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인정 논란 등 잡음도 ‘문화재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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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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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능 보유자, 문화재청과 갈등



중요 무형문화재 기·예능 보유자들과 문화재청 사이에 ‘갈등’을 초래하는 것은 명예 보유자 제도뿐만이 아니다. 2000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몇 가지 제도도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보유자 복수 인정 및 연령 제한 폐지’는 이미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지난 2월, 문화재청은 제108호 무형문화재인 목(木)조각 기·예능 보유자로 허·이 아무개 씨 등 3명을 새로 지정하려고 했다. 일부에서 이미 50대 중반밖에 안된 108호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있는데 굳이 3명을 더 지정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이견이 나왔지만, 문화재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문화재위원회는 그 말을 외면했다. 더구나 이씨는 제108호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박씨의 제자였고, 문화재 전문위원들의 기량 실사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사람이었다. 한 무형문화재 보유자는 “무형문화재 기·예능은 대부분 도제 식으로 전승된다. 그런데도 제자를 스승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것은 기존 무형문화재 보유자를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같은 잡음을 없애기 위해 앞으로는 후보자들의 기량을 공개 테스트하고, 상대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건강 상태·수상 경력·기량 성숙도·전승 계보 등 10여 가지 조항에 각각 10∼30점을 배점한 뒤, 그 점수와 기량을 실사한 점수를 합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재청이 무형문화재를 가치 있게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모습이다.



한국무형문화재총연합회는 지난 2월 말 ‘어디서나 무상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특별 진료권을 제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기·예능 보유자 호칭을 인간문화재로 바꾸어 달라’고 요구했다. 김석명 회장(<고성농요> 기·예능 보유자)은 “신규 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는 전승 지원금까지 지급하지 않는 등 무형문화재 경시 풍조가 더해 가고 있어 이같은 요구를 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몇몇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순수한 분들을 선동해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 하고 있다며,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특수진료권은 보건복지부가 거절했다. 국가 유공자에게만 제공하기 때문에, 기·예능만 보유한 사람들에게는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문화재 호칭에 대해서도 문화재관리청은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들이 지닌 기·예능이 가치 있기 때문에 인간문화재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주강현 박사(문화재 전문위원)는 “이제 기존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을 재심사해서 다시 지정할 때가 되었다. 기존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은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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