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어디서 무엇을 하나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2.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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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에로 여배우 상당수 유흥업소 취업…연극·TV 출연 등 새 길 찾기도

에로 배우들의 수명은 짧다. 평균 6개월을 넘기지 못한다. 마음만 먹으면 한 달에 7~8편도 찍을 수 있으니, 몇 달 만에 수십여 편에 출연하는 것이 보통이다. 식상한 비디오 마니아들이 외면하면 더 이상 부르는 제작사가 없어 마침내는 돈 많이 주는 유흥업소를 기웃거리기 일쑤이다.

 


성인 영화 제작사인 클릭 엔터테인먼트(대표 이승수)는 이를 막기 위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2년 전 전속배우제를 도입했다. 하소연양(21)과 은빛양(25)이 클릭의 전속 배우이다. 특히 은빛양은 벌써 활동 기간 2년을 넘겼다. 영화 <친구> 등의 베드신 대역을 맡은 것을 비롯해 리얼한 에로 연기로 이름을 날렸다. 은빛양은 아직까지 10여 편만 찍었다. 하소연양도 역시 인터넷 카페에 2만명에 이르는 팬을 보유하고 있지만 출연작은 겨우 10편 안팎이다. 비밀스러움과 신비로움을 간직하면서 조금씩 작품을 내놓아야 남성팬들을 붙잡을 수 있다는 것이 제작사의 영업 전략이다.


<수호천사> <누나 길들이기 2> 등에 출연해 드물게 연기력 있는 에로 배우로 꼽히던 엄다혜씨(25)는 뒤늦게 연극 무대에 진출했다. 그녀는 지난 4월부터 서울 대학로에서 <아끼고 상의 긴자꼬>라는 성인 연극에서 주연을 맡고 있다.


다혜씨는 에로 배우 경력을 살려 전라의 물오른 노출 연기를 4개월째 계속하고 있다. 일본 긴자(銀座)의 풍속업소에서 일하는 매춘부의 다양한 성체험을 다룬 이 연극을 위해 제작사인 ‘극단 연극세상’은 전용 극장을 ‘포르노 극장’이라고 홍보하기까지 했다. 다혜씨는 “스페인 포르노 영화제에 갔더니 여배우들의 인기가 매우 높았다. 누드 모델과 에로 배우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연극을 끝마치더라도 다시 누드 모델로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한의대 성교육 강사로 활약하기도

엄다혜씨처럼 적극적으로 자기 영역을 개척하는 배우는 또 있다. 2000년 5월 성관계를 대가로 ‘백지 수표’를 제의받았다고 말해 연예인 매춘 실태를 폭로했던 에로 배우 출신 정세희씨(28·인터넷 자키)는 지난 5월 동국대 한의대 본과 3학년생을 대상으로 성교육 강사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에로 배우들은 아직 사회의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한 공영 방송의 시트콤 <연인들>에 바텐터걸로 출연하는 김지현씨는 2000년 인터넷 성인 방송의 인터넷 자키(IJ)로 일했다는 점 때문에 색안경을 쓴 연예계 참새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에로 배우들은 사회의 이런 편견을 견디지 못해 탈선에 빠지기도 한다. <젖소부인…> 시리즈로 이름을 날린 배우 진도희씨는 유흥업소를 차린 뒤 미성년자를 고용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은빛양도 지난해 8월 히로뽕 상습 복용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풀려났다. 에로 배우 매니저 일을 하는 윤 아무개씨는 “배우들이 업계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대부분 유흥업소로 간다. 사회의 왜곡된 시선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여배우 못지 않게 남자 에로 배우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프로 야구 선수 출신 신영웅씨(29)는 현재 에로업계뿐만 아니라 연예계에서도 탐내는 배우이다.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씨의 아들 배동진씨도 40대 에로 배우로서 관록을 자랑하고 있다. 에로 비디오 업계 관계자는 “사회의 왜곡된 시선을 걷어내면 에로 영화가 충분히 하위 문화의 한 분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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