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보물’ 찾기 세계가 손잡았다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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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인터폴, 약탈 유물 회수 작업…미국은 ‘시늉’만
이라크 전쟁 기간에 도둑맞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이라크 문화재 수만 점을 되찾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특별 수사팀’이 꾸려지는가 하면, 문화재를 약탈당한 이라크국립박물관(바그다드)과 오랫동안 자매 결연을 맺어온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같은 기관에는 ‘국제 신고 센터’가 개설되었다.

아울러 인터폴(www.interpol.int)과 미국의 시카고 대학 부설 동방학연구소(www-news.uchicago.edu) 등 관련 기관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도둑맞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라크 유물들의 실제 모습을 찍은 사진이 상세한 설명과 함께 일제히 오르기 시작했다. 지구촌 주민을 대상으로 ‘사이버 수배 전단’이 도처에 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도난 유물을 신속히 회수하고 불법 거래 방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 집단의 모임도 부쩍 잦아지고 있다. ‘세계 문화 유산’지정·보존 등을 관장하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는 약탈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 4월17일 마쓰무라 고치히로 사무총장이 관계 전문가 30명을 불러 첫 모임을 연 이래, 최근까지 관계자 대책 회의를 수 차례 가졌다. 인터폴 역시 유네스코·국제박물관협의회(ICOM)와 손잡고 지난 5월 5·6일 프랑스 리용에서 이라크 약탈 문화재와 관련한 합동 회의를 열었는데, 이라크 문화재 약탈 사태에 대해 일단의 책임이 있는 미국 정부의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잇단 국제 회의에서 중점 논의된 사항은 약탈당한 문화재를 안전하게 회수해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프랑스 리용 회의에서는 △2만 점에 이르는 도난 문화재의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적색 목록(red list)’을 작성해 인터폴의 1백81개 회원국에 배포하며 △목록에 오른 유물에 대해서는 국제 시장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이 거론되었다.

또 도난 문화재 불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수라는 점과 함께, 도난 문화재 회수 작업의 특수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 날 회의에 참석한 로널드 노블 인터폴 사무총장은 1991년 페르시아 만 전쟁 이후 이라크에서 사라진 유물을 예로 들며 “인터폴이 회수할 수 있었던 도난 유물은 인터폴 데이터 베이스에 등재된 것의 1%에 지나지 않았다”라며 회수 작업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도난 문화재는 전문가들에 의해 비밀리에 거래되기 때문에, 좀처럼 공개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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