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O양 비디오'' 괴담
  • 워싱턴·변창섭 편집위원 ()
  • 승인 2003.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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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출신 힐튼그룹 상속녀, 성행위 동영상 유포돼 곤욕
미모의 상속녀, 그것도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힐튼그룹의 젊은 상속녀가 난데없는 섹스 비디오 추문에 휩싸여 미국 사교계가 시끌시끌하다. 주인공은 모델 출신으로 TV 탤런트로 발돋움하고 있는 패리스 힐튼. 올해 스물두 살인 그녀는 파티광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3년 전 당시 11세 연상인 남자 친구 릭 솔로몬과 호텔 방에서 은밀한 성파티를 즐긴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성행위를 찍은 비디오 테이프의 일부가 최근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어 본인은 물론 힐튼 가문에 망신살이 톡톡히 뻗쳤다. 힐튼측은 비디오 테이프를 유포한 인물에 대한 법적 대응을 선포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힐튼의 속살이 담긴 동영상 일부가 널리 퍼진 상태다.

힐튼이 남자 친구와 찍은 섹스 비디오 테이프가 있다는 소문은 지난 11월 초부터 돌기 시작했다. 힐튼은 맨처음 ‘오리발’을 내밀다가 비디오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자 “날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들이 얼마나 마음 상했을까를 생각하면 당혹스럽고 창피스럽다”라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솔로몬은 한때 한국에서도 방영되어 청소년 사이에 인기를 끈 드라마 <베버리 힐스 90210>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한 셰넌 도허티의 전 남편으로, 현재는 인터넷 비디오 게임사업을 하고 있다.

상대 남자 “합의한 후에 촬영했다”

두 사람의 은밀한 정사가 담긴 비디오 테이프 유포자는 물론 힐튼이 아니다. 그렇다면 힐튼의 상대였던 솔로몬이 ‘범인’일까. 솔로몬은 손사래를 치며 오히려 자신도 피해자라고 말한다. 그는 “당시 힐튼도 비디오를 찍는 데 적극 협조했다”라면서 “그녀가 나를 강간범으로 몰아세우려고 악의적인 운동을 벌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솔로몬은 최근 패리스 힐튼과 그 집안을 상대로 1천만 달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의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 힐튼이 카메라를 향해 특정 부위를 보여주거나 농담 같은 말을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문에 양자가 합의해 비디오 테이프를 찍었다는 솔로몬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솔로몬은 인터넷 포르노 비디오 업체인 마버드 사에 대해서도 자신의 허가 없이 비디오 내용의 일부를 유통시킨 혐의로 1천만 달러 이상의 손해 배상을 제기한 상황이다.

송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약 27분 분량의 비디오 완전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마버드 사가 이번에는 맨처음 문제의 비디오 테이프를 자사에 판매한 돈 트래셔라는 인물에 대해 소송을 걸고 나섰다. 마버드 사는 소장에서 트래셔가 마치 자신이 비디오 테이프 소유권을 가진 것처럼 속여 결과적으로 자사에 상당한 손해를 입혔다며 1천만 달러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졸지에 송사에 휘말린 트래셔의 변명도 흥미롭다. 솔로몬과 11년 지기로 알려진 트래셔는 최근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문제의 비디오 테이프가 솔로몬과의 ‘공동 기획’에서 나왔다고 폭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솔로몬은 문제의 비디오 테이프를 전문 업체에 넘기기로 동의했으며, 이에 따라 자신이 판매 대금으로 받은 5만 달러 중 절반을 솔로몬에게 넘겼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솔로몬은 펄쩍 뛰며 부인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비디오 테이프 유출의 진원지가 솔로몬이 아닌 트래셔라는 점이다. 솔로몬의 변호사인 마티 싱어는 사교 전문지인 <셀리브리티 저스티스>와의 최근 회견에서 ‘트래셔가 솔로몬의 집에서 문제의 비디오 테이프를 몰래 가져다 복사한 뒤 감쪽같이 다시 갖다놓았다’면서 당시 경찰서에 제출한 분실 신고서가 그 증거라고 밝혔다.

패리스 힐튼은 이번 섹스 비디오 유출 파동으로 난생 처음 수모를 겪긴 했지만,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는 덕을 보았다는 평도 있다. 이번 일이 생기기 직전까지 힐튼은 오는 12월 초 폭스 TV에서 첫선을 보이는 드라마 <소박한 생활(Simple Life)>에 주연으로 출연하게 되어 홍보 활동에 주력해왔다. 그녀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직후 이미 잡혀 있던 방송 출연 계획들을 모두 취소했지만, 오히려 시청자 인지도는 높아졌다는 것이다.

힐튼이 불미스러운 비디오 파동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되자 일부 보수 성향의 미국인들은 그 지경이 되도록 딸을 방치한 힐튼 부모의 무책임성을 힐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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