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의 차이
  • 최재천 (변호사·법무법인 한강 대표) ()
  • 승인 2002.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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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소한 민법에서 만큼은 자본주의 법질서는 사적 자치 원칙이 확대되는 역사이다. 사적 자치의 원칙은, 자기가 결정하고 자기 책임 아래서 자기가 지배한다는 당위이다. 그 반대편에는 거래 안전이나 사회 질서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개인의 권리 보호냐 사회 질서 유지냐에 따라 헌법 해석에서부터 개별 법률에 이르기까지 그 차이는 엄청나다.





우리 나라에서 보수와 진보 문제는 주로 통일관이나 경제 주체들의 경제적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를 놓고 대립한다. 법률에서의 보수와 진보 문제를 굳이 따진다면, 개인의 자기 결정을 강조하느냐 아니면 사회 질서 유지를 더 우선하느냐를 놓고 나누어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개인의 총기 소유 규제를 놓고 대립한다. 개인의 자유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은 자기 책임 하에 총기를 소유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국가가 여기에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사회적 약자 보호와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총기 소유를 제한하자고 한다.
물론 미국에서도 낙태나 동성애자 결혼·군 입대에 공화당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데서 드러나듯 순전히 자기 결정권 확대나 보장이 일반 차원에서의 보수적 입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문제는 종교적 입장이나 기본적 인권 보장이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얼마든지 달리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편가름하는 것을 법률의 세계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최근 김원식 박사가 ‘사회가 다원화한 상태에서 사회적 모순이 다양한 방식으로 중첩된 상황에서는 보수와 혁신이 단순한 기준에 의해서 이원적으로 양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만’하고 ‘다원화한 사회나 복합적인 모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는 결코 한 가지 문제에 대한 태도나 이념적 지향이 보수주의와 혁신주의를 가르는 충분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하였는데 바른 지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법률 측면에서 보수와 진보 논란이 성립될 수 있고 후보들의 차이가 드러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 보자. 첫째, 생명 존중의 절대적 사상에 기초하여 사형 제도 폐지를 찬성하고 있는지, 낙태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여부. 둘째, 범죄 원인은 개인에게 있기 때문에 엄벌에 처하는 것이 마땅한지, 아니면 범죄 원인의 사회성을 인정하고 사회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후보 성향 판가름할 수 있는 여섯 가지 이슈


셋째, 양심적 병역 거부에서 논란이 되는 양심의 자유를 존중하여 대체 복무를 인정할 수 있는지, 아니면 병역 의무가 더 강조되어야 하는지. 넷째, 국민 건강 차원에서 담배나 마리화나에 대한 규제는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 또한 자기 책임에 맡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다섯째, 간통죄나 혼인빙자간음죄와 같이 개인 간의 문제에 대하여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지. 여섯째, 자기의 죽음을 자기가 결정하는 안락사에 대한 권리를 개인이 가질 수 있는지 하는 문제들이다.


후보의 인간관이나 법률적 입장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관점을 단순화하자면 앞의 문제들은 개인의 자유 의지가 절대적인지 아니면 사회 질서 유지 차원에서 개인의 권리를 어느 정도 제한할 것인지 하는 문제로 환원할 수 있다. 이런 관점으로 공약을 살펴보고 비교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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