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나라’ 물 먹이는 거인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4.12.2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캐나다·미국, 저가품으로 세계 시장 장악…고가 장뇌삼 개발
광활한 땅을 바탕으로 한 미국·중국·캐나다 인삼이 국제 시장을 장악했다. 물량 면에서는 중국 삼이, 가격 면에서는 캐나다 삼이 국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한때 국제 시장에 얼굴을 내밀었던 일본과 북한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대신 칠레·뉴질랜드 등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외국 삼은 전부 4년근이다.

미국 최대의 인삼 산지는 위스콘신 주다. 미국 인삼 생산량의 95%가 이곳에서 나온다. 위스콘신 주 생산량의 25%를 혼자 재배하는 타이완 출신 볼슈 씨는 최근 삼계탕을 깡통에 넣어 팔거나, 프림처럼 인삼 가루를 커피에 타서 먹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인삼을 매개로 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그의 숙제이다.

미국·중국·캐나다는 이처럼 상품 개발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이른바 ‘승혈작용론’을 펼치며 대대적으로 고려인삼을 공격했다. 고려인삼의 주된 소비처인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논리였다. 즉 ‘고려인삼을 먹으면 체온이 오르기 때문에 날씨가 따뜻할 때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효과적인 대응 논리를 개발하지 못하면서 우리는 속속 시장을 내주었다. 최근 들어서야 ‘고려인삼을 먹는다고 체온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심포지엄을 열거나 ‘기를 보충한다’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외국은 또 진작부터 ‘장뇌삼’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산 10년근 장뇌삼(37.5g)은 홍콩 시장에서 2천2백 홍콩 달러에 팔린다. 한국산 6년근 홍삼에 비해 5배나 높은 가격이다. 미국산 8년근 장뇌삼(산양삼)도 1천5백 홍콩 달러가 넘는 값에 거래된다. 외국은 저가품으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고려인삼에 맞서는 고가품으로 장뇌삼을 개발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최근 들어서야 장뇌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적인 정비조차 안되어 있을 정도로 초보 단계다. 그리고 장뇌삼 재배는 전략적인 선택이 아니라 ‘더 이상 인삼을 경작할 땅이 없다’는 현실적인 필요에서 나오는 고육지책 성격이 있다. 지난 12월15일 만난 서울 경동시장의 한 인삼 상인은 “국내 시장의 규제는 풀어주고 수출품에 대한 관리는 강화해 고가 전략을 쓰지 않는다면 한국 인삼이 죽는 것은 시간 문제다”라고 말했다.

인삼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외국도 우리와 비슷한 북위 36~37° 지역에서 주로 인삼을 재배한다. 인삼이 잘 자라는 기후 조건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미국에는 우리 농민이 진출해 직접 인삼을 재배하는 경우도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