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있는 곳에 조운선 있다?
  • 차형석 기자 (papapipi@sisapress.com)
  • 승인 2002.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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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뷰·타이거풀스 이어 인천공항 유휴지 개발에도 깊이 개입
파크뷰 특혜 분양과 타이거풀스 로비에는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그는 바로 파크뷰 분양 관리사인 생보부동산신탁의 조운선 전 상무(48·왼쪽 사진)이다.




지난 5월16일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을 수사하던 수원지검 특수부는 시행사 에이치원개발 홍원표 회장(54)과 생보부동산신탁의 조운선 전 상무를 업무방해와 표시·광고의 공정화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홍회장은 시행사 대표로 파크뷰 특혜 분양과 관련해 줄곧 의혹을 사온 인물이었다. 그러나 조씨가 구속된 것은 뜻밖이었다. 검찰도 그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던 터였다.



<시사저널>은 1999년 6월 백궁·정자 지구 용도 변경 직전에 조씨와 도시설계 변경 타당성 용역을 맡았던 ㄱ건축사무소 정 아무개 부사장(당시 전무)이 파크뷰 인근 부지(정자동 168-1,2,3)를 1백71억원에 공동 매입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시사저널> 제656호 참조). 이 땅은 백궁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인 대로변에 있다. 성남시민모임 이재명 변호사는 “매입자들이 용도 변경이 되지 않아 이 땅을 사서 이득 본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어이가 없다. 허허벌판이던 이 주변에 속속 건물이 세워지고 있다. 게다가 오피스텔까지 이 부지에 들어선다. 이런 게 금싸라기 땅이 아니고 뭔가”라고 말했다.



전북 고창 출신인 조운선씨는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TPI)의 정·관계 로비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권노갑 의원 비서 출신이며 정치권에 발이 너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파크뷰 78평형을 계약했다가 6월에 해약한 뒤 계약금을 돌려받은 김홍일 의원의 처남 윤흥렬씨와도 절친한 사이다. 윤흥렬씨는 김홍업씨와 단짝 친구이기도 하다.



김홍업씨의 친구 온 아무개씨가 1999년 1월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 부회장으로 영입되었을 때도 조씨가 중간에 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이 회사 대표인 송재빈씨와 대학 동문이고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온씨는 타이거풀스에서 무려 7만5천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는데 이것이 김홍업을 통한 로비의 대가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클럽 폴라리스 컨소시엄 대표로 근무



조운선씨는 지난해 12월 생보부동산신탁을 그만두었다. 그 이후 조씨는 무슨 일을 했던 것일까? <시사저널>은 조씨의 최근 행적을 추적하면서 매우 주목할 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조씨는 인천국제공항 유휴지 민간투자개발사업을 추진하는 클럽 폴라리스 컨소시엄의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개인 명의로 이 컨소시엄의 지분 8%를 가지고 있다(46쪽 도표 참조). 개인으로 참가하는 출자자는 조씨뿐이다. 이 컨소시엄에는 파크뷰 분양 대행사인 엠디엠(7%)도 참여하고 있다.



인천공항 유휴지 개발 사업은 지난해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어 의혹에 휘말린 바 있다(48쪽 상자 기사 참조). 조씨와 권력 실세 측근과의 관계가 언론에 감지된 것은 이 때가 처음이다. 당시 에어포트 72 컨소시엄의 대주주(32%)는 윤흥렬씨가 사장으로 있던 ‘스포츠서울 21’이었다. 당시 윤씨는 “생보부동산신탁 사장과 조운선 상무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사업에 참여했고, 대통령 인척이라는 신분 때문에 생보부동산신탁에서 실무를 담당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무를 주도했던 조씨가 다시 인천공항 유휴지 개발 재모집에 참가한 컨소시엄의 핵심 인사로 등장한 것이다.



