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3인조가 세상을 속 이고 있다”
  • 프랑크푸르트/허 광 (rena@sisapress.com)
  • 승인 1999.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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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 기관의 요직 인물, 나토 공습 ‘양심 선언’/유고 인종 청소 증거 없어… 미국의 최종 목표는 유고 연방 붕괴
3월24일부터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나토의 유고 폭격은 이제 그 대상이 군사 시설에서 교각·발전소·민간 열차·코소보 난민에까지 무차별로 확대되고 있다. 나토가 지상군을 투입할지 여론의 초점이 모여 있는 지금 유고연방은 나토가 자랑하는 최첨단 무기의 ‘종합 화력 시험장’으로 돌변했다.

‘전쟁의 첫 희생자는 진실’이라는 말이 있다. 검열과 통제를 받게 되는 전쟁 보도에서 진실과 허위를 구분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지속되고 있는 이 가공할 전쟁에 가려진 진실은 무엇인가? <시사저널>은 여기에 한 가지 문건을 소개한다. 이 문건은 최근 독일 민사당(PDS) 대변인 유르겐 렌트가 연방의회에서 공개한 것으로, 여기에는 나토의 전쟁에 반대하는 독일 정부 기구 내부 인물의 육성이 담겨 있다.

내용의 진실성 여부를 아직 확인할 수 없지만 <시사저널>이 이 문건을 번역·소개하는 이유는, 나토와 서방측 언론과는 다른 관점에서 전쟁의 성격을 조명할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 ) 속의 글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옮긴이가 보충한 부분이다. <편집자>


나는 이 편지를 ‘카톨릭 평화 사제단’의 독일 지부에서 일하는 신부에게 전달한다. 나는 ‘고해 성사의 비밀 유지’에 따라 나의 신분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내 편지가 언론사와 정계에 알려지기를 바란다. 나는 독일 정부 기관에서 이른바 비밀 정보를 다루는 요직에 있는 인물로서, 양심상 더 이상 침묵을 지킬 수 없어 이 편지를 쓴다. 내가 이제부터 언급하는 내용의 진위 여부는 이 분야 전문가라면 누구나 검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토의 선전참모부, 그리고 우리가 ‘악마의 3인조’라 부르는 (독일 총리) 슈뢰더, (국방장관) 샤핑, (외무장관) 피셔는 발칸 전쟁과 관련된 거의 모든 사실을 왜곡하며, 세상을 속이고 있다. 언론사의 일부 인물들은 이들이 말하는 허위 사실을 검증도 하지 않고 자진해 유포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코소보에서 어떤 이유로 난민이 쏟아져 나오는 줄 뻔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유고 군과 경찰이 조직적으로 인종 추방·인종 청소를 하고 있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독일 연방군과 나토의 정찰 부대는 이같은 선전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는 어떤 사진 자료나 비밀 정보 그리고 징후도 확보하지 못했다. (독일) 국방부 내부 자료에 따르면, 난민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유고 군대와 경찰의 (알바니아계 주민) 습격. 이같은 사태는 부분적으로는 알바니아 민간인들의 엄호를 받는 UCK(코소보 해방군의 독일어 표기)측의 공격·총격으로 야기되고 있다. 우리는 부대를 이탈해 약탈을 일삼는 유고 병사들이 유고 당국에 체포되는 즉시 군법 재판에 회부되고 있다는 물증을 확보하고 있다.

△나토군의 폭격으로 야기된 사태. 예를 들어 코소보 전지역에서 식수 공급이 중단됨으로써 주민들의 탈출이 불가피해졌다.

△알바니아계 무장 조직과 유고 군대의 충돌 지대에, 또는 나토군의 폭격 목표로 노출되어 있다는 두려움.

△알바니아의 티라나 국영 방송과, 산간 지역에 은폐된 약 백여 개에 달하는 알바니아계 무장 조직과 나토군의 무허가 단파 방송국이 내보내는, 주민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선전.

△알바니아에서 넘어온 마피아 폭력 조직의 횡포. 알바니아 마피아 조직은 알바니아 내전 당시 남획한 총기를 들고 주민들에게 ‘보호료 납부’를 강요하고 있다.

