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속의 대통령 권한
  • 최재천 (변호사·법무법인 한강 대표) ()
  • 승인 2002.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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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맥 강이 인간의 피로 새빨갛게 물들더라도, 펜실베이니아 거리가 토막 난 시체로 뒤덮이더라도, 혹은 자유의 마지막 흔적이 미국 대륙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하더라도, 남부는, 충성스런 남부는, 헌법에 입각한 남부는, 링컨의 대통령 취임과 같은 굴욕과 퇴보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 1861년 8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3개월 앞두고 애틀랜타에서 출간되던 잡지인 <서던 컨피더러시(Southern Confederacy)> 기사의 일부이다.



공교롭게 이를 본뜨기라도 하듯 2002년 12월19일, 제16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날 새벽 조갑제 <월간 조선> 대표는 ‘핏발 선 보수층’이라는 글을 올렸다. ‘요사이 내가 만나는 나이 든 사람들의 눈에는 핏발이 서 있는 것 같다. 걱정의 핵심은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면 체제 위기가 온다는 것이다. ‘나라가 망한다’느니 ‘나라가 넘어간다’는 말들이 예사로 튀어나온다. 그들은 이번 선거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존망이 걸린 싸움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링컨 대통령



온갖 방해와 음해에 굴하지 않고 링컨이 훌륭한 대통령이 되었 듯이, 링컨을 가장 존경한다는 노무현 당선자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본인에게 혹시라도 부담이 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기 한 달 전 “대통령의 권한이 자주 언급되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대통령의 한계도 기억되었으면 한다”라고 한 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이번에 투표로 선출한 노무현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그 해 10월 국민투표로 만들어 놓은 현행 헌법에 근거한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제66조 제1항). 또한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존,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제66조 제2항)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제66조 제3항)를 진다. 우리 헌법에서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제66조 제4항)고 규정하고 있어 대통령은 국가 원수나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의 지위말고도 행정부 수반 지위도 갖는다. 또한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서 선출된 대의기관으로서의 지위는 물론, 기본권 보호 기관 성격도 가지고 있다. 헌법에 근거한 직책인 대통령은 헌법을 근거로 지위를 획득하게 되며, 헌법을 지키고 실현할 의무를 지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헌법을 지키고 실천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 나라에서도 역대 대통령의 능력을 평가하는 보고서들이 발간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진척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주로 △지도력 △업적과 위기관리 능력 △정치력 △인사 △성격과 도덕성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링컨 대통령은 전분야에서 1·2위를 차지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혔다. 하지만 업무 능력보다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격과 품성인 모양이다.



‘링컨은 고귀한 인격의 힘을 소유하고 있었다. 대통령에 대한 평판에서,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정치적 문제보다도 더욱 지속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대개는 대통령 개인의 품성이다. 대통령으로서 업무 수행을 제외하고라도 링컨은 이러한 인격적 겸양과 지혜로움과 관대함, 그리고 순교하는 성자의 고귀한 품성으로 위대한 최고 대통령의 자리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윌리엄 라이딩스 2세·스튜어트 메기버, <위대한 대통령 끔찍한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곱씹어야 할 대목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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