특혜 의혹 사건 이후 인천공항공사(공항공사)는 지난해 11월20일 인천공항 유휴지 개발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원익과의 협상을 파기하고 재공고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이 시기는 조운선씨가 생보부동산신탁을 그만둔 때와 가깝다). 클럽 폴라리스에 대주주로 참가한 아주산업의 한 임원은 “지난해 말 에이스회원권거래소 김 아무개 사장과 조씨로부터 사업 참여 제안을 받았다. 25% 지분이 대주주인 줄 몰랐다. 조씨의 지분도 4%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김사장과 조씨가 컨소시엄 구성을 주도했다”라고 말했다.



클럽 폴라리스 컨소시엄은 지난 4월8일 인천공항 유휴지 개발 사업자 재모집에서 ‘실시 협약 예정자’로 선정되었다. 이번에는 사업권이 둘로 나뉘어 있었다. 1사업권은 신불 지역 26만평이고, 2사업권은 제5활주로 건설 예정 지역 83만평이다.


이번 재모집에서 1사업권에는 오메가 프로젝트 컨소시엄(대표사 가오닉스)과 클럽 폴라리스 컨소시엄(대표사 아주산업)이, 2사업권에는 클럽 폴라리스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입찰했다. 원익 컨소시엄은 참가하지 않았다. 원익 컨소시엄에 속했던 한 관계자는 “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이 있었다. 정치권이 개입할 우려가 있는 사업은 쳐다보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불참 이유를 말했다. 업계에는 “입찰에 뛰어들어봐야 들러리 입찰 서주는 꼴이다”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공항공사측은 기본 계획에 따라 3월28일 신청서를 접수하고, 3월29일 사업계획서와 토지사용료액을 적은 서류를 제출하게 했다. 사업계획서를 먼저 검토하고 기준 이상(1000점 만점에 800점 이상) 점수를 얻은 업체에 한해 토지 사용료를 개봉해 더 많은 액수를 적어낸 컨소시엄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재모집이 진행되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 방식을 도입했다는 것이 공항공사의 설명이다.



이번 재모집에서 10개 업체로 구성된 클럽 폴라리스는 각각 독립된 2개 사업권을 모두 따냈다. 이 컨소시엄은 영종도 신불 지역과 제5활주로 건설 예정 지역에 각각 18홀과 54홀 규모의 퍼블릭 골프 코스를 조성할 예정이다. 퍼블릭 코스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인 72홀 대중 골프장이다.



그러나 이번 인천공항 유휴지 개발 사업자 선정도 의혹에 휩싸일 전망이다. 처음 모집에 참여했던 에어포트 72의 출자자와 이번에 참가한 클럽 폴라리스의 출자자가 비슷하기 때문이다(오른쪽 참조). 출자자가 비슷하다 보니 다시 정치권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질 소지가 있다. 특히 에이스회원권거래소의 양 아무개 고문은 지난해 6월 청와대 국중호 전 행정관에게 청탁과 함께 해외출장비에 보태라고 2천 달러를 준 혐의를 받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외에도 일부 출자자가 에어포트 72와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다. 공항공사측은 “법원의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신청 자격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사전에 당시 컨소시엄 관련사들이 컨소시엄 대표사나 최대 주주가 아니라면 참가해도 좋다는 유권 해석을 공정위로부터 받았다”라고 해명했다.





사업자 선정 ‘특혜’ 논란 따를 듯



논란이 되는 것은 컨소시엄 참여 자격 문제만이 아니다. 지난 4월6일 오메가 프로젝트는 ‘입찰 정보 사전 유츌 의혹’을 제기하며 공식으로 공항공사에 이의를 신청했다. “3월28일 사업자 신청, 3월29일 사업계획서 및 토지사용료 제안으로 시차가 하루 있었다. 이런 시차로 인해 제2사업권 단독 입찰 사실이 알려져 클럽 폴라리스는 제2사업권의 토지 사용료 최저가인 5백10억원보다 불과 40억원 많은 5백50억원을 제안하고, 경쟁 입찰인 1사업권의 토지 사용료를 최저가인 1백89억원보다 무려 1백33억원이 많은 3백22억원을 제안했다.”


