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민주화'의 걸림돌과 디딤돌
  • 고제규 기자 (unjusa@e-sisa.co.kr)
  • 승인 2001.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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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현승일 의원 등 교육위 소속 '방해꾼 3인' 지목…
설 훈 의원 등은 사립학교법 개정에 적극적


사진설명 걸림돌 : 3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걸림돌 정치인 3인'. 한나라당 현승일 의원. ⓒ송정근

지난 3월15일 서울 영등포 전교조 본부에서는 '학교 민주화 쟁취 사학연대'(사학연대) 첫 모임이 열렸다. 현재 분규가 진행 중인 학교의 교수나 교사 대표자가 모인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한 의견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특히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국회의원 3인을 사립학교법 개정의 걸림돌로 꼽아, 제2의 낙천·낙선 운동을 결의했다.

사학연대뿐 아니라 녹색연합·참여연대 등 3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국민운동본부)도 똑같은 정치인을 지목했다. 현승일·황우려·이규택 의원. 공교롭게도 이들 정치인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다. 이금천 전교조 사립위원회 사무국장은 선정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주관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가운데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거나 미온적 태도를 보인 국회의원 3인을 꼽았다."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 의원은 17명. 이 가운데 설 훈·이재오·김정숙 의원만이 15대에 이어 이번에도 교육위원회에 속해 있고, 나머지는 모두 교체되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1999년 교육관계법 개악에 앞장서 '교육 7적'의 한 사람이라고 지목되었던 이재오 의원(한나라당)이 빠지고 새 인물들이 걸림돌로 지목되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가 걸림돌 1순위로 꼽은 의원은 한나라당 현승일 의원이다. 현의원은 지난해 덕성여대 국정감사 때 교수협의회 소속 오 아무개 교수가 학생들을 선동했다며 비난했고, 체육관 신축공사 과정에서 리베이트 비리가 적발된 경남 울산 ㅎ고등학교 감사 때는 '관선 이사를 파견하면 학교를 송두리째 빼앗을 수 있다'며 사립재단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국민운동본부로부터 1순위로 선정되었다. 현의원은 또한 덕성여대 박원국 이사장으로부터 지난해 9월 후원금 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승일 의원은 천만원을 돌려주었다고 해명했다.


현승일 의원, 덕성여대 이사장에게 후원금 받아


사진설명 '걸림돌 정치인 3인'. 황우려 의원.

그 다음으로 지목된 의원은 황우려 의원이다. 국민운동본부가 황의원을 선정한 이유는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야당 간사인 황의원이 사립학교법 개정에 제 역할만 해준다면 법안 통과가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당 간사인 황의원이 한나라당 법안 심사위원에 자신이 참여하지 않고, 강경파인 현승일 의원을 추천한 점 또한 선정 사유가 되었다. 이같은 국민운동본부의 평가에 대해 황의원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황의원은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개정안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의 두 의원과 달리 상임위원장인 이규택 의원은 정치적인 고려로 포함되었다. 현승일 의원이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포함되어 여야의 합의 처리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국민운동본부는 이위원장이 직권으로 개정안을 상정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규택 의원도 여전히 사립학교법 개정에 소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사진설명 '걸림돌 정치인 3인'. 이규택 의원.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의 걸림돌로 선정된 반면 민주당 소속 설 훈·이재정·임종석 의원은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3인의 디딤돌 의원을 주축으로 교육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한 공동자료집을 내고,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난 2월19일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당론 확정이 유보되었다. 지난 2월21일 김원웅·김부겸·송영길 의원 등 여야 소장파 의원 21명은 민주당 안보다 더 개혁적인 개정안을 발의해 양당 지도부를 압박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에 힘을 보탰다.

국민운동본부는 올바른 사립학교법 개정에 디딤돌 역할을 한 국회의원에게는 격려를 보내고, 걸림돌 의원에게는 설득과 압박 전술을 병행할 예정이다. 3월31일 황우려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연수 집회를 시작으로 국민운동본부는 '걸림돌 제거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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