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골프 공화국' 되는가
  • 소종섭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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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앞다투어 '고급 골프장' 건설…
5년 안에 30여 곳 개장 예정
제주도는 바람과 여자와 돌이 많다고 해서 삼다도(三多島)라고 불린다. 그러나 앞으로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바로 골프장이다. 3년 전만 해도 제주도에 있는 골프장은 중문골프클럽·파라다이스컨트리클럽 등 다섯 곳이었다. 그러던 것이 CJ나인브릿지컨트리클럽 등이 생겨나 지금은 여덟 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제주도에는 앞으로 4∼5년 안에 골프장이 최소한 20개 더 들어설 계획이다. 서귀포컨트리클럽 등 현재 공사 중인 골프장이 여섯 곳이고, 포렉스컨트리클럽 등 골프장 건설 승인을 받고 공사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곳이 네 군데이다. 환경영향평가나 국토이용계획 변경 등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업체는 아홉 곳이나 된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제주도가 골프 공화국이 되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에 불고 있는 골프장 건설 붐의 배후에는 대기업들이 있다. 물꼬를 튼 곳은 현대그룹이다. 1999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제주다이너스티주식회사가 남제주군 표선면 표선리에 다이너스티컨트리클럽을 개장했다. 27홀인 이 골프장은 2003년에 추가로 9홀을 증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에 뒤질세라 삼성 계열인 제일제당도 올 9월1일 북제주군 애월읍에 CJ나인브릿지컨트리클럽을 열었다. 국내외 골프장들을 철저히 연구해서 만들었다는 이 골프장은 시설과 회원 관리에서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삼성그룹은 오래 전부터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중문관광단지 내 중문골프클럽을 인수하려고 했으나 관광단지 안에 있는 하이야트·롯데 호텔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삼성·현대 두 곳에 불과하지만 공사 중인 골프장들이 완공되면 대기업들의 제주도 골프 사업은 나름의 모양새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북제주군 애월읍에 탐라컨트리클럽, 롯데그룹은 서귀포시 색달동에 서귀포컨트리클럽, 한화는 제주시 봉개동에 봉개휴양림컨트리클럽을 만들고 있다. 승인을 받았거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대기업들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포렉스컨트리클럽(대우)·오라관광지구컨트리클럽(쌍용)·제주칼컨트리클럽(한진)·프라자컨트리클럽(한화)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대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제주도 골프장을 고급화하고 있다. 제주도청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새로 짓고 있는 골프장들의 잔디나 시설이 하나같이 최고급이라고 전했다. 골프장 한 곳 한 곳이 세계 100대 골프장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문을 연 CJ나인브릿지컨트리클럽이 이런 흐름을 열었다.


대기업들이 제주도에 골프장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제주도가 육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날씨가 따뜻해 골프를 즐기기에 좋고, 일본인 관광객이 많아 수익성 면에서도 괜찮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대외 이미지 면에서도 제주도에 골프장 한 곳 정도는 갖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적극 지원…환경단체는 적극 반대




대기업들만 제주도에 골프장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견 건설업체인 신안그룹이 신안컨트리클럽을 만들고 있고, 신우림건설은 아일랜드컨트리클럽에 대한 사업 승인을 받은 상태이다. 조일제지·레이크힐스·수원컨트리클럽도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도에 골프장 건설 붐이 일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도 관련이 깊다. 지난 9월20일 발족한 총리실 산하 '제주 국제 자유도시 추진 기획단'(기획단)은 제주도를 세계적인 골프 관광지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머지 않아 여야 공동으로 제주도에 있는 골프장에 한해 특별소비세 등 모든 세금을 면제한다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국세와 지방세를 합쳐 그린피가 약 5만원 정도 인하되어 일본인 관광객 등을 끌어들이는 데 효과가 크리라는 것이 기획단 사람들의 생각이다. 기획단의 구상이 발표되면 제주도에 골프장을 만들려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주도에 골프장이 속속 들어서는 것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반대도 거세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1월9일, "제주도를 세계적인 골프 관광지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온 섬을 생명이 없는 죽음의 땅으로 뒤덮겠다는 발상이다. 골프장 건설 확충 계획은 당장 백지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정책부장은 "골프장 건설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공동체를 붕괴시킨다. 다른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환경 보존을 고려하고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의식한 제주도는 다른 시·도에 비해 골프장 건설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했다. 다른 시·도는 골프장 안에 15m 높이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반면 제주도는 9m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오폐수 처리 기준에도 다른 시·도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을 10ppm까지 허용하는 데 반해 제주도는 5ppm으로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제주도를 제대로 된 휴양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골프 관광뿐 아니라 생태 관광 등 자연 친화적인 다양한 관광 분야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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