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이에게 성추행 당했다"
  • 고제규 기자 (unjusa@e-sisa.co.kr)
  • 승인 2001.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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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양 진술 후 용의자 긴급 체포…
'이원연씨 피살' 수사는 지지부진


사진설명 계속 수사중? : 경찰은 범행 장소만 확인했을 뿐 범행 동기나 시간도 추정하지 못하고 있다.ⓒ시사저널 안희태

삼척 경찰서 형사계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수사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범행 시간마저 추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씨와 내연의 관계이던 김 아무개씨(50)에 따르면, 지난 2월4일까지 매일 하루도 빼지 않고 두 사람은 전화 통화를 했다. 그런데 2월5일부터 전화 통화가 되지 않았다. 2월6일에도 통화가 안 되자 김씨는 이씨의 친척집에 전화를 걸어 이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알렸다. 김씨의 연락을 받은 원연씨의 형 광연씨가 사무곡 이씨의 집을 방문해 지난 2월12일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2월9일에 도계 시장에서 이씨를 목격한 사람이 있다면서 2월9일에서 11일 사이에 이씨가 숨졌을 것으로만 어림잡고 있다.

경찰은 또한 범행 동기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생활보호 대상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이 담긴 통장이 사라져 돈을 노린 범행으로 추정했지만, 경찰은 살인 사건 때 통장이 사라졌는지, 애초부터 이씨가 통장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 답보는 초동 수사 때부터 예견되었다. 현장 검증에 참여했던 신기면 보건소 지소장 이은상씨(31·공중보건의)는 "경찰이 검안 소견조차 묻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그동안 초동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일자 슬쩍 검안 의사에게 책임을 떠넘겼었다. 경찰은 검안서 작성 때 검안 의사 이름만 올려 놓은 채 각혈에 따른 사망으로 단정했던 것이다.

삼척의료원에서 시신을 다시 검안한 천홍진 의사도 "시신이 발견된 초기 정황을 경찰로부터 정확히 듣지 못해 각혈에 따른 사망으로 보았다"라고 해명했다.

살인 사건 수사가 제자리걸음인 가운데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영자양으로부터 놀랄 만한 진술을 받아냈다. 후원회장 김씨의 공갈 협박은 그렇다 치고 느닷없이 가까운 이 아무개씨(40)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말이 영자양의 입을 통해 튀어나왔다. 설마 했던 경찰은 2월18일 영자양의 몸에서 정액을 채취했고, 이씨를 2월19일 긴급 체포했다.

이씨의 가족은 "영자가 한 집안을 풍비 박산 내고 있다"라며 이씨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인 영자양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 검사를 의뢰했다. 수사가 종결되더라도 영자양은 이래저래 오갈 데 없는 외톨이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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