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사업자 선정, 13년 축적 기술 '도로아미타불'
  • 주성민 (sisa@sisapress.com)
  • 승인 2000.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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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사업자 선정’ 계기로 본 각국 함대 현황/한국 전력도 ‘급부상’
1983년 3월 한·미 연합기동훈련에 참가한 미국 7함대 소속 항공모함 키티호크가 동해에서 작전하다가 소련의 공격용 핵잠수함과 충돌했다. 미국 해군은 이 사고로 큰 충격을 받았다. 소련 잠수함이 훈련을 감시하기 위해 경계를 뚫고 접근했는데도 구축함과 순양함을 거느린 항공모함이 충돌하기 직전까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지휘관 몇 사람은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잠수함의 최대 강점은 은밀함이다. 잠수함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 어디에 있는지 탐지하기가 어렵고, 상대국 영해까지 들어가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 체계여서 ‘바다의 게릴라’로 통한다.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 등장한 것은 공격용 잠수함이다. 공격용 잠수함은 현대 해전에서 은밀하고 위협적인 무기다. 태평양전쟁 때 미국의 잠수함 병력은 해군의 2%였다. 그런데 미국 해군이 격침한 일본 전투함의 55%가 공격용 잠수함에게 당했다. 이처럼 수중함은 수상함보다 더 효과적인 전력으로 운용될 수 있다. 특히 전력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 약소 국가는 현대적인 잠수함만 있으면 충분히 해역을 방어할 수 있다. 잠수함은 전시에 소음을 줄인 채 대잠수함 방어선에 걸리지 않고 통과한 후 적의 주력 전함을 격침하고 전세를 역전시킨다.

잠수함은 디젤유를 쓰는 것과 핵 연료를 쓰는 것 두 가지가 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대양을 가로질러 작전하는 미국은 크고 강력한 핵잠수함만 가지고 있다. 러시아·프랑스·영국은 두 종류 모두를 운용한다. 해안 가까이서 작전하는 일본·독일·한국은 연안 잠수함이 유리해 디젤 잠수함만 보유하고 있다.

한국 해군의 잠수함부대는 9전단이며, 잠수함 6척을 실전에 배치하고 있다. 9전단은 1993년 독일에 1억 달러를 주고 1200t짜리 U 209급 장보고함을 사와 잠수함 시대를 열었다. 2호 이천함부터는 대우조선이 건조해 1994년에 실전 배치되고, 3호 최무선함·4호 박위함·5호 이종무함이 1996년에, 6호 정운함이 1998년에 실전 배치되었다. 해군은 7호 이순신함을 올해 초 인수해 실전 배치 이전의 전력화 단계에 들어갔고, 8호 나대용함을 11월30일 인수했다. 대우조선이 만든 마지막 U 209급인 9호 이억기함은 내년 5월에 진수해 8월까지 시운전을 끝내고 11월 해군에 넘길 예정이다.
2001년에 실전 배치될 7호·8호·9호 함에는 대함 미사일 하푼이 탑재되어 있다. 잠수함 발사 하푼 UGM-84D는 탄두에 227kg짜리 강력 폭약을 달고 사정거리 120km 안에 있는 적 함정을 시속 1000km 속도로 찾아가 파괴한다.
그러나 U 209급 잠수함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어뢰 발사관에 장전된 8발을 빼고 격납된 6발은 즉시 재장전이 불가능하며, 잠수함의 약점인 후방 감시와 먼 거리에 있는 적을 탐지할 수 있는 견인식 소나(sonar)가 없고, 잠망경은 주간 전용이어서 야간 작전에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거기다 배터리 용량이 적어 수중에서 3일이면 전기가 바닥 난다. 이런 약점은 작전에서 꽤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제작사가 수출을 위해 건조 비용을 낮추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해군력은 세계 2위로 평가된다. 해상자위대의 전력은 한국 해군의 10배 정도이며, 당연히 잠수함 전력도 상당하다. 1977년부터 취역한 유우시오급 10척과 개량형으로 1990∼1997년 실전에 배치된 하루시오급 7척, 성능을 강력하게 업그레이드한 오야시오급 3척이 1998∼2000년 실전 배치되어 모두 20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오야시오급은 많은 장비가 새로 도입되어 길이가 82m로 대형화하고, 수중배수량 3000t에 승무원이 70명이어서, 33명이 타는 1200t급 U 209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크다. 음향탐지 시스템은 컴퓨터로 통합해 능력이 뛰어난 데다, 적이 탐지를 위해 발사한 음파를 흡수하는 스텔스 기능까지 가지고 있어 최고 성능의 디젤 잠수함이라고 할 만하다.

해상자위대 수상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강력한 방공망을 구축해 목표 20여 개를 동시에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적의 공중 공격과 해상 공격으로부터 함대 방위 임무를 수행하는 이지스(Aegis)함을 4척이나 가지고 있다. 함포를 가진 전함은 불과 40km 거리를 공격하지만, 이지스의 첨단 레이더는 400km나 떨어진 적의 함정을 먼저 발견할 수 있고,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격침한다. 이 때문에 이지스는 꿈의 구축함이라고 불린다.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의 국방비를 쓰는 일본 자위대의 하드웨어는 최강급이며, 이들에게는 공격받았을 때 최소한의 방어에 나선다는 ‘전수방어’ 원칙이 이제 없다. 방위 개념을 적극적 ‘전방위 방어전략’으로 전환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일본 방위청은 지상 공격도 가능한 최신형 이지스함 도입을 추진 중이며,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면 동해에서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날려보내 평양을 초토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국 국방부가 ‘국방 중기 계획’을 통해 결정한 차기 잠수함은 독일 하데베(HDW) 조선의 U 214급으로, U 209급의 약점들을 개선한 것이다. 신속한 어뢰 재장전이 가능하고, 견인식 소나를 탑재했으며, 독일 최고의 광학회사 칼 자이스의 열영상 잠망경이 장착되어 야간 작전에 문제가 없다. 첨단 연료전지 AIP 시스팀은 수중에서 2주일 이상 작전이 가능하도록 했고, 어뢰 발사관 8개 중 4개는 대함 미사일을 장착한다. 대양에서도 작전이 가능하도록 최신 기술이 적용되는 U 214급이 해군 9전단에 배치되면 전력은 비약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9전단은 7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휘관들이 잠수함 작전 교리를 빠르게 터득해 가고 있다. 1998년 하와이 해역에서 벌어진 환태평양 합동기동훈련에서 이종무함은 가상의 적으로 분류된 함정을 13척이나 격침해 최고의 전과를 올렸고, 훈련이 끝날 때까지 살아 남아 미국 해군을 놀라게 만들었다. 기동훈련이 끝나자 미국 태평양잠수함함대 사령관은 해군참모총장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이종무함의 전문성과 훈련 수준은 눈부실 정도로 뛰어나며, 이것은 100년 역사를 가진 미국 잠수함에서도 보기 힘든 성과입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세계적인 잠수함 지휘관들을 컴퓨터에 저장해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그들이 이종무함 함장 오평문 대령도 경계해야 할 인물로 입력해 놓지 않았을까. 각박한 환경과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 해군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잠수함 전력을 갖출 잠재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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