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화 교육의 시험장 특수화 고교
  • 羅權一 광주 주재지자 ()
  • 승인 1998.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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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교육 · 생명 교육 강조하는 ‘특성화 고교’ 설립 증가
전남 영광에 자리잡은 영산 성지고(교장 황춘덕) 학생들의 하루 수업은 4~5시간에 불과하다. 영어 · 수학은 학생이 자신의 실력에 따라 A · B · C반을 선택하는 능력별 이동 수업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영어 A반 수업이 있는 시간이면, B · C반 학생들은 학교 컴퓨터실에서 게임을 즐기거나 잔디밭에서 낮잠을 자도 된다. 또 매주 택견 · 볼링 · 단학 · 심리 치료 수업을 받을 수 있고, 주말에는 읍내에 나가 당구를 칠 수도 있다.

영산 성지고는 원불교 학교법인인 영산학원이 82년에 설립한 대안 학교다. 지난 15년 동안 일반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에게 인성 교육을 하는 대안 교육을 실천해, 한국 대안 학교의 한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선생님 간섭 없어, 마치 요양소 같다”

15년 동안 2백40명이 이 학교를 거쳐 갔고, 졸업생 가운데 40%가 대학에 진학했다. “비행 학생들의 더 큰 실수를 막는, 인간이 변화하는 축복을 경험하고 있다.” 이 학교 교사 박주호씨(31)의 말은 성지고의 특성을 대변한다.

성지고 학생들은 모두가 이 학교에 오기 전 최소한 한 번 이상 퇴학이나 자퇴를 경험했고, 나이는 19~22세로 ‘늙은 고등학생이 대부분이다. 교사 13명은 월 30만원 안팎의 박봉을 받으며 학생 90명과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한다.

성지고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을 받지 않는다고 선생님으로부터 질책 받는 일이 없다. 대신 노작 체험 학습과, 학교가 운영하고 있는 계사(鷄舍) 일을 거들면 수업을 받은 것으로 처리된다. 성지고가 운영하는 양계장은 교사들에게 적은 급여라도 줄 수 있는 중요한 수입원이다.

학생들은 이런 열린 교육 환경 때문에 처음에는 해방감을 만끽한다. 전학 온 지 1주일 되었다는 김수영군(18)은 “무척 좋다. 선생님들의 간섭도 없고, 모든 것이 자율적이다. 마치 요양소에 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컴퓨터실에서 격투기 게임에 열중하고 있던 3학년 고광민군(21)은 “부실한 시설과 식사를 빼면 불평할 것이 없다.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15년 동안 이곳에서 근무해 성지고 ‘대부’로 불리는 곽진영 교감은 “대안 교육을 맨 처음 시작한 학교라는 점 때문에 막중한 책임과 부담을 느낀다. 매일 교사들이 모여 교육 방법을 고민하고 연구한다”라며 , 특히 교사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영산 성지고가 중도 탈락 학생 중심의 대안 학교라면, 담양 한빛고는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대안 학교다. 기독교 재단인 거이학원이 설립한 한빛고(교장 직무대행 안행강)는 담양군 대전면의 한 폐교 부지를 사들여 지난 3월 개교했다. 한빛고는 교사 16명에 학생 1백2명으로, 1학년 4개 반이 전부다. 영어 · 수학은 영산 성지고와 마찬가지로 능력별 이동 수업을 한다. 보충 수업이나 자율 학습이 없어 보충수업비가 따로 없다. 학생들은 일반 학교와 같은 수업료에 월 27만원인 기숙사비를 낸다

한빛고 학생들은 매주 2시간 학교 뒤편의 텃밭에서 정식 수업 과목인 ‘텃밭 가꾸기’를 수강해야 한다. 학생들은 감자 · 상추 · 쑥갓 · 배추 씨를 뿌리고, 작물의 생장 상태를 관찰해 보고서를 제출한다. 텃밭 가꾸기를 가르치는 정송남 교사(43)는 ‘자연과 함께하는 생태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텃밭을 농장으로 가꾸어 학생들의 먹거리를 공급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밖에도 매주 2시간씩 문화 체험 활동인 도자기 공예 · 대나무 공예 · 택견 · 가야금 · 문예 창작 · 애니메이션 등 자유 선택 과목 1~2개를 수강한다.

서울 여의도중학교를 졸업하고 한빛고에 입학한 김정민양(17)은 “내가 학교를 선택했고, 부모님도 동의했다. 도자기 공예를 배우는데 상당히 재미있다. 대학에 가는 것은 열심히 공부하기 나름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교육의 목표 · 이념 · 내용은 아직 불투명

안행강 교장은 “한빛고는 인성 교육을 중시하는 학교이지만 인문계 과정을 이수하기 때문에 대학 진학도 무시할 수 없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꾸준히 연구해 대안 학교로서 한빛의 정체성을 찾아 가겠다”라고 말했다.

영산 성지고나 한빛고처럼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대안 학교가 일반의 관심 속에 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교육부가 지난해 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안 학교 설립을 제도로 뒷받침해 줌에 따라 영산 성지고 · 한빛고 · 충북 청원 양업고 · 경남 합천 원경고 · 경주 화랑고 · 경남 산청 간디학교가 교육부가 지정한 특성화 고등학교로 개교했다.

대안 교육을 표방한 학교들이 이렇듯 속속 설립되고 있지만, 짧은 역사 때문에 교육의 목표 · 이념 · 내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교육부는 대안 교육의 방향을 중도 탈락 학생 등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두고 있다. 영산 성지고 곽진영 교감도 입시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성 교육이 대안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문계 과정 한빛고는 엄밀한 의미에서 대안 학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곽교감은 “대안 학교가 요즘 무슨 상품처럼 늘고 있다. 정부에 예산 지원만 요구하는 대안 학교는 실패하기 쉽다’라고 말했다.

반면 기존 제도 교육의 ‘대안’으로서 환경 · 생태 생명 교육 등 다양한 실험을 하는 학교도 대안 학교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l 않다. 자연 체험 위주의 특성화 학교인 간디학교 교장 양희규씨는 “대안 교육이 문제 학생에게만 적용되는 것에는 반대다. 청소년들이 당당한 삶의 주체로 살아 가기 위해서는 모든 청소년에게 대안 교육의 장점이 적용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대안 학교 설립자 가운데 종교인이 많아 종교 교육의 영향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영산 성지고 교사 송기웅씨(37)는, 대안 학교가 특정 종교를 위한 교육 시간을 운영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반면 한빛고 안행강 교장은 “한빛교는 기독교 정신을 강조하는 대안 학교다. 기도와 성경 공부는 이러한 기독교 정신을 가르치는 소중한 시간이다”라고 주장한다. 대안 교육을 둘러싼 이러한 논란들은 앞으로 대안 학교 논의가 계속될수록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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