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에도 '성역'은 있다
  • 고재열 기자 (scoop@e-sisa.co.kr)
  • 승인 200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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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청와대 앞에서 경찰에 쫓겨나…
백악관은 '누구나, 맘대로'


1인 침묵 시위는 지난해 시민단체가 삼성 3세 이재용씨에게 과세하라고 요구할 때 국세청 앞에서 처음 등장했다. '외국 공관 인근 100m 이내에서는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다'는 법률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시작된 1인 침묵 시위는 이후 시위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혼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집회도 아니고, 침묵하므로 시위도 아니기 때문에, 1인 침묵 시위는 시위 금지 구역을 돌파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애용되었다. 하지만 1인 침묵 시위에도 성역이 있다. 바로 청와대 앞이다.


지난 6월26일과 7월10일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은 '국무회의 속기록 작성'을 요구하는 1인 침묵 시위를 청와대 앞에서 시도했다가 바로 경찰에 저지되었다. 정광섭 종로경찰서장은 "청와대 앞 1인 시위는 기본적인 상식과 양식에 위배된다"라고 말하며 경호 문제를 내세워 시위자들을 쫓아냈다. 하지만 참여연대 간사가 1인 시위를 한 곳은 일반인의 통행도 가능한 곳이었다.


경호상의 이유로 시위를 막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대통령 휴양지인 청남대 주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대통령이 머무르고 있는 것도 아닌데 7월 초에 충북 청원군 문의면사무소 직원들은 주민들이 청남대로 인한 개발 제한을 풀어 달라며 걸어 놓은 플래카드를 모두 제거했다. 시위를 금지하고 플래카드를 제거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과잉 충성일 뿐이다.


시위를 할 수 없게 되자 이태호 참여연대 투명사회국장은 공개질의서를 청와대 민원실에 내겠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것마저도 거절했다. 이에 대해 이국장은 "국민의 소리를 아예 듣지 않으려는 처사다. 공무원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미국에서는 외국인도 백악관 앞에서 시위할 수 있다. 지난 7월10일 남학호씨(42)는 미군 군무원이었던 아내의 죽음을 규명해 달라고 요구하며 백악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남씨 옆에서는 윌리엄 토머스라는 사람이 '핵무기 사용 반대와 군비 삭감'을 요구하며 1981년 6월3일부터 20년째 시위하고 있었다. 미국 대통령만큼 유명 인사가 된 그는 아예 텐트를 치고 백악관 앞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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