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노리다 안방에서 혼쭐 난 김혁규 경남지사
  • 경남 거제·박병출 부산주재기자 (pbc@e-sisa.co.kr)
  • 승인 2001.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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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시민단체 "엉터리 환경정책 보고서 남발" 맹공
경남 거제시에 있는 한 환경단체가 김혁규 경남도지사를 상대로 한판 싸움을 시작했다.


'초록빛깔 사람들'(초빛사)은 지난 10월12일 김지사를 상대로 성명을 낸 데 이어 얼마 전 같은 내용의 문서를 김지사에게 발송했다. 이 단체는 '김지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경남발전연구원(경발연)이 기초 자치단체들로부터 연구 용역을 받아 엉터리 보고서를 남발해 환경정책을 망치고 있다'며 김지사의 공식 사과와 관계자 문책·용역비 환수를 요구했다.


짜깁기·베끼기·오류투성이 보고서




조순만 초빛사 대표는 "경발연이 6천5백만원 용역비를 받고 만든 '2002∼2006년 거제시 환경 기본계획'의 경우, 다른 자료들을 짜깁기 식으로 베끼다 보니 거제도와 아무 관련도 없는 부산 가덕도나 통영 한산도의 생태계와 지형을 끼워 넣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라고 주장했다. 조순만 대표는 또 "심지어 자연생태계 보전구역으로 지정된 고란초 군락지를 '상록활엽수림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보고서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가득하다"라고 강조했다.


경발연측은 초빛사가 처음 문제를 제기한 거제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부산 가덕도나 통영 한산도를) 동일 권역으로 볼 수 있다' '광의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등 다소 궁색한 반론을 폈는데, 이 과정에서 초빛사에 대해 '내용을 모르는 무식한 이견' '흠집 내기에 급급…' '환경단체의 자질이 없음' 등 감정적인 용어를 썼다.


발끈한 초빛사는, 역시 경발연이 용역받아 작성한 창녕군 환경기본계획을 검토해 새로운 사실을 터뜨렸다. 거제시 환경기본계획을 '답안'으로 삼아 통계 수치와 지명만 바꾸어 넣다가, 바다가 없는 창녕 지역 생태계를 연안 습지로서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등 여러 군데에서 결정적인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결국 경발연측은 지난 10월13일 '앞으로 환경 보전을 위해 할 일이 산적해 있으므로 일일이 답변을 못해 드림을 이해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끝으로 논쟁에서 발을 뺐다.




그러나 초빛사측은 "경발연이 잘못을 시인하고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용역비 받고 환경 망치는 행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라며 최고 책임자인 김혁규 지사를 직접 겨냥해 사과와 개혁을 요구한 것이다.


1992년 경상남도와 각 자치단체가 공동 출연해 설립한 경발연에서는 석·박사 학위를 소지한 20여 명의 연구진이 경남도와 각 시·군 정책 관련 연구보고서를 해마다 수십 건씩 내고 있다. 초빛사는 지난해 이후 납품한 거제·양산시, 합천·창녕·남해군 환경기본계획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경발연이 발표한 각종 보고서를 정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빛사가 김지사를 상대로 싸움에 나선 것은, 경발연 조직에 대한 의혹 때문이다. 조순만 대표는 "환경기본계획 연구진에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들어 있지 않은 사실을 주목하라"면서 연구소가 자리 만들어 주는 데 이용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혁규 지사는 최근 "도민과 주변의 여론을 수렴해 연말께 입장을 밝히겠다"라는 말로 사실상 대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했다. YS가 직접 신당을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뒤에는, 'YS의 적자'로 불리는 김지사가 'YS-JP 신당'의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같은 당인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대권 욕심'과 관련해 집중 공격을 받기도 한 김지사가 안방에서 작은 시민단체에게 혼쭐이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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