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올림픽, 북·꽹과리 들고 가면 큰코다친다
  • 김지환<더 시드니 코리안 헤럴드>편짐국장 ()
  • 승인 2000.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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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올리픽조정국, 관람객 행동 지침 발표…복장·언행까지 규제
우리는 오페라를 보려는 것이 아니다.”올림픽 개막을 2주일여 앞두고 시드니올림픽 경기장을 관리하는 올림픽조정국(Olympic Co-ordination Authority)이 올림픽 경기 관람객이 지켜야 할 규정을 발표하자 한 현지인이 터뜨린 불만이다. 이번 올림픽 관람자들은 경기 규칙만큼이나 엄격한 규정을 지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림픽조정국이 정한 규정들은 자칫하면 비싼 입장권을 사고도 경기를 볼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우선 경기장에서의 응원. 자국 선수단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격려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은 물론 응원 도구로 많이 이용되는 악기(한국인의 경우 북이나 꽹과리)나 확성기도 소지할 수 없는 물품 가운데 하나이다.
자국 국기는 소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자국 선수의 경기가 아닌 경기장에 국기를 가지고 입장하는 것은 금지된다.

경기를 중단시키고 선수를 위협할 수 있는 각종 음료 병이나 캔, 경기장에서 마실 음료를 담은 아이스박스도 반입 금지 품목이다.
올림픽 경기를 보기 위해서는 복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특정 업체를 홍보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광고 문구가 새겨진 T셔츠나 상업용 목적이 있는 노래, 팜플렛도 규제 대상이다.
욕설 했다가는 곧바로 ‘퇴출’

다른 관람객에게 불쾌감 또는 공포감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 음란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경기장 밖으로 가차없이 쫓겨나게 된다.
대표적인 예는 경기 관람 도중 상대팀 선수나 응원단을 향해 욕설을 하는 행위이다. 특히 호주인들이 가장 심한 욕설로 생각하는 “Fuck The …” 따위 욕설을 하다가는 큰코다친다. 안전요원에 의해 경기장 밖으로 쫓겨난 뒤에도 계속 철저한 감시를 받게 된다. 무단으로 경기장에 침입한 사람은 올림픽은 물론 앞으로 12개월간 홈부시 올림픽 파크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된다.

그야말로 유럽 축구에서 훌리건 난동에 대비해 만든 룰에 버금가는 규제라 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다른 관람객을 괴롭히는 행동, 심지어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도 경기장 안전요원들에게 철저한 제재를 받게 된다.

이같은 규정 관리는 시드니올림픽조직위원회(SOCOG)가 아닌, 올림픽조정국이 맡게 되는데, 경찰은 물론 올림픽조정국으로부터 권한을 받은 주정부 감시단·사설 안전요원이 얼마든지 혐의자를 잡아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주소와 이름을 대라고 요구할 수 있다.

올림픽 경기 관람객을 훌리건으로 취급하는 것 같은 이런 규제들이 적용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관람객을 보호하고 공정하고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서이다.

현재 올림픽조정국은 경기장 입구마다 시드니 국제공항에 설치된 것과 같은, 일명 ‘mag’이라고 불리는 금속 탐지기를 설치해 놓았으며, 모든 관람객은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또 관람객은 엑스선 투시기를 통과한 가방만 소지하고 입장할 수 있다.

관람객 조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경기장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위험 인물’을 미리 파악하게 되는데, 특히 감시 카메라는 축구 등 관람객의 열기가 뜨거운 경기장에 집중 배치된다.
이와 함께 올림픽 기간에 대부분의 경기가 펼쳐지는 홈부시 올림픽 파크 안으로는 일반 차량의 출입이 전면 금지된다. 일반인이 홈부시 경기장에 가려면 인근 리드컴 기차역까지 간 다음 거기서 홈부시를 순회하는 셔틀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홈부시 주변까지 승용차를 타고 가 적당한 곳에 주차하고 경기장으로 갈 수도 있지만, 이럴 경우 엄청난 액수의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경기장 주변 차량의 흐름이 지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뉴사우스웰스 주정부가 이번 올림픽 기간에 특별 벌금제를 적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기장 반지름 2km 이내에 불법 주차했다가 적발될 경우에는 일반 불법 주차 과태료(60 달러)의 6배에 가까운 3백48 달러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 특별 벌금제는 이미 적용되어 지난 8월27일 호주 럭비리그 결승전이 열리던 날 경찰이 이 일대에서 불법 주차 차량100여대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부시 경기장 이외에 한국 관람객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시내 달링하버(시드니의 대표적 관광지)의 컨벤션 센터(역도), 익시비전 센터(레슬링·유도·권투·펜싱), 엔터테인먼트 센터(배구) 주변도 일부 통행을 제한받게 된다.

이 센터들이 자리잡은 달링하버는 갖가지 위락 시설과 아름다운 공원이 자리해 평소에도 늘 북적이는 곳이다. 경기가 열리는 이들 주변에는 2m 높이의 울타리를 설치해 일반인 출입을 통제한다.
또 오페라하우스 옆에 자리한 보타닉 가든은 올림픽 성화가 도착하는 9월14일(개막 전날) 오후 3시에 출입이 금지되며, 남녀 철인 3종 경기가 치러지는 9월16∼17일은 자정부터 오후 2시까지, 폐막식이 거행되는 10월1일 오후 3시에 폐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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