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놓고 섬이 '두 동강'
  • 정희상 기자 (hschung@e-sisa.co.kr)
  • 승인 2001.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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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설치' 논란 또 불거져…도민 여론은 '반반'

사진설명 조감도 : 제주도는 감귤 농사와 관광산업이 위축되자 케이블카를 대안 카드로 빼들었다.

제주도민 사이에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었다. 한라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제주도와 지역 환경·시민 단체들 사이에 힘겨루기가 벌어진 것이다.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논란은 벌써 30여 년째다.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교통부가 추진하려다 문화재관리위원들이 집단 사표를 내며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된 바 있다.

그 후 한라산 케이블카는 제주도민 사이에 항상 휴화산이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도의 주수입원인 감귤 농사와 관광산업이 갈수록 위축되자 우근민 지사가 한라산 케이블카를 대안 카드로 꺼내든 것이다. 물론 환경을 보호하면서 설치하자는 명분을 내세워 접근했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호주의 스카이 레일을 모델로 삼고, 지난해 도민 단체 대표를 포함한 각계각층 인사들에게 현장 견학을 시킨 후 정책을 밀어붙였다.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곳은 한라산 등반로 중 경관이 빼어난 남측 영실 코스에서 윗세오름까지 3.46km구간이다. 제주도는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이용객이 연간 65만명에 30억원의 순이익이 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도내 관광업계와 경제단체가 강력하게 지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경부, 허가 요청서 받아들고 '난감'


사진설명 성난 도민들 : 케이블카 설치 계획이 구체화되자 철탑이 들어서는 지역들의 경관 훼손과 식생 파괴를 용인할 수 없다며 도민들이 저지 운동에 나섰다.

케이블카 추진이 구체화하자 제주도 시민·환경·종교 단체들이 들고 일어섰다. 철탑이 들어서는 지역들의 경관 훼손과 식생 파괴를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종점인 윗세오름에서는 정상 등반이 불가능해 결국 등반로가 분산 확대되어 환경 파괴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민·환경·종교 단체들이 지난해 말 '케이블카 반대 도민연대'를 결성해 대대적인 반대 운동을 벌이자 제주도측은 전격적으로 갤럽에 의뢰해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2월 나온 여론조사 결과 찬성 비율은 50.2%였다. 이에 대해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최소한 60% 이상 찬성률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너무 낮아 곤혹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오차 범위 내의 찬성 결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최근 환경부에 케이블카 설치 허가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제 한라산 케이블카 문제는 환경부 손으로 넘어간 셈이다.

허가 요청서를 받은 환경부는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조계종 총무원이 공식으로 반대 입장을 천명한 데다 도내 여론조사 결과마저 신통치 않게 나왔는데 환경부가 어떻게 두붓모 자르듯 당장 결정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환경부 전병성 자연보전국장은 "환경 전문가들로부터 정밀 검증을 다시 받겠지만, 한라산은 제주 도민만이 아니라 전국민의 자산이므로 케이블카 설치에는 국민적 합의가 필수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케이블카를 놓는다고 제주도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무리라며, 결론을 내는 데는 상당한 세월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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