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심으면 말라죽는다?
  • 권은중 기자 (jungk@e-sisa.co.kr)
  • 승인 2001.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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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에서 YS 정권까지 '무궁화 증식 사업' 모두 실패




무궁화에 최초로 관심을 쏟기 시작한 정권은 5공이었다. 몇몇 무궁화 운동가들의 제안으로 1982년에 무궁화 심기 운동을 시작했고 1985년까지 추진했다. 이후 역대 정부는 무궁화 운동을 계속적으로 벌여 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통령 비서실 주관으로 무궁화 선양을 위한 관계기관 대책회의까지 열었다. YS 정권 때도 무궁화 증식 계획은 계속되었다. 특히 YS는 청와대 주변 안전가옥을 철거하고 무궁화동산을 만드는 '깜짝 쇼'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이 주도하는 전시성 행사의 병폐는 금세 드러났다. 매년 몇백만 그루씩 무궁화를 심어 과잉 생산되었다. 그 결과 1980년대 농가에서는 '땅을 놀리더라도 무궁화는 심지 말라'는 농담이 돌 정도였다고 한다. 또 애써 심은 무궁화들을 엉성하게 관리해 대부분 고사해 버렸다. 매년 현충일이나 광복절에 '꽃이 없는 무궁화'를 비꼬는 가십 기사가 실리곤 했다. 또 1993년 안가를 허물고 만든 무궁화동산에는 암술과 수술이 꽃잎으로 변해 보기에 좋지 않은 겹꽃을 심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우리 무궁화는 홑꽃이다).


무궁화는 왕실 문장이 국화가 된 외국과는 달리 망국의 위기에 놓여 있던 구한말 민중에 의해서 나라꽃으로 추앙되었다. 그런 역사에 걸맞게 무궁화 사업은 관이 주도하지 말고 민간이 끌어가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을 정부가 이제라도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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