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사람들’ 대기 순번 받나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5.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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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 전격 교체로 막오른 4대 권력기관 인사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허준영 서울경찰청장이 차기 청장으로 내정되었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이승재 해경청장이 막판 역전을 노렸으나 허준영 서울청장이 정치적으로 수성을 잘 했다는 평가다”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이 자기 사람을 중용하리라는 것은 예견된 일이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요직으로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외교보좌관, 윤광웅 국방부장관은 국방보좌관 출신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부들의 요직행도 눈에 띈다.

2004년 여름부터 허준영 서울청장이 차기 청장으로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래서 최청장은 레임 덕에 시달리기도 했다. 둘은 묘한 신경전도 벌였다. 유영철씨 사건과 수능 부정 수사와 관련해 허준영 서울청장이 언론에 나서자, 최청장은 “서울청장이 오버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지휘봉을 잡은 허준영 청장은 강력한 개혁 노선을 걷고 있다. 12월29~30일 치안감 이상급 고위 간부들의 일괄 사표를 받고 있다고 한다. 유례 없는 물갈이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고영구 국정원장은 당분간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고원장과 가까운 한 대학 교수는 “물러나겠다는 고원장에게 대통령이 국정원의 과거사 진상 규명 작업이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맡아달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국정원장 인선은 6월 이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과거사 규명을 지휘해온 김만복 기조실장도 유임되었다. 대신 차장이 전원 교체되었다.

신임 서대원 1차장(해외)은 유엔대표부 공사, 차석 대사와 국제기구 정책관을 지낸 국제기구 전문가다. 경기고 동문인 유인태 의원과 가깝고, 홍석현 주미대사 내정자와는 고교 동기다. 김우식 비서실장과도 막역한 사이다. 서차장은 최규하 전 대통령의 사위다. 최준택 3차장(북한)은 30여 년간 정보분석 업무를 맡아온 북한 정보통. 소탈한 성격으로 국정원 내의 신망도 두텁다. 이 두 사람은 북핵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노대통령의 구상을 실현할 무난한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상업 국정원 차장과 문희상 의원 관계는?

문제는 이상업 국정원 2차장(국내)이다. 이차장은 굿모닝게이트에 연루되었으나 매제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 덕분에 살아 남았다고 평가되는 인물이다. 2003년 9월 국정감사에 출석한 굿모닝시티 윤창열 회장은 “대선 직후 한 호텔에서 문희상 비서실장 여동생 재숙씨와 남편인 이상업 경찰대학장을 만난 사실이 있다”라고 진술했다. 윤씨는 “문재숙씨가 가야금 전공 교수여서 (굿모닝시티) 쇼핑몰이 전국으로 커나가면 악단이 필요해 그것을 논의하기 위해 두 차례 만났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함승희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중에 구명 로비를 한 것 아니냐”라고 추궁하자 윤씨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쇼핑몰과 가야금 악단은 어울리지 않는다. 윤창열씨의 개인 비서 안 아무개씨는 기자에게 “윤회장과 문희상·이상업 간에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더 큰 커넥션이 있다”라고 말했다.

최기문 경찰청장이 임기 종료 3개월을 앞둔 12월27일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 수뇌부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임기를 존중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이들 기관에 대한 인사는 임기가 만료되는 2~3월께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최기문 경찰청장의 사퇴라는 ‘돌발 사고’로 인사 시즌이 앞당겨졌다.

최기문 청장은 참여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인물이었다. 경질 건의가 있었지만 노대통령은 최초의 임기제 경찰청장이므로 임기를 채워주고자 했다. 경찰 위상과도 직결되는 일이었다. 한 경찰 고위 간부는 “지난 11월 경무관·총경 인사안을 들고 청와대에 들어간 최청장은 정찬용 인사수석으로부터 보류하라는 지시를 거푸 받자 사표를 종용하는 것으로 해석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해가 안 되는 핑계다”라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최청장이 ‘개긴다’”라는 표현까지 썼다.
이상업 경찰대학장은 경찰청장을 원했으나 국정원 차장으로 가닥이 잡혀 있었다는 분석이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리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어쨌든 매제 문희상 국회 정보위원장과 처남 이상업 2차장이 국회에서 ‘가족회의’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게 되었다.

12월29일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국세청장은 아직까지 교체 문제가 논의된 바 없다”라고 했다. 하지만 국세청장을 유임시키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세청장의 임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3월 안에 이용섭 국세청장 역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세청장 인사 때는 노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개입이 결정적인 변수가 되었다. 봉태열 서울지방국세청장과 곽진업 국세청 차장이 경합했는데 건평씨가 곽차장을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이 <시사저널> 제697호에 보도되면서, 결국 둘 다 낙마하고 말았다. 1988년 이후 15년 만에 국세청장은 국세청 내부에서 승진을 통해 결정되던 전통이 단절되었다.

이번 국세청 인사에서도 건평씨는 중요한 변수라는 견해가 있다. 이용섭 국세청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이주성 차장과 김정복 중부지방국세청장이다. 이주성 국세청 차장이 지위가 앞서지만 김정복 중부청장이 유력해 보인다. 김청장은 참여정부 들어서 초고속 승진했다. 이를 노건평씨와의 관계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2003년 건평씨는 기자에게 “곽진업씨와 김정복씨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다. 내가 세무 공무원을 해봐서 사람을 잘 안다. 지역에서 밀어주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라고 말했다. 여러 차례 노건평씨와의 관계를 물으려고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김청장은 회답하지 않았다. 김청장은 대통령 후견인인 태광산업 박연차 회장과 사돈간이다.

검찰총장 인사는 권력기관장 지역 안배가 중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규 법무부장관이 전남 출신임을 감안하면 중부권 출신이 유력하다. 또 사시 17회가 총장이 될 경우 대통령의 동기들은 옷을 벗어야 한다. 대통령은 검찰 내 든든한 우군을 잃는 것이다. 따라서 사시 15·16회가 총장에 오를 공산이 크다.

대전고 출신인 서영제 (사시 16회) 대전고검장이 총장 자리에 가장 가까이 간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서고검장은 개혁 성향으로 주변의 신망이 두텁고, 서울지검장으로 재직하는 1년3개월 동안 검증받았다는 장점이 있다. 충남 출신 이정수 대검 차장(15회)도 거론된다.

검찰총장에 깜짝 인사가 기용될 가능성도 있다. 파격적인 외부 인사 기용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이명재 변호사(11회)와 김성호 부패방지위원회 사무처장(16회)이 물망에 오른다. 노대통령이 자기 사람을 고집할 수도 있다. 노대통령과 가까운 사시 동기(17회)인 정상명 대구고검장이 거론된다. 하지만 그는 법무부 차관 시절 법조 개혁을 위해 아무 일도 한 것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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