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섬에서 모래가 사라졌다
  • 전남 신안·나권일 광주 주재기자 ()
  • 승인 2001.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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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임자도, 마구잡이 채취로 '환경 재앙' 조짐…
주민들, 모래 지키기 운동 돌입














사진설명 "이럴 수가" : 바닷모래를 너무 많이 채취해 소나무가 뿌리를 드러낸 임자도의 한 바닷가(오른쪽). 마구잡이로 모래를 파간 뒤 옹벽을 설치했으나 거센 파도에 무너져 옹벽을 다시 쌓기도 했다(위).ⓒ시사저널 나권일

전남 신안군 임자도는 인근 자은도와 함께 모래가 많기로 유명하다. 예로부터 '시집을 가려면 모래 서말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올 정도이다. 임자도 모래는 유난히 입자가 고운 데다 규사 성분이 많아 지난 수십 년 동안 국내 유리 제품의 원료로 특히 각광받아 왔다. 그러나 임자도에서는 지금 모래 채취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모래언덕을 허물고 밭을 조성해 농사를 짓는 것에 반대하는 마을 청년들이 모래 지키기 운동을 거세게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길이 비포장 모래밭일 정도로 '모래천지'인 임자도 주민 4천여 명은 생계를 위해 모래언덕[砂丘]을 허물어 밭을 조성한 뒤 주로 양파·마늘·외대파 농사를 지어왔다. 그러나 주민이 수십 년 동안 모래밭의 규사 채취를 허용해 수 km에 이르던 임자도의 아름다운 모래언덕은 지금은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되었다. 또 신안·진도·영광 등의 주변 해역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하면서 임자도 해안의 해수욕장 모래들도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해안이 침식되어 뿌리가 드러난 모래밭의 소나무를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환경 피해가 막심하다. 모래언덕이 지나치게 훼손되어 임자도 하우리의 해안선이 파괴되자 바닷물이 범람하지 못하도록 옹벽을 쌓았지만 거센 파도에 부서져 다시 공사를 해야만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찬 바람에 운반되어 퇴적된 사구(砂丘)는 바람을 막아주고 해변을 보호하며 모래의 수급을 조절해 자연계의 평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바람은 사구를 형성하지만 그와 반대로 사구의 모래를 바다로 실어 나르기도 해 끊임없는 순환이 이루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섬에 형성된 사구나 바닷가에 퇴적된 모래층인 사퇴(砂堆)를 너무 많이 채취해 훼손하면 자연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해안 침식이나 모래 유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임자도 청년들이 규사 채취 중단을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모래 분쟁과 관련해 임자청년회장 안철용씨(36)는 "30여 년 동안 6백억원 규모의 규사를 채취해 산과 구릉·농토가 다 파헤쳐져 섬 전체 지형이 바뀌어 버렸다. 해변 모래사장의 너비가 줄고, 사구가 파괴되고 나무는 고사 직전이다"라며 규사 채취 중단을 촉구했다.

안씨에 따르면, 처음에는 농민들이 척박한 땅을 개간하기 위해 모래 채취를 허용했지만, 그것이 수십 년 이어지다 보니 이제는 임자도에 환경 재앙을 부를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 모래 채취가 계속될 경우 해수면보다 낮아지게 되어 해수가 역류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도 주민의 큰 걱정거리다. 임자청년회의 한 회원은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도 외국 모래를 수입해 모래밭을 조성하는 형편이다. 앞으로 갈수록 모래 구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이제는 모래에 대한 사고를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지난 1월 KBS 환경 스페셜 <사구의 비밀>을 통해 사구 문제를 집중 조명했던 KBS 정찬필 PD는 "네덜란드의 경우 사퇴에서 모래를 채취 하지 않을 뿐더러, 해안선이 침식될 경우 사퇴에서 수십 km 떨어진 심해에서 모래를 채취해다가 해안선에 부어 유지토록 하고 있을 정도로 사퇴 보존에 힘쓰고 있다"라고 말한다.

규사 채취업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동아흥업(주)에 소속된 규사 채취 업체인 대기산업 직원 김성수씨(39)는 "임자면이 불모지였을 때 규사를 채취해 주민에게 경제적 이득을 주었다. 모래언덕을 그대로 보존했더라면 주민은 헐벗고 굶주렸을 것이다"라고 몰아붙였다. 현재 동아흥업(주)은 신안군으로부터 규사 채취 허가를 받아 임자면 대기리의 밭 3천9백평에서 공사를 진행하다가 주민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모래 사라진 후 특산품인 전장포 새우 급감


사진설명 "내가 지킨다" : 모래 지키기 운동을 하는 안철용씨.ⓒ시사저널 나권일

임자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환경 재앙 징후는 또 있다. 젓갈을 담그는 임자도의 유명한 특산물인 전장포 새우 역시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임자면사무소 박경구 총무계장은 "임자도 전장포 새우는 모래틈에서 주로 사는 특산물인데 바닷모래 채취가 늘어나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라고 염려했다.

때문에 임자청년회와 임자사랑회 등 모래 지키기에 나선 주민들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번에는 모래 채취를 중단시켜 모래를 소중한 관광자원으로 보존하겠다고 벼른다. 칼자루는 규사 채취 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쥐고 있다. 신안군 자원개발사업소의 경우 지난해 바닷모래 채취로 지방세를 24억원 벌어들였다. 올해도 20억원을 벌 계획이다. 신안군의 열악한 재정 자립도(7.8%)를 생각하면 모래 채취를 포기할 수 없지만 환경단체들과 주민의 반대가 심해 곤혹스러운 처지가 되었다.

임자도 주민들의 힘겨운 모래 지키기 운동과 관련해 목포 환경운동연합은 오는 3월13일 '바닷모래 지키기 특별위원회'(대표 신대운)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모래 지키기에 동참할 계획이다. 또 인천환경연합과 거제환경연합 등도 인천 인근 장봉도 앞바다와 경남 통영 남부면 해역의 모래 채취 반대운동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바닷모래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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