클럽 폴라리스가 사전에 단독 입찰 정보를 입수해 2사업권에서는 최저 수준의 돈을 제안하고, 여기서 남긴 돈을 1사업권 토지 사용료에 보탤 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오메가 프로젝트는 1사업권에 토지 사용료로 2백40억원을 제안한 바 있다. 사실 공항공사측이 판단한 1사업권 대 2사업권 최소 토지 사용료 비율이 1 대 2.7인 데 비해, 클럽 폴라리스가 제안한 가격비는 1 대 1.7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비율로 가격을 제안한 것이다. 올해는 최소 토지 사용료 하한선을 두었기 때문에 이후에 토지 사용료에 관한 협상은 더 이상 없다고 공항공사측은 설명했다.



오메가 프로젝트의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공항공사측은 4월11일 회신에서 ‘사업시행자 모집 공고시(2001.12.28) 선정 방법과 모집 공고, 접수 일정에 대해 사전에 공고했다. 모집 등록 날짜를 달리한 것은 사업 참가 부적격자를 사전에 확인해 사업 참여 의지가 있는 건전한 업체에 한해 참가토록 하기 위한 것이다. 입찰 정보 유출은 있을 수 없다’라고 답변했다.





‘단독 입찰 특혜 의혹’도 일고 있다. 통상 공기업은 단독 입찰이 될 경우에는 일단 유찰시키고 재입찰을 한다. 재입찰 때 또다시 단독 입찰을 하면 그 업체와 수의 계약을 한다. 이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에서 경쟁 입찰은 2인 이상이 참여해야 성립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공사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도 “공항공사도 이런 경쟁 입찰 관례를 따랐고, 단독 입찰을 해서 입찰을 따낸 경우는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클럽 폴라리스는 각각 독립된 사업권이었던 2사업권에 단독 입찰해 실시 협약 예정자로 선정되었다. 공항공사측은 “국가계약법을 준용하는 것이 의무 사항도 아니고, 그에 따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라고 해명했지만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1차 사업계획서 심사와 관련해서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공항공사측은 1차 사업계획서 심사에서 ‘출자자의 3년간 재무 상태’를 평가하겠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개인 출자자의 재무 상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개인 출자자는 조운선씨가 유일하다. <시사저널>은 조씨가 소유한 자택이 가압류된 사실을 확인했다. 한 변호사는 “개인의 자택이 가압류되었다는 것은 빚이 많거나 재무 구조가 치명적으로 나쁘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말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조운선씨의 지분은 8%뿐이다. 평가에 별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을 것이다”라고 하면서도 조씨의 가압류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조씨 ‘내 뒤에 정치권 있다’ 자주 흘려”



클럽 폴라리스 컨소시엄과 공항공사측은 파크뷰 특혜 분양과 관련해 조운선씨와 엠디엠 문주현 사장이 구속되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클럽 폴라리스의 대표 주주사인 아주산업의 한 임원은 “두 출자자의 지분을 출자자들이 공동 매입하고,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 주주 총회에서 두 출자자가 지분을 고집할 경우 컨소시엄에서 탈퇴하겠다”라고 말했다.



20년 동안 부동산 개발 전문가로서 권력 실세들과 두터운 교감을 나누며 이권 현장에 개입했던 조씨는 분당에서 인천으로 점프하려다가 파크뷰 특혜 분양으로 구속되면서 연착륙에 실패했다. 조씨는 상대편 오메가 프로젝트 쪽에 은근히 ‘내 뒤에는 정치권이 있다’는 말을 흘렸다고 한다. 과연 그의 말은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허장성세였는지, 아니면 실제로 그가 권력 실세의 ‘집사’ 노릇을 충실히 수행하다가 발목이 잡힌 것인지 주목된다. 파크뷰·타이거풀스·인천공항 유휴지 개발 등이 ‘개인’ 조운선이 휘젓기에는 버거운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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