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서 못 빠져나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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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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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경찰서 등 관계 기관 발표, 하루 만에 뒤집혀
지난 1월29일 오후 3시30분, 강근호 군산시장·송완식 군산경찰서장·이재준 군산소방서장은 시청 기자실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강시장은 “2층에서 잠자던 종업원들이 비상 계단이 있고 창문이 개방되어 얼마든지 탈출할 수 있었는데도 음주로 당황한 나머지 일어난 사고로 추정된다”라고 발표했다. 강시장은 2000년 9월 대명동 사건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화재 사고 발생 3시간 만에 이루어진 속전속결 발표는 희생자들에게 모든 잘못을 떠넘겼다. 하지만 이날 발표는 하루 만에 뒤집혔다. 여성단체와 주민들은 종업원들이 잠잔 곳은 2층이 아니라 1층이라고 주장했다. 2층으로 통하는 철문이 밖에서 잠겨 있었다는 소방관의 진술이 제기되자, 감금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때까지도 경찰은 감금은 없었다고 버텼다. 경찰로서는 대명동 사건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밖에 없었다. 감금 사실이 확인될 경우 감독기관의 책임 추궁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1월31일 인터넷 신문 <오마이 뉴스>가 현관문에 특수잠금장치가 설치되었다고 보도하자, 경찰은 허둥댔다. 안에서도 열 수 있는 잠금장치라고 주장했던 경찰은 곧바로 열쇠 전문가와 함께 현장 검증에 나섰다. ㅅ열쇠업체 직원이 “특수키다. 조작하면 안에서 열 수 없다”라고 말하자 경찰은 허탈했다.


2월1일 오전 10시30분 군산시청 4층에서 유가족과 여성단체는 군산시 대책위원회와 면담을 가졌다. 유가족과 여성단체는 잘못된 처음 발표를 정정하라며 시장 면담을 요구했다. 한 차례 실랑이가 있은 뒤 유가족은 시장실 점거에 나섰다. 일정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던 강시장이 집무실에 있자, 흥분한 유가족이 시장실 집기를 뒤엎었다.


강시장은 결국 유가족과 면담에서 섣불리 기자회견을 가진 것을 공식 사과했다. 같은 시각 군산경찰서도 최초 목격자였던 임 아무개씨(42)를 밤샘 조사한 뒤 종업원들이 감금 상태에 있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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