△인종 구성이 복잡한 폭력 조직의 약탈. 탈옥한 죄수들과 알바니아·유고 탈영병 들로 구성된 이들 폭력배들은 남획한 유고 군복이나 국경 주변 시장에 널려 있는 UCK 마크를 사서 달고 있다.

△UCK 민병대. ‘총동원령’을 선포한 이들 민병대는 전쟁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성인 남성들에게 조직 가입을 강요하고 있다. 요구를 거부하는 주민들은 육체적인 학대를 당하거나 ‘과태료’를 내야 풀려난다. 이때 이런 사실을 누설하면 보복을 감수해야 하며, 가족이나 기자에게는 세르비아계 소행이라고 진술하라는 협박이 뒤따른다.

△코소보에 나토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며 이제 나토군이 곧 투입된다는 UCK측의 통고.

코소보 난민의 대량 탈출은 나토 일부에서도 기다리고 있다. 코소보에서 난민이 다 빠져 나가면 ‘싹쓸이’ 공격을 한다는 4월5일자 미국 국방부 논평에는 독일 국방부도 호의적으로 동의를 표했다.

(코소보의) 프리스티나에는 어떤 운동장에도 알바니아계 주민들이 억류된 바가 없다는 사실을, 독일 정부도 현지 카톨릭측과 직통 전화를 통해서 확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핑은 코소보에 강제 수용소가 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코소보 국경 주변에서 미국과 유럽의 민영 방송사들이 (난민 행렬이 담긴) 비디오 자료만 있으면 그 진위를 막론하고 20만 달러까지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토와 독일 연방군은 UCK에 병참 지원을 하고 있다. 군량과 군복 그리고 교관까지, 대개는 독일군이나 미군이 제공하고 있다. UCK 장교들은 빠짐없이 나토와 무선 연락을 하고 있다. 나토 지상군은 코소보에서 이미 정찰 작전에 돌입해 있다. 나토의 정찰 부대는 예외 없이 미군과 독일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선 방위 측정과 지상 공격 목표 확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독일, 코소보 인종 분규 선동

나토군 장교들은 더 나아가 UCK에 지령을 내리는 연락 사령관으로 복무하고 있다. 미군과 독일군 장교들은 이같은 준비 작업을 나토의 폭격이 시작되기 전부터 시작했다. 그들은 애초에 그들의 임무였던 유럽안보협력기구의 분쟁 감시 역할을 이용해 UCK와의 연락망을 짜놓았다. (독일의) 언론은 물론 국회도 이런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국방장관은 토나도(독일 폭격기) 투입이 ‘제네바 조약’과 국제전쟁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시했다.

이같은 국제법 위반은 베오그라드의 군 병원과 도나우 교각을 공격 목표에 포함해 폭파한 행위에도 해당한다. 독일 정부는 도나우 주변 국가의 국제법에 따른 의무로서, 레겐스부르그와 흑해를 연결하는 선박의 자유 항행을 보장한 바 있다.

슈뢰더와 샤핑은 랑부예 조약의 부속 조항 B, 6·8·10 항이 나토군이 유고에서 점령군으로 주둔하게 됨을 뜻하며, 유고연방의 어떤 정부도 주권을 포기하지 않고는 평화 협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따라서 전쟁은 예정된 것이었다. 법무부의 율사들은, 이 조항에 따르면 나토가 ‘유고 전체 지역에서 중세에 노상 강도짓을 일삼던 귀족처럼 행세하게 될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또 한 가지 (공개되지 않은) 사실이 있다. 랑부예 협상에서 (알바니아계 협상 대표) 루고바의 자문 역을 맡았던 이탈리아 변호사 필리포가 실토한 사실이다. 그는 코소보 알바니아계의 온건파들이 나토가 오로지 군사 시설만 파괴할 것이며, 코소보뿐만 아니라 유고 전체 지역에서도 민간인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조처가 있을 것이라고 (영국 외무장관) 로빈 쿡이 보증한 다음에야 조약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쟁은 일명 ‘뿌리(Roots)’라 불리는 미국의 비밀 작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작전의 목표는 유고에서 코소보·몬테네그로·보이보디나를 분리해 유고 연방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미국은 클린턴의 임기 초반부터 발칸 반도에서 나토에 저항하는 마지막 국가인 유고를 군사·인종 면에서 약화시키는 작전을 벌여 왔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이 벌이고 있는 ‘뿌리’에는 독일 요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이 비밀 작전의 목표는 △천연 자원의 보고인 코소보에 폭넓은 자치권을 부여해, 이 지역을 독립시키거나 알바니아에 흡수시키고 △몬테네그로를 분리해 유고가 아드리아로 진출할 마지막 출구를 봉쇄하며 △곡창 지역인 보이보디나를 분리해, 유고가 산업 국가·주권 국가로 생존할 근거를 박탈해 종국에는 유고를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미국과 독일은 옐친 이후 공산주의 또는 민족주의 세력이 러시아 정권을 장악할 경우,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 그리고 유고가 동맹을 결성하리라고 보며, 유고 전쟁을 통해서 이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한다고 계산하고 있다.

