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제 소문난 상황버섯 '응급상황
  • 박병출 부산 주재기자 ()
  • 승인 2001.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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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종 놓고 진위 논쟁 가열…유사품도 고가에 매매


상황이라는 이름은 중국에서 전래했다. 뽕나무(桑)에 붙어 자라는 누런(黃) 버섯이라는 뜻으로, 상신(桑臣)·상이(桑耳)·호고안(胡孤眼) 등으로도 불린다. 중국 문헌인 〈신농본초〉에는 '상이', 〈본초강목〉에는 '상이 혹은 상황', 허 준의 〈동의보감〉에는 '상이 일명 상황'이라고 되어 있다. 약효가 새롭게 부각된 것은 1968년 일본국립암연구소의 이케가와 데쓰로 박사가 상황버섯 추출물이 뛰어난 종양 치유력을 지니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케가와 박사는 복강에 'Sarcoma 180'이라는 종양 세포를 이식한 실험용 쥐 8마리에 야생 상황버섯 추출물을 투여해 그 중 7마리가 완치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 뒤부터 말기암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황버섯을 찾고 있지만 시중에서 유통되는 이 버섯의 진위를 놓고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자연산이 워낙 희귀해 국내에서 유통되는 3∼5t의 상황버섯은 대부분 인공 재배된 것이다.




그런데 인공 재배 성공 여부를 둘러싼 원초적 의문이 남아 있다. 길러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품종이 진짜 상황버섯인가 하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옛 문헌들이 상황버섯의 명칭이나 형태를 약간씩 다르게 기록한 점도 정확히 어떤 버섯인지를 판단하는 데 혼란을 주고 있다. 학계는 상황버섯이 현대 명칭으로 '진흙버섯' 중의 하나라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분류학적으로는 소나무비늘버섯과 진흙버섯 속(학명 Phellinus)에 속한다.


그러나 중국은 그 중의 말똥진흙버섯을, 일본은 목질진흙버섯을 상황버섯으로 보는 등 이견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황버섯이라는 명칭이 버섯 도감에도 올라 있지 않다. "버섯 연구가 비교적 앞선 일본 학계의 분류가 더 신뢰할 만하다"라는 유익동 박사(생명공학연구원)의 설명처럼, 국내 학계 역시 상황버섯을 지칭할 때는 일본과 같이 목질진흙버섯의 학명인 펠리누스 린테우스(Phellinus linteus)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면 국내 농가들이 재배하는 품종은 무엇일까. '펠리누스 바우미'(Phellinus baumii)다. 재배농들은 '장수 상황'이라 부른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박시균 의원(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국정감사에서 "바우미는 당초 일본에서 발표된 진품 상황버섯 린테우스와 다른 품종이다"라며 식약청 견해를 따지기도 했다.


국내 농가들도 1994년께 시험 재배를 시작할 당시에는 린테우스 종균을 사용했다. 경남 창원시에서 상황마트 버섯농장을 운영하는 위진호씨(48)는 "린테우스는 재배 조건이 까다롭고 생육 기간도 3∼5년으로 바우미의 1∼3년보다 두 배 이상 걸리는 등 경제성이 없어 농가들이 바우미로 전환했다. 바우미 역시 진흙버섯에 속하므로, 진품이 아니라는 것은 틀린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바우미가 린테우스와 '한 집안'이라는 주장이다.


바우미가 바로 린테우스라는 주장도 있다. 상황버섯 인공재배법을 개발해 기술 특허를 따낸 류충현씨(37·경북 안동시 임동면·류충현 버섯농장 대표)의 견해다. 바우미라는 명칭도 류씨가 자연산 상황버섯에서 채취한 포자로 생산한 버섯을 1996년 헬싱키 대학에 보내 품종 분석을 의뢰한 결과 국내에 처음 전해졌다. 류씨는 "분류학상 한국과 중국, 러시아 등 온대·한대 지역에서 자생한 목질진흙버섯은 린테우스가 아닌 바우미로 보아야 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국내 분류학의 권위자인 정학성 박사(서울대·미생물학과)도 린테우스와 바우미의 염기서열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동일 품종으로 판정했다. 바우미가 독립된 품종이 아니라 린테우스종의 하나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숫적으로 따지면 이는 소수 의견이다. 상당수 학자들은 재배 농가의 반발을 의식해 이름 밝히기를 거부하면서도 "바우미의 성분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검증된 것이 없다"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1997년부터 린테우스종 인공 재배를 시도해 온 수원농업진흥청은 지난해 연구를 마무리해 '고려 상황'이라고 명명하고 품종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연구를 주관한 홍인표 박사는 "올해부터 농가에 보급한다고 해도 생육 기간이 길어 앞으로 당분간 린테우스종은 구경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식약청, 약·식품으로 인정하지 않아




실제로 지금까지의 상황버섯 연구는 린테우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바우미 재배 농가들이 '족보'처럼 내세우는 '암 저지율 96.7%'라는 이케가와 박사의 흰쥐 실험 결과도 린테우스를 투약해 나온 것이다. 국내 연구의 구체적 성과로는 정부가 신약개발 시책의 하나로 시행한 'G7 프로젝트'에서 상황버섯의 새로운 항암 및 면역 활성 성분을 발견해 낸 것을 들 수 있다.


연구에 공동 참여한 대전의 한 중소 제약사와 생명공학연구원 유익동 박사 등은 린테우스 균사체(버섯으로 성장하기 전 상태)에서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면역 활성 성분을 찾아내어 '메시마 엑스'라는 이름으로 전문 의약품 인가를 받았다. 이 때도 린테우스가 쓰였다. 다만 1997년 〈목질진흙(상황)버섯의 면역 활성 연구〉 논문을 발표한 송치현 교수(대구대·생물공학)와 나경수·양병근·전용재 교수(대구공업대·식품영양학) 등이 류충현씨가 재배한 바우미에서 뽑아낸 다당체의 면역 활성을 자연산과 비교해 서로 비슷한 수준임을 밝힌 사례가 있다.


분명한 것은, 바우미에 대한 '유사 상황버섯' 시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진짜 상황버섯'을 판정해 줄 곳이 없는 탓이다. 농림부는 상황버섯을 농산물로 분류하고 있지만, 식약청은 식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식약청 식품규격과 관계자는 "식품 원료로 인정해 달라는 민원이 수십 건 접수되었지만, 약성이 강하고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전문가 회의를 거쳐 모두 반려했다"라고 밝혔다. 식약청 생약규격과는 약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 약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등 상황버섯의 규격 자체가 없는 상태여서 한약 등 생약 처방 제재로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는 명약이 이름만 있고 실체는 없는 셈이다.


유통 과정도 혼탁하기만 하다. 상황버섯과 혼동할 수 있는 '진흙버섯' 명칭을 지닌 것만도 2백20종이 넘는데 중국·캄보디아·우즈베키스탄 등에서 kg당 만∼2만 원에 수입한 정체 불명 상황버섯들이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더러는 '북한 자연산'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일부 상황버섯 농장은 명퇴자 등 서민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일본 수출 예정' '없어서 못파는 암 특효약'이라고 선전하며 대대적인 분양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돈을 날리는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버섯 재배농들은 "재배 초기에는 수많은 실패를 각오해야 한다. 선전에 현혹되어 섣불리 뛰어드는 것은 금물이다"라고 당부하고 있다. 또한 식약청 등 관계 부처가 성분 분석과 규격 확정을 서둘러 가짜·진짜 시비를 가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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