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무법자' 미군 차량
  • 고제규 기자 (unjusa@e-sisa.co.kr)
  • 승인 2001.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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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험 차 마구 질주…공무수행 중 사고 내면 처벌도 면제




한국 법은 법이 아니다? : 번호판이 없는 주한미군 소속 차량이 서울 시내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4월21일 김중환씨(47)는 경기도 용인시 용인시청 교차로에서 1t 트럭을 운전하고 가다가 교통 사고를 당했다. 직진 신호를 받고 교차로에 들어선 순간, 왼편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돌진한 차량이 김씨 차의 운전석을 들이받았다. 김씨는 의식을 잃었는데, 깨어나 보니 경기도 신갈 강남병원 응급실이었다. 그는 이 사고로 목뼈가 부러졌다. 교통 사고를 조사한 경기도 용인경찰서 교통수사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호를 위반하고 돌진한 가해 차량에 100% 책임이 있었다.




그러나 두 달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김씨는 단 한 번도 가해 차량의 운전자를 만나지 못했다. 미안하다는 전화 한 통 없었다. 뿐만 아니라 7백만원 상당의 치료비마저 김씨 본인이 감당했다. 그렇다면 가해자는 형사 처벌이라도 받았을까? 교통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은 주한미군이었다. 경북 왜관에 있는 캠프 캐롤 소속인 그 병사는 공무 수행 중이었기에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게다가 사고 차량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김씨는 급한 대로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야 했다.


주한미군의 내규에 따르면, 미군 소속 차량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규정뿐이다. 한·미 행정협정 규정이나 합의 의사록에도 미군 차량의 보험 가입에 대한 규정은 없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미군 차량과 접촉사고가 일어나면 꼼짝없이 자비로 처리하고, 국가배상심의위원회를 통해 나중에 한국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아야 한다. 미군이 주둔하는 일본·독일·호주에서 미군의 모든 차량에 대해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보험회사가 치료비와 보상비를 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주한미군 차량뿐 아니라, 최근에는 번호판 없는 미군 차량까지 등장해 도시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6월15일 녹색연합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와 '불평등한 소파 개정 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는 무적 차량과 관련해 대니얼 R. 자니니 주한미군 8군사령관을 직무 유기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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