ‘제주 종합개발사업 지원기획단’을 발족하고 메가 리조트 건설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 도민들 “왜 하필 카지노인가”

이처럼 제주 관광산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외자 유치 작업이 활발해지자 메가 리조트는 제주도민 사이에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관광산업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 제주도민은 메가 리조트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잔뜩 반기는 분위기이다. 대규모 카지노 시설이 불러올 수 있는 도박, 마약, 청소년 범죄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방안이 공론화를 통해 마련될 수 있다면 제주 경제를 살릴 절호의 기회로 보고, 적극 환영한다는 것이다.

제주발전연구원 김의근 연구원은 “제주도의 심각한 관광 위기 속에서 메가 리조트 건설은 계획 자체만으로도 제주도민에게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메가 리조트를 건설하더라도 제주도 각 지역의 소규모 특화 관광상품(생태·문화 관광)들도 함께 개발해 관광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관광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도민들의 염원은 더욱 절실하다. 제주에서 20년째 관광 택시 사업을 하고 있는 박종근씨는 “도내 관광산업 종사자들이 다 죽게 된 마당에 외국 관광객만 대거 유치할 수 있다면, 유럽에 있다는 나체촌을 제주 근처 무인도에 설치한다고 해도 우리는 적극 환영할 것이다”라며 오픈 카지노 건설에 대한 업계의 기대를 드러냈다.

이 지역 관광학계도 관심이 지대하다. 이진희 교수(제주대·관광개발학)는 해외 관광객들의 눈에 비친 제주도의 현실을 들어 메가 리조트 건설이 때늦은 감마저 있다고 말했다. 해외 관광학계에서 아시아의 관광 매력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홍콩은 호텔 시설과 쇼핑 및 야간 활동 시설, 도쿄는 물가는 비싸지만 훌륭한 호텔 시설과 야간 활동 시설, 방콕은 저렴한 관광 비용과 야간 활동 시설, 괌과 사이판은 4계절 천혜의 자연 자원(해양 활동 시설) 등에서 각각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에 비해 제주도는 자연 자원에 주로 의존하는 관광지이지만 가을과 겨울이 끼어 괌·사이판 등에 비해 경쟁력이 없고, 시설 서비스와 유흥 및 야간 활동 시설은 전무하다시피 해 방콕·홍콩·도쿄보다 인기 없는 곳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오픈 카지노 시설을 포함한 메가 리조트를 건설할 경우 제주도가 국제 경쟁력을 갖춘 관광지로 떠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메가 리조트 건설에 대한 도민의 거부감도 없지는 않다. 외자 유치의 절박성에는 공감하지만 왜 하필 카지노 같은 도박 시설이냐는 것이다. 특히 지난 시대 개발을 둘러싼 극심한 도민 갈등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이 지역 주민들은 사업 계획이 드러나자 도민 공청회를 여는 등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9월19일 제주지역 시민단체인 ‘범도민회’가 주최한 공청회 자리에서도 다양하게 표출되었다. 제주도 의회 오만식 의원은 이 자리에서 “자본은 일단 들어오면 자기 논리에 충실하게 돼 있기 때문에 도박 자금 유입에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환경운동연합측은 생태 자원을 이용한 관광 개발이 아니라서 대규모 바다 오염이 우려된다며 그 대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메가 리조트 건설 계획을 입안한 김영택 제주도지사 정책고문은, 제주도에 들어설 카지노의 성격이 일반 도박장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우선 오픈 카지노는 일반 관광객을 상대로 한 대중 오락장으로서 거액 도박 시설인 폐쇄 카지노에 대비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오픈 카지노는 마카오·라스베이거스 및 현재 우리나라 일부 호텔에 설치된 도박장과 달리, 공개 장소에 설치해 5백원부터 만원 범위로 1회 베팅 액수를 제한하는 오락 시설이라는 것이다. 물론 거액의 카지노 도박을 원하는 외국인에게는 별도로 외국인 전용 폐쇄 시설(인터내셔널 룸)을 설치해 내국인 입장을 제한하는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지원·부작용 방지책 마련이 관건

이런 오픈 카지노 시설은 말레이시아의 켄팅하일랜드를 모델로 한 것이다. 수도 콸라룸푸르 근처 1천8백m 높이의 산정에 건설된 켄팅하일랜드는 마약·매춘·폭력 등의 범죄 요소를 완전히 배제한 오픈 카지노로서, 연간 천만명의 관광객이 찾아들어 말레이시아 경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결국 공청회 과정을 거치면서 제주도민과 시민 단체들은 외자 유치의 절박성에 공감하면서 부작용과 오염 방지책 등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런 분위기는 90년대 초에 있었던 제주개발특별법 제정 당시 개발과 보존을 둘러싸고 분신 자살을 기도하는 등 극심한 도민 갈등을 겪었던 경험에 비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최근의 제주도 관광산업 침체가 도민의 생존권을 위협할 만큼 심각해지면서 제주도 지역 정서의 한 특징인 폐쇄성을 서서히 거두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범도민회의 한 관계자는 “90년대 중반 이후 개발에 대한 제주도민의 정서는 보수·폐쇄성을 넘어섰다. 대신 개발 방법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개발론과 환경 자원 개발론이 양립해 있는 상태다”라고 전했다.

제주도측의 야심찬 ‘관광 지도 바꾸기’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9월24일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전 개막식에 참석한 김대중 대통령은 “제주도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는 외자 유치 촉진법에 관광산업이 포함되도록 적극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9월29일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제주도를 세계적 관광 도시로 키우기 위한 종합 계획의 하나로, 제주도민이 동의한다는 전제 아래 슬롯 머신을 허용할 것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마작장이나 파친코장 개설도 허용키로 하고, 제주도가 관광객을 유치하는 상황을 보아가며 부산 해운대를 포함한 내륙 지방에도 그같은 시설을 단계적으로 허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 관광산업이 포함되면, 7년간 법인세 감면 등 각종 혜택이 주어져 제주도 메가 리조트 건설에 참여하겠다고 투자 의향서를 제출한 세계 각국 투자가들의 발길이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미 제주도민 사이에서 공론화하기 시작한 대규모 카지노 관광 단지 조성은 그 부작용 방지책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거치면서 급류를 타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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