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자들의 유명 교회 목사 설교 비판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4.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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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학자들, 유명 교회 목회자 16인 설교 본격 비판
“전교조들은 남침을 북침이라고 가르치고 이승만 대통령을 ○새끼라고 하며 온갖 악담과 저주를 다 퍼부어댑니다.” 지난 8월22일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가 ‘과거를 묻지 않는 예수님’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내용이다. 제목대로 과거사 청산 여론을 비판하는 설교였다.

“김정일과 그 도당들만 좋아하며 웃고 있을 일들을 골라서 해온 정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로지 김정일의 뜻대로 통일되는 길을 착실히 닦아온 최근 두 정권이 아니었나 되돌아보게 됩니다.” 지난 9월12일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의 예배 설교다. 그는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역사상 전무후무한 환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사의식 부족해 신도들 혼란에 빠트려”

최근 한국 사회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유명 교회의 담임 목사들이 설교 시간에 정치적 주장을 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나 지식인과 달리, 목사들은 자신의 발언 내용에 대해 비판이나 평가를 받는 일이 거의 없다. 근거도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 이어져도 누구 한 사람 반박하지 못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대신한다는 목사의 권위 때문에 설교는 성역으로 남아 있다.

최근 진보적인 기독교계 학자들 사이에서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유명 목사들의 설교를 비평하려는 시도가 일고 있다. 9월18일 서울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월간 <기독교 사상> 주최로 심포지엄 ‘한국교회 16인의 설교를 말한다’가 열렸다. 조용기·김진홍·곽선희 등 쟁쟁한 한국 대표 목사 16명의 설교를 신학 평론가 8명이 비평한 것이다. 거론된 목사들의 유명세 때문인지 이 날 심포지엄에는 4백여 청중이 찾아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기조 발제에 나선 유경재 안동교회 원로목사는 “한국 교회 강단의 가장 큰 문제는 신학이 없다는 것과 역사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큰 이슈들에 대해 그릇된 판단을 함으로써 성도들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유목사가 지적한 ‘역사 의식 결여’는 목사 16명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항이었다.

--------------------------------------------------------------------------------김홍도 목사
“김목사 설교의 특징은 강한 종말론이다. 또 그는 한국 교회의 전형적인 반공주의 사상을 대변한다. 그는 ‘국가보안법 폐지’ 등에 미군 철수라는 계략이 숨어 있고 이는 곧 남한의 공산화를 의미한다고 본다.”
심광섭/감리교신학대학 교수전병욱 목사
“그의 설교는 세속적 성공주의로 흐른다. 설교는 현실에서 승리한 사람, ‘시장’에서 성공한 예를 중시한다. 은혜를 강조하다가도 승자 위주의 능력·성취·엘리트주의로 빠지고 있다.”
전종호/<기독교 사상> 편집장김진홍 목사
“그의 개량된 복음주의가 개악된 보수주의를 경유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때 미군 철수를 주장해 왔던 그가 이라크 파병 절대 지지를 주장하는 미국 추종주의적 설교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차정식/한일장신대학 교수
하용조 목사
“하목사의 설교에는 놀라운 일관성이 있다. 기독교 근본 교리에도 매우 충실하다. 그러나 감상주의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합리성과 이성보다 감정과 감상적 요소를 모든 인식론의 토대로 삼는다.”
정용섭/대구 성서아카데미 원장조용기 목사
“그는 한국 교회 성장사를 대표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복만 강조하는 기복 설교,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는 개인 구원 지향적 설교, 기적적 치유를 내용으로 하는 신비주의 설교라는 비판이 있다.”
김세광/서울장신대학 교수---------------------------------------------
교조주의·반공주의도 도마 위에

이 날 심포지엄에서는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거친 설교가 도마에 올랐다. 발제자 심광섭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민족공조나 민족화합·평화협정과 불가침조약·국가보안법 폐지와 같은 주장에 미군 철수라는 계략이 숨어 있고 이는 곧 남한의 공산화를 의미한다’ ‘미군 철수는 곧 경제의 몰락이요 정치의 몰락이요 자유 민주주의의 몰락이다’라는 김홍도 목사의 설교를 일부 인용하며 김목사가 한국 반공주의 설교를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교수는 김목사 설교의 진원지가 “6·25 전쟁의 비참함과 조국 근대화의 판타지가 유발한, 그 시대를 살아온 모든 사람의 온몸에 깊이 새겨진 집단적 운명같은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두레교회를 이끌며 기독교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김진홍 목사도 여지없이 비판을 받았다.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는 김목사를 향해 “개인적 한과 상처를 역사 의식과 버무려 승화시킬 줄 아는 희귀한 파토스의 소유자”라고 치켜세우면서도 김목사의 역사관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2002년 효순·미선양 추모 촛불시위를 두고 ‘우발적인 죽음으로 반미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폄훼한 일이나, ‘민족이 살기 위해서는 미국 쪽에 붙어야 한다’라고 한 설교를 되새겼다. 특히 “10여 년 전 미군 철수를 기도 제목으로 삼았던 그의 설교와, 지금 이라크 파병 절대 지지로 돌아선 미국 추종적 설교 사이에 빚어진 균열과 괴리의 정체가 궁금하다”라고 꼬집었다.

