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1순위 '불공정 교수 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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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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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대학원생 반발로 채용 내용 변경… "심사결과 공개 제도 도입해야"

사진설명 "임용 과정 공개하라" : 검은손에 좌우되는 불공정한 교수 임용은 학생들의 수업권마저 침해한다.

건국대, 지난 1월29일 건국대는 우여곡절 끝에 한 학기 이상을 끌어온 신임 교수 채용 문제를 마무리지었다. 건국대는 지난해 9월 정치외교학과 서양정치사상·비교정치 분야 신임 교수 채용 공고를 냈다. 서양정치사상과 비교정치 분야에 5명이 각각 1차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공교롭게도 1·2차 심사 결과 1위는 모두 건국대 출신이 차지했다.

그런데 서양정치사상 1위를 차지한 정 아무개 박사의 전공은 동양정치사상이었다. 비교정치 분야에서는 1997년에도 최종 임용 후보에 올랐던 박 아무개 박사가 1순위 후보로 여겨졌지만, 심사 결과는 예상 밖으로 최하위인 5위였다. 박 아무개 박사는 월봉저작상을 수상하고, 단재학술상 최종 후보에도 오르는 등 학계에서 인정받는 젊은 연구가다. 결국 정외과 일부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로 서양정치사상 분야에는 연세대 출신인 황 아무개 박사가 채용되었고, 비교정치 분야 신임 교수 채용은 한 학기 미루어졌다.

기자가 입수한 후보자 10명 심사 결과 채점표에 따르면, 학력평가 부문에서 건국대 출신은 모두 A를 받았고, 연세대와 고려대 출신은 B를 받았다. 학력평가와 관련해 건국대 교수 임용 서류심사 기준에 따르면 '학사·석사·박사 학위 취득 대학의 지명도에 따라 학력 사항을 객관적으로 신중을 기하여 평가한다'고 되어 있지만 팔이 안으로 굽은 셈이다.

'교수 공정 임용을 위한 모임'(교공임) 장정현 간사는 불공정한 교수 임용 유형을 '금품수수·내 사람 심기·부적격자 임용'으로 분류했다. 돈으로 교수 직을 사고 파는 일은 학교발전기금이나 임용 후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교묘한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 가며 계속되고 있으며, 내 사람 심기는 죄의식마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만연되었다고 장간사는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교수 임용을 둘러싼 의혹을 뿌리 뽑기 위해서 임용 과정이 투명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간사는 공정한 임용 심사기준 마련은 기본이고, 누구나 이의를 제기하면 그 결과를 공개하는 심사결과 공개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998년 교수 임용 비리로 총장이 구속되기도 했던 순천대는 최종 임용자 선정 발표 이후 한달 동안 지원자에게 심사 자료와 결과를 공개해 임용과 관련한 잡음이 사라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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