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자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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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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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에서 최고 명문인 다카 대학을 졸업한 안돌란 씨(28·가명)는 시를 즐겨 쓴다. '우리 세 식구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은 나의 하늘이다'라는 박노해의 〈하늘〉을 암송하는 그가 불법 체류 단속에 대한 분노를 시에 담았다. 얼굴 없는 시인 박노해처럼 그도 얼굴 없는 시인으로 남고 싶어한다. 안돌란은 방글라데시 말로 '투쟁'이다.




이곳에 자유는 없다


이곳에 자유는 없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상

어둠은 온 세상을 감싸며

하늘을 덮고 있다

자유를 얻으려 했던 그들,

나처럼 어리석게

굴레를 벗어 던지지 못했다.

그들에게 아무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자유를 원했던 대우자동차 노동자

자유를 원했던 E랜드 노동자

자유를 원했던 효성 노동자

자유는 없었다. 자유는 없었다. 자유는 없었다.

붉은 피가 흩뿌려졌다. 자유로 향한 그 길에는

사장님들이 고용한 깡패들과

민중의 지팡이 경찰에 의해 피만 흩뿌려졌다.


이곳에 자유는 없다.

무지한 이 세상에서

나는 자유를 원했다

가난의 굴레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

조국을 등졌다.

어렵고, 힘들고, 더러운 일을

개새끼라는 욕을 들으며 우리는 노동을 했다.


보라, 우리에게 자유가 있는가.

없다 결코 없다

무서운 메아리가 고동친다

심장에서 손끝까지 뻗은 실핏줄에서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출입국관리국 사람들

본능적으로 고동치는 메아리를 느끼며

살기 위해 미친 듯이 우리는 산으로 숨는다.


이곳에 자유는 없다

이곳에 자유는 없다

이곳에 자유는 없다.

가난하고, 슬프고, 굶주리고

헐벗은 자들에게

자유는 없다. 자유는 없다. 자유는 없다.


아니, 이곳에 자유가 있다.

여기 어두운 이 세상에.

이곳에 자유가 있다. 무지한 경찰들에게

이곳에 자유가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장님들에게

이곳에 자유가 있다. 가진 자들에게


오직 나만이 자유가 없다.


신이시여 우리에게 자유를 주소서,

자유를 위해 우리는 기꺼이 피를 흘리겠습니다.


* 번역·송우리문화센터 이석봉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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