차정식 교수는 곽선희 목사(소망교회)에 대해서도 그가 뛰어난 수사학과 성서 해석 능력을 가졌다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일제 시대를 향해서는 날카롭기 그지없던 그의 역사 경험과 인식이 그 장구하고 음습했던 군부 독재 시대에 관해서는 뿌연 안개의 숲속에 실종된다”라며 질책했다.

발제자들은 몇몇 목사들의 교조주의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용섭 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은 “동성연애는 하나님의 저주다” “마귀의 방법이다”라며 동성애를 혐오하는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의 설교를 인용하며 “나는 하목사에게서 기독교 근본주의의 독단을 보았다”라고 평했다. 정원장은 동성애에 관한 편견과 관련해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의 동성연애 타락론도 소개했다.

김세광 서울장신대 교수는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설교에 대해 “개인의 복만을 강조하는 기복적 설교,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소홀히 하는 개인 구원 지향적 설교, 기적적 신적 치유를 내용으로 하는 극단적 신비주의 설교다”라고 평가했다. 조용기 목사가 평소 ‘하나님이 직접 말씀하셨다’는 식의 설교로 신비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은 예전부터 많았다. 김교수는 조용기 목사의 성공 사례가 1980년대 이후 한국 목회자들에게 도전과 귀감이 되었다며 업적을 인정하기도 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전종호 <기독교 사상> 편집장은 전병욱 목사의 설교를 비평하던 도중 표절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의 설교집 153편에 곽선희 목사의 <은혜와 진리의 대화>를 표절한 내용이 곳곳에 나온다는 것이다. 전편집장은 “한국 교회 설교에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설교 표절이다. 설교자는 좋은 내용의 출처가 어디였는지 청중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라고 공격했다.“중소 교회 목사 반 이상이 설교 표절”

전종호 편집장은 심포지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그나마 대형 교회 목사들은 자신의 설교가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표절 사례가 드문 편이다. 하지만 중·소 교회로 가면 목사 50% 이상이 표절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기독교 윤리실천운동단체(기윤실)가 2001년 6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목회자의 46%만이 설교 표절이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다’ ‘목회자의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12%는 인용과 출처가 불분명한 설교집을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날 심포지엄을 들었던 한 청중(40·강남지역 교회 소속)은 “그동안 목사님의 설교를 비평한다는 생각을 감히 못했다. 설교를 수용하는 자세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다만 오늘 심포지엄 내용 중에는 다소 무리한 것도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심포지엄 발제자들은 주로 인터넷 동영상과 시중에 배포되고 있는 설교집을 통해 4개월 전부터 비평 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주최측인 <기독교 사상> 관계자는 “동아일보가 마치 이번 심포지엄이 목사들을 칭찬하는 자리인 것처럼 보도하는 바람에 어떤 교회에서는 ‘왜 우리 목사님은 16인 명단에 넣지 않았냐’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도마에 올랐던 목사 16인은 심포지엄 이후 한결같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김진홍 ·전병욱 목사는 심포지엄을 전후해 미국 출장을 떠나 반응을 알 수 없었다.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측은 “심포지엄이 열렸다는 기사를 보았지만 가만히 있겠다. 언급하고 싶지 않다”라고 답했다.

심포지엄 다음날인 9월19일, 한국 최대 교회라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예배에 기자가 참석해 보았다. 이 날 조용기 목사는 ‘고난과 소망’이라는 주제로 설교에 나섰다. 시편 23장 4절의 요셉 일화를 소재로 모든 고난에는 소망의 씨앗이 있다는 주제였다. 전날 심포지엄 발제자의 기준에 따르면 ‘개인 구원’에 치중한 설교였다. 딱히 정치적이거나 자극적인 내용은 없었으나 예의 ‘유태 민족론’이 빠지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때 핍박받던 유태인들이 하나님을 믿어 강한 나라를 건설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조용기 목사의 설교가 끝나갈 즈음 교회 대형 모니터가 감동으로 눈물 짓는 신도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비추었다. 미처 예배당에 들어가지 못한 신도들은 바깥에 설치된 TV 모니터로 조목사의 설교를 들으며 기도했다. 이날 예배당을 찾은 신도는 4만명이 넘는다. TV와 인터넷 등으로 조목사의 설교를 시청하는 사람은 한 주에 30만 명이 넘는다.

순복음교회 김규원 홍보실장은 기자가 9월18일 심포지엄에 대해 묻자 “학자들의 학술 연구에 대해서 뭐라고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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