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모양이 어떻게 바뀔 수 있나"/현준희씨 기고
  • 고제규 기자 (unjusa@e-sisa.co.kr)
  • 승인 2001.12.1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년간 진상 규명해온 현준희씨 기고/
"사진 속 꽃 든 소녀, 김현희 아니다"


현준희씨는 14년 동안 KAL 858기 사건에 매달렸다. 1987년 11월29일 사고 당일 그는 일본에서 연수 중이었다. 당시 일본 언론은 '북풍'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감사원에 재직하던 현씨는 정부 발표를 접하면서 문제점을 직감했다. 현씨는 이 사건을 한마디로 '천동설'에 빗댄다. 그는 누구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KAL 858기 사건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점을 김현희씨의 '귀모양'에서 찾는다. 그의 기억을 따라 14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 보자.


1988년 1월15일 안기부는 김현희씨가 북한공작원이라는 증거로 소녀 시절 사진을 공개했다(사진1). 당시 사진이 공개되자 소녀의 귀 모양과 김현희씨의 귀 모양이 틀리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성숙한 김씨의 귀 모양은 귓불이 없는 칼귀인 반면 소녀의 귀는 귓불이 있어 도톰하다. 하지만 "귀 모양이 똑같았잖아요"라는 김현희씨의 한마디에 언론은 더 추궁하지 않았다.




1988년 3월4일 일본 〈아카하다(赤旗)〉의 하기와라 료 기자가 1972년 자기가 평양에서 찍었다며 '99% 김현희임을 확신'하는 사진(사진2-①을 김현희라고 주장)을 공개했다. 사진이 공개되자 국내 신문도 김현희의 "16년 전 내 모습이 확실하다"라는 멘트를 달아 지면에 실었다. 그런데 북한에 있는 정희선씨가 하기와라 료 기자가 김현희라고 주장한 소녀는 자기라며 새로운 사진을 공개했다(사진4-①은 2-①과 같은 정희선이라고 주장). 한차례 공방이 있은 1년 뒤 하기와라 료는 또 다른 사진을 공개하며 어린 김현희라고 주장했다(사진3-②를 김현희로 주장). 문제는 김현희라고 99% 확신한다던 하기와라 료 자신이 1% 잘못을 인정한 셈인지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지목했다는 점이다(하기와라 료가 바꾸어 지목한 김현희는 사진 3에서는 ①이 아니라 ②번 소녀다). 그러면서도 하기와라 료는 북한이 제시한 사진에도 나중에 자기가 김현희라고 고쳐 지목했던 인물(사진 4-②)이 있다고 주장했다. 〈월간 조선〉은 지난 3월호와 11월호에서 하기와라 료의 주장을 받아들여 그대로 기사화했다.


아무튼, 이로써 1987년 3월4일 국내 보도는 모두 오보임이 밝혀진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김현희씨다. 하기와라 료씨는 착각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김현희씨는 자기 자신을 못 알아본 것일까? 김현희씨를 단독 인터뷰했던 〈월간 조선〉 조갑제 기자에 따르면, 한 달 전에 읽은 '맹세문'을 잊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기억력은 비상하다(〈월간조선〉 1985년 5월호).


그런 김현희씨가 자기 사진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1988년 1월15일 안기부가 제공한 소녀의 사진(사진2)도 과연 김현희인지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 법의학자에 따르면, 사람의 귀는 지문처럼 평생 바뀌지 않는다. 분명히 말하건대 소녀의 귀 모양과 김현희의 귀 모양은 다르다. 그럼 과연 김현희는 누구인가?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