뿌리 작전의 주역들은 ‘분리해서 지배한다’는 로마제국의 낡은 철칙 그대로 코소보의 인종 분규를 선동하고 있다. 그들은 대알바니아 민족주의를 노골적으로 조장하고, 간접적으로는 북미와 유럽에 망명해 있는 세르비아계를 통해 세르비아의 극우 민족주의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유감스럽게도 97년 (코소보 분쟁에서) 다시 평화적인 해결 방안이 빛을 보기도 했다. 코소보의 온건파 알바니아계가 밀로셰비치와 협정을 맺고 교육 분야에서부터 알바니아계의 자치권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CIA, 알바니아계 마피아 모아 UCK 조직

이때 미국 중앙정보국이 UCK를 조직했다. UCK는 알바니아 마피아 조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알바니아 마피아는 시칠리아 마피아가 그렇듯이 코소보·마케도니아·몬테네그로·알바니아 국경 지대의 산간 지역을 통제하면서 마약 거래·밀수를 하고 ‘보호료’ 강요 등을 일삼고 있다. 이들은 (조직의) 비밀을 엄수하고 ‘피의 복수’라는 계율에 따르며, 처음에는 알바니아 내전에서 노획한 무기를 들고 등장했다. 알바니아계와 세르비아계의 평화적인 중재 활동은 UCK가 유고 경찰력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무장하면서부터 차질을 빚었다.

민간 주민들은 UCK의 작전에 방패막이로 이용되었다. UCK의 활동은 루고바와 밀로셰비치가 98년에 재회동한 뒤 더욱 활발해졌고, 예상대로 유고 군과 경찰의 과잉 반응을 유도했다. 이것이 서방에서는 나토와 UCK가 선전하는 그대로 ‘인종 청소’의 첫 징후로 둔갑하게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UCK에 학살된 희생자들은 무시되었다. 세르비아 극우 민족주의 세력이 서방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사실도 무시되기는 마찬가지다(크로아티아·보스니아가 유고연방에서 분리할 때도 이곳의 극우 민족주의 세력 우스타샤·체트닉이 서방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같은 시기에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몬테네그로의 관광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친서방적인 민간 방송사를 세웠다. 그 결과 이곳 유권자의 절반이 나토에 동조하는 현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보이보디나에는 나토에 가입하게 되는 헝가리를 통해서 반 유고 선전이 침투하고 있다. 헝가리 국경 부근의 선전 방송은 세르비아계뿐만 아니라 독일계·헝가리계·크로아티아계 등 소수 민족이 뒤섞여 살고 있는 보이보디나에 반 세르비아 감정을 선동하고 있다. 도나우 교각이 폭파된 것도 이 지역을 세르비아와 절단시키는 한편 헝가리측에 연계한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나토는 이 지역에서도 세르비아계가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 예를 들어 노비사드를 선택해서 집중 폭격하고 있다. 헝가리계가 다수인 지역은 폭격 대상에서 제외했다. 나토는 누가 이 지역의 주인인지 폭격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나토의 이같은 침략 전쟁을 준비·수행하고 있는 자들이 재판정에 서게 되지 않는다면 국제전범재판소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주권 국가 유고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나토와 미국 중앙정보국의 전쟁은 중단되어야 한다. ‘인도주의 전쟁’의 가면은 이미 드러나지 않았는가?

본(Bonn) 1999. 4.7 내부 고